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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25일 2023 곰들의 모임 행사 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7개월에 거쳐 132경기를 치러 치렀다. 유망주들이 주로 나서는 마무리 훈련에도 참가했다. 반등의 열쇠를 찾은 35세 베테랑은 그 감각을 잃어버릴라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짐을 싸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재환(35·두산 베어스)이 누구보다 뜨겁게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두산의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한 이래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의 제안으로 1대1 특별 과외를 받은 김재환은 올 시즌 내내 보였던 어두운 표정과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를 풍겼다. 거의 한 달 가깝게 1만 8000개의 공을 때리며 많은 걸 깨닫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곰들의 모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며 "연습하면서 나도 좋다는 느낌도 들고 자신감도 생겼다. 감독님도 좋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진정성 있게 느껴져 더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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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
지난해 9위에 머문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은 '왕가의 재건'을 위해서는 김재환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고 4번에서 시작해 많은 타순을 거쳤음에도 타율 0.220 10홈런 4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74로 시즌을 마쳤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3위(3.92)임에도 팀 타율 9위(0.255)에 그치며 5위에 만족해야 했고 이 중에 김재환이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다. "내 자신에게도 미안했다"고 밝혔을 만큼 실망감이 큰 시즌이었다.
시즌 종료와 함께 내년 시즌 숙제로 '타선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고 이를 위해선 김재환의 부활이 전제돼야 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에게 1대1로 붙어 특별 지도에 나섰다. 김재환은 "훈련 첫날부터 7박스를 쳤다. 근육통이 일주일은 갔다. 나중엔 무의식 중에 쳤다"고 했다.
맹목적으로 타격 훈련에만 몰두한 건 아니다.선수 생활 내내 감독과 단둘이 이토록 오랜 시간 함께 한 적이 없었다는 김재환은 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재환은 "너무 감사했다. 영광스러운 대우를 받았다"며 "연습을 많이 했다고 좋아질 것이라는 것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연습했다는 기분에 그래도 좋아지지 않을까. 나름대로의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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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
이어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사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미국에 간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는 프로야구의 비활동기간이다. 야구 선수들이 1년 중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김재환은 휴식마저도 반납하고 훈련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초 출국 일정은 더 빨랐으나 팬들과 만남을 위해 최대한 미룬 게 이날이었다. "빨리하고 와야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도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즌까지 남은 시간은 길고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겨날지 또 모른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자만 느낌이 너무 좋다. 시즌 때 잘할 것 같다는 것도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지만 느낌은 좋다. 자신감도 생긴다"며 "확정적으로 뭘 말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캠프 때도 똑같은 폼으로 할 순 없다. 그 사이에 또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더 좋아질 수도 있기에 오히려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등이라는 목표 뒤엔 팀이 자리하고 있다. 김재환은 "두산은 순위가 어떻든 간에 가장 윗자리를 보고 가는 팀이다. 매년이 기회가 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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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왼쪽)과 이승엽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