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이 20일 LPGA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고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양희영. /AFPBBNews=뉴스1 |
양희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에서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5개, 보기 한 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양희영은 공동 2위 앨리슨 리(미국), 하타오카 나사(일본·이상 24언더파 264타)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무려 200만 달러(25억 9300만 원)로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과 함께 역대 LPGA투어 최고액이다.
시즌 최종전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양희영이 6번째다. 2011년 박희영을 시작으로 2012년 최나연, 2019년 김세영, 2020~2021년 고진영이 두 차례 달성을 했다.
통산 4승을 거둔 관록의 양희영이지만 5년 가까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마지막 우승은 2019년 2월 혼다 타일랜드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꾸준히 톱 10에 올랐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기뻐하는 양희영. /AFPBBNews=뉴스1 |
양희영이 우승 기념 골프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전날 LPGA와 인터뷰에서 양희영은 "처음 왼쪽 팔에 테니스 엘보가 생겼을 때 내 경력이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100% 완전히 돌아온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있는 곳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메인 스폰서인 우리금융그룹과 계약이 끝나 외롭게 대회에 나서야 했던 양희영이다. 그는 이번 대회 어떤 스폰서도 적혀있지 않은 민무늬 모자를 쓰고 나섰다.
그럼에도 기세를 살려 이번 대회 고공행진을 펼쳤다. 첫날 4언더파, 둘째 날엔 무려 9언더파를 기록한 그는 셋째 날에도 8언더파로 공동 선두로 최종일 일정을 시작했다.
3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리더보드에서도 2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머지않아 바운스백에 성공했다. 7번 홀(파7)과 8번 홀(파3)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한 타를 줄였고 10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낚아 공동선두로 재도약했다.
13번 홀 웨지샷을 날리는 양희영. /AFPBBNews=뉴스1 |
세컨드샷이 홀컵에 빨려들어가는 이글샷 장식 후 양희영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하타오카가 흔들리는 사이 양희영은 17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신했고 하타오카가 18번 홀(파4)에서 파에 만족한 가운데 양희영은 다시 한 번 버디를 낚아 완벽한 마무리를 장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한국 선수들은 4승에 그치고 있었는데 양희영의 최종전 우승으로 5승으로 마감할 수 있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함께 대회에 출전한 김효주(28·롯데)와 유해란(22·다올금융그룹) 등이 샴페인을 뿌리며 선배의 우승을 축하했다.
더불어 양희영의 미국 땅 첫 우승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양희영은 2008년 LPGA투어 진출 후 4승을 거뒀으나 이전엔 모두 아시아 대회(태국 1승, 한국 1승)에서 거둔 결과였다. 데뷔 후 15년 만에 드디어 미국 본토까지 정복해냈다.
이날 양희영의 우승으로 한국은 고진영(2회), 유해란, 김효주에 이어 올 시즌 우승자를 4명으로 늘리며 도합 5승을 합작해냈다.
챔피언 퍼트를 하는 양희영. /AFPBBNews=뉴스1 |
우승 확정 후 감격스러워하는 양희영. /AFPBBNews=뉴스1 |
유해란(왼쪽)과 김효주(오른쪽)이 양희영에게 축하를 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김효주는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쳐 최저타수상 수상은 아쉽게 놓쳤다. 수상자는 20언더파 268타로 5위에 오른 아타야 티띠꾼(태국)이 수성했다.
신인왕을 조기 확정한 유해란은 최종 9언더파 279타 공동 3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아림(27·한화큐셀)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16위, 김세영(30·메디힐)과 최혜진(24·롯데)은 12언더파 276타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막대한 상금을 거머쥔 양희영이지만 내년엔 상금 규모가 더 불어난다. 대회 주최사인 CME그룹은 지난 16일 2024년과 2025년에도 대회를 개최하기로 발표하며 내년부터 대회 총상금을 1100만 달러(142억 원)로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메이저대회가 아닌 경우엔 통상 총상금 규모가 200만 달러 수준인데 내년부터는 우승 상금만 올해의 2배인 400만 달러(51억 원)로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남자 대회를 통틀어 봐도 사우디국부펀드를 등에 업고 막대한 자금력으로 선수들을 끌어들였던 LIV 골프의 우승자 상금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의 메이저대회 우승 상금보다도 많다. 유일하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450만 달러)만이 이보다 더 큰 우승상금이 걸려 있는 대회다.
테리 더피 CME그룹 회장은 논란 끝에 남녀 상금액을 동일하게 책정한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착안해 남자 대회 수준과 맞춰 상금 규모를 증액하기로 결심했다.
최저타수상을 수상한 티띠꾼(왼쪽부터)과 우승자 양희영,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차지한 릴리아 부.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