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출전 백업→한일전 키맨' 이틀 만에 입지 수직 상승... '도쿄돔 침묵' 솔로포, 그만큼 짜릿했다 [APBC 현장]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11.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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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집이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3차전 2회말 2사 만루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휘집(21·키움 히어로즈)이 도쿄돔에서 때려낸 홈런 한 방은 그만큼 짜릿했다.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하던 백업을 이틀 만에 일본과 결승전 키플레이어로 언급되게 했다.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풀리그 3차전에서 대만을 6-1로 꺾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키플레이어는 일단 선발 투수 곽빈이다. 몇 이닝을 책임질 수 있을지 봐야 한다. 또 타선이 터지고 있는데 김휘집, 김주원이 타이밍이 괜찮다. 이 선수들에게 기대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선발 투수 곽빈(24·두산 베어스)과 주전 유격수 김주원(21·NC 다이노스)이 키플레이어로 꼽힌 것은 놀랍지 않았다. 곽빈은 올해 3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대표팀 개근 중인 차세대 우완 에이스 후보고, 김주원 역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기 때문.

하지만 김휘집은 17일 일본전까지만 해도 선발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내야 백업이었다. 출전이 전무하던 백업이 선발 출전을 넘어 경기를 바꿀 키맨으로 언급된 것은 입지가 수직 상승했다고 할 만하다. 김휘집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프로 3년 차 내야수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110경기 타율 0.249, 8홈런 51타점, OPS 0.712로 평범했다. 하지만 동 나이대 선수들 중 일발 장타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연령 제한이 있는 이번 대표팀에 승선해 백업 내야수 및 대타로서 출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3루수 김도영(20·KIA 타이거즈)-유격수 김주원-2루수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1루수 노시환(23·한화 이글스)으로 이뤄진 탄탄한 내야는 타격으로 보나 수비로 보나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또 결승전 포함 4경기밖에 되지 않는 대회에 연이틀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다 보니 백업 선수들이 출전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김휘집은 자신의 역할이 좌완 투수 상대 대타 요원임을 인지하고 영상을 계속해 찾아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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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집이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9회초 다구치 카즈토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왔다. 김휘집은 한국이 0-2로 지고 있어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에서 손성빈(21·롯데 자이언츠)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볼 3개를 기다렸고 하나의 공을 지켜본 후 높게 들어오는 시속 141㎞ 직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도쿄돔의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한 큼지막한 타구였다.

이 홈런을 지켜본 김도영(20·KIA 타이거즈)은 "신기했다. 어떻게 그렇게 쉬다가 나가서 홈런을 치지 하고 놀랐다. 스윙 한 번에 그렇게 치셔서 대단하다 생각했다"고 짜릿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김휘집의 홈런이 터져 영봉패를 면했다. 그대로 졌다면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텐데 홈런을 때려 그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칭찬한 데 이어 김휘집에게 18일 대만전 5번·지명타자로 첫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강백호(24·KT 위즈)가 빠져 공석인 지명타자 자리를 그때그때 타격감이 좋은 선수에게 준다는 생각에서였다.

김휘집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나간 데 이어 2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는 높게 들어오는 직구를 밀어 쳐 중전 2타점 적시타로 4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4회에는 유격수에게 향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보였고 6회에는 사구로 3출루 경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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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집(오른쪽)이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3차전에서 2회말 2사 만루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휘집은 타점 상황에 "구종을 노려치진 않았다. 상대가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투수라 생각해서 타이밍이 늦지 않게 센터 방향으로 가져가려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사구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아프지 않았는데 엉덩이 살이 없는 곳에 맞아 계속 아프다. 그래도 출루는 출루니까 기분은 좋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 옆에서 김휘집을 기다리던 선배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과 어디에 맞았는지를 두고 옥신각신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휘집은 살이 없는 쪽에 맞았다고 주장했지만, 김혜성은 "살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분명히 봤다"며 강조한 것이 웃음 포인트였다.

결승전 선발 출격이 유력한 가운데 김휘집은 최고 시속 159㎞를 던지는 강속구 우완 투수 이마이 타츠야(25·세이부 라이온즈)를 상대한다. 올해 성적은 19경기(133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0, 133이닝 130탈삼진.

경기 전 "오늘(18일) 꼭 잘하겠다. 결승에 올라 일본에 설욕하고 싶다"던 다짐을 지켰다. 그 마음은 여전했다. 김휘집은 "타석에서 치다 보니 스스로 힘이 많이 들어간 부분이 있었다. (결승전에 나가게 된다면) 오버 스윙을 자제하려고 한다"며 "도쿄돔이 고척돔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시선 처리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난 돔이 좀 편한 것 같다"고 맹타의 이유를 밝히며 결승전 활약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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