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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에이스 듀오 문동주(왼쪽)와 노시환. |
58승 80패 6무, 승률 0.420 9위. 4년 연속 꼴찌를 면했다는 것에 만족을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성적이다.
그럼에도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팬들이 있다. 한화의 패배에 길들여졌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팀 성적만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류현진이 있을 때부터 이미 하위권이 익숙해진 한화다. 그러나 스타의 유무는 큰 차이가 있었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부터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한 '괴물'이었다.
비록 MVP 이력은 없지만 국내에선 한화에서만 뛰며 타격왕과 홈런왕에 올랐고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활약한 김태균도 있었다. 보잘 것 없는 팀 성적에도 한화 팬들의 한줄기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류현진 이후 16년 동안 신인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 만한 마땅한 영건들도 보이지 않았다. 정은원이 2021년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나 이후 리그를 대표할 만한 선수로서 활약을 이어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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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PBC 대표팀 투타 핵심 자원인 문동주(오른쪽)와 노시환. |
구단에선 혹여나 몸이 상할라 '특급 관리'를 펼쳤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에게 120이닝 제한을 걸었다. 시즌을 남들보다 일찍마친 문동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에 4연속 금메달을 안겼다. 떳떳하게 병역 문제를 해결해 기쁨은 배가 됐다.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팀에 신인상을 안겨줄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타자 중에선 노시환(23)이 빛났다. 2019년 데뷔해 거포 기대주로 가능성을 키우던 노시환은 올 시즌 기량을 만개했다.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장타율 0.541을 기록했고 홈런과 타점 2관왕을 확정했다. 장종훈, 김태균에 이은 한화 출신 3번째 홈런왕이자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MVP를 두고 경쟁할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문동주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맹활약해 한화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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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BC 대표팀에 선발된 문현빈(오른쪽). |
여기에 올 시즌 다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문동주 못지않게 빠른 공을 뿌리는 김서현(19)도 내년 시즌 기대를 자아낸다. 문동주와 마찬가지로 2년 차에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한화 팬들과 관계자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시즌 1군에서 22⅓이닝만을 소화해 내년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신인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원석은 황준서(18)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는 장충고 투수 황준서를 지명했다. 키 187㎝, 몸무게 80㎏의 황준서는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함께 커브, 스플리터,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고교 통산 31경기 9승 4패 ERA 1.93, 112⅓이닝 132탈삼진을 기록했다. 문동주, 김서현과 균형을 맞춰줄 좌투수라 마운드의 구성도 더욱 다채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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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투수 김서현. |
현실적인 복귀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류현진이 꼭 내년 시즌 친정팀에 합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장밋빛 미래를 꿈꿔볼 수 있을 만큼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확보한 한화다. 여기에 오는 22일엔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은 한화로서는 효율적으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고 18년 만에 8연승을 이끈 최원호 감독도 스프링캠프부터 제대로 준비하는 첫 시즌이기도 하다. 올 시즌 존재감이 미미했던 외국인 타자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2024년 한화의 시즌은 144경기에서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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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투수 황준서(오른쪽)와 손혁 단장.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