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신임 SSG 감독. /사진=SSG 랜더스 |
세대교체를 이유로 우승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는 모험을 감수했던 SSG 랜더스에 있어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였다. 이 말에 꽂힌 SSG는 모든 면접이 끝나고 하루 만에 이숭용(52) 전 KT 위즈 육성총괄을 최종 감독으로 결정했다.
김성용 단장은 17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숭용 감독과 최종적으로는 어제(16일) 저녁 만나 감독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했고, 오늘(17일) 오전에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SSG는 "이숭용 전 KT 위즈 육성총괄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 감독은 2년간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액 9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SG와 이숭용 감독의 최종 면접은 8일 이뤄졌다. SSG는 새 감독 후보를 물색하면서 단순히 현장뿐 아니라 해설, 프런트 출신 등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혔고, 최종적으로 4인으로 후보를 좁혀 면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호준 LG 트윈스 타격코치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아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호준 코치와 다른 한 명의 후보와 면접은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김 단장이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돌아온 15일 이뤄졌다. 모든 면접을 마친 뒤 각 파트의 팀장들과 함께 4명의 후보를 리더십, 육성, 선수단 운영계획, 규정을 경기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이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인천광역시를 연고로 하던 태평양 돌핀스에 199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입단했다. 이후 현대 유니콘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18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을 거쳐 2014년 KT의 타격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9~2022년까지 단장을 역임하며 2020년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고, 2022시즌 도중 육성 총괄로 보직을 이동해 어린 선수들을 살폈다.
이숭용 SSG 신임 감독. /사진=SSG 랜더스 |
SSG는 "지속 발전을 위한 운영 패러다임 혁신을 목표로 신임 감독 인선작업에 착수해 소통형 리더십과 팀 리모델링을 대명제로 이를 적극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군을 추렸다"며 "이후 분야별 필수 역량 및 덕목을 다각적으로 추출해 평가 기준을 세웠고, 심층 면접을 통해 구단의 방향성과 야구 가치관에 대한 교감을 나눈 끝에 이숭용 신임 감독을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가점 요인일 뿐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김 단장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 나쁘진 않은데 그것보단 인터뷰를 했을 때 본인의 지도관, 가치관, 운영계획 등 여러 가지 부분이 우리 구단과 가장 잘 맞을 수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최종 면접 당시 원팀(One-Team)을 강조했고 그 중에서도 2군 선수들을 향한 시선이 SSG를 사로잡았다. 김 단장은 "원팀을 무척 강조했다. 다른 곳과 소통, 협업 등을 이야기하면서 '2군 선수와 1군 선수 모두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 이 선수들을 필요한 곳에 쓰겠다'고 했다. 우리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감독을 찾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다들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SSG는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룬 김원형(51)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하면서 "팀 운영 전반과 선수 세대교체 등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구단은 당초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변화 범위를 뛰어넘어 현장 리더십 교체까지 단행하게 됐다"고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었다. 최근에는 20일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주전급 30대 베테랑 선수 두 명을 보호선수 35명에서 제외하면서 리빌딩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김 단장은 "이 감독은 특정 선수나 베테랑만 쓰는 것이 아니고 리빌딩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확실한 기둥으로 세울 선수는 잡고 그다음으로 유망한 선수들을 육성하겠다'는 그 말이 굉장한 매력 포인트였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