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망망대해 속 캐릭터 찾기, 흰머리 생겨"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11.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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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 사진=영화 스틸컷
배우 정우성이 '서울의 봄' 속 이태신을 망망대해 속에서 찾아냈고,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연기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발자국은 그 의미가 깊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배우 정우성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정우성은 신념을 가진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날 정우성은 영화를 처음 본 뒤 "기가 빨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수라' 때는 영화를 보고, 야구공으로 맞은 느낌이었는데 '서울의 봄'은 이태신의 감정에 이입이 되기도 하고, 이태신과 대립하는 무리들의 감정에도 이입이 됐다. '서울의 봄' 세계관이 만들어낸 정서에 함몰된 거다"라며 "감독님이 '아수라' 때부터 인간의 본성을 담으려고 애쓰셨는데 '서울의 봄'에서도 어떤 사건보다 인간의 감정, 선택, 심리에 집착하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봄'은 12.12 사태라는 역사적인 사건 안에 인간을 올려놓고, 인간의 갈등과 선택에 대해 냉소적으로 그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온갖 감정이 몰려오면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김성수 감독의 영향이 크다고.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정우성은 "사실 '헌트'와 비슷했다기보다는 한 인물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보는 이태신의 캐릭터가 저해되진 않을까 걱정했다"며 "감독님께 그런 고민을 던져드리고, 대답을 들었다. 근데 김성수 감독님과 함께 하면 작업의 치열함 속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만족감이 있다. 김성수 감독님의 영화이기 때문에 선택한 게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은 점점 더 집요해지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것 같다. 현장을 즐기시는 모습이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큰 영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늘 감독님과 작업이 즐겁다. 정말 많은 캐릭터가 다 살아있다. 특히 감독님의 집요함과 에너지에는 정말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다"고 존경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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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특히 60명이 넘는 캐릭터가 하나하나 살아있는 데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는 "사실 많은 캐릭터가 나오면 독이 될 수 있다. 지휘자의 협주가 제대로 안 되면 부산스럽고, 산만할 수 있다. 저는 진짜로 감독님 집요하게 한 순간도 긴장 안 놓고, 모든 캐릭터를 관찰하시면서 이 엄청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셨다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님이지만 더욱더 인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태신 역을 연기한 데 대해 "사실 전화로 감정에 호소하는 연기만 하는 게 지치더라.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게 이태신 입장에서는 그 직책과 직무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거다. 그 힘에 부딪힐 때 우유부단해질 수도 있고, 이길 확률이 있는 쪽으로 붙고자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걸 다 배제하고, 연기를 하려니까 답답함이 있었다. 그 답답함에서 생기는 외로움이 더해지면서 이태신 캐릭터가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신은 영화적 설정이 가미된 허구의 인물이다. 저도 흰머리 분장을 했다. 의상이나 분장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한데 전두광의 분장을 보고, '나는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저의 분장은 상대적으로 도움이 안 됐다"며 "웃긴 게 분장팀이 흰머리를 붙이고 색칠하면서 '선배님은 흰머리도 안 난다'라고 하더니 영화 중반 이후에는 실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고 하더라. 제가 '김성수의 힘이다'라고 외쳤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이태신을 준비한 과정에 대해 설명하기도. 정우성은 "감독님이 가장 많이 보내주신 게 제 인터뷰였다. UN 난민기구 친선대사 인터뷰를 보내주면서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막연하더라. 인터뷰를 하면서 제 조심성, 침착함을 발견하신 것 같다. 난민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사회 구성원에게 전달할 때 강요할 수 없고, 깨우쳐 주는 게 아니다. 올곧게 사실을 전해야 하는 거기 때문에 그런 자세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이태신과 겹쳐보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제 실제 모습보다는 그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하셨다. (전두광은) 어떻게 보면 본분을 망각한 사심의 폭주다. 근데 제가 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불과 불의 싸움이 된다. 감독님은 불과 물의 싸움을 원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망망대해에서 찾는 느낌이었다"고 밝힌 정우성은 '서울의 봄'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냈고, 작품 공개 이후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외모에 대한 칭찬에는 "사실 촬영할 때는 나에 대해 '멋있다', '이 신 좋다'고 못 느낀다. 멋은 타인이 보고 평가해주는 거다. 스스로 멋을 의식하는 순간 폼만 남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이태신을 이렇게 멋지게 봐주시는구나' 싶어서 놀라긴 했다. 그렇다면 이태신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또 어떤 모습을 멋지다고 얘기해 주시는지 생각해보면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걸 또 누군가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며 "이태신이 대의명분과 정의, 군인 정신을 계속 얘기했으면 보시는 분들도 피곤했을 거다. 근데 이태신은 '내 이름 석자 앞에 뭐라고 써있는지 봐라'라며 본분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이태신의 우직함, 책임을 지키려는 모습을 멋지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잘생긴 건 맞다"고 쿨하게 인정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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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 사진=영화 스틸컷
'서울의 봄'은 정우성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영화를 보고 제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라는 말을 해주시는데 어느 순간 작품이 제게 어떤 의미로 남아야 하는지 규정짓기 어렵더라. 시간이 지나고, 먼 발치에서 바라볼 때 그 의미가 커질 수 있다"며 "'서울의 봄'도 보시는 분들마다 의미가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보고난 후 곱씹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연출을 맡은 영화 '보호자'의 개봉, '웅남이', '달짝지근해: 7510', '거미집' 특별출연, '서울의 봄', 공개를 앞둔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까지 바쁘게 달려온 정우성이다.

그는 "이제 지쳐서 쉬려고 한다"며 "일부러 올해 많은 작품을 보이려 계획했던 건 전혀 아니다. '보호자' 촬영을 끝내고 오래 전부터 준비하던 '고요의 바다'를 제작하며 현장을 지켰다. 이후 '헌트', '서울의 봄'을 차례로 찍으며 중간중간 카메오 출연을 했다. 또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3년 전부터 하자고 이야기했던 작품인데 우여곡절 끝에 이제 촬영하게 됐다"며 "사실 '카메오는 이런 것'이라고 세상에 각인시킨 것 같다. 상이라도 달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쉬면서 생각하는 건 '다음 작품은 뭐하지?' 일 거다. 다음 스텝이 뭐일지는 저도 모른다. 연출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있으니까 그것도 준비할 거고, 제안받는 것 중에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출연할 것"이라며 "어떤 게 우선시 된다고 할 순 없다. 그 타이밍에 적절하게 준비되는 걸 우선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열일'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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