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눈물의 사과 '수원 레전드 마지막이 이렇게...' 연막탄 투척, 팬심마저 냉혹했다 [수원 현장]

수원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1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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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확정에 고개를 숙인 염기훈 감독대행.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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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인 수원삼성 선수단 앞에 팬들이 던진 연막탄이 떨어졌다. /사진=뉴시스 제공
"제가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됐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다. 팬분들께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수원삼성의 레전드 염기훈(40) 감독대행이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강등 현실은 냉혹했다. 레전드의 사과도 성난 팬심을 달랠 수는 없었다. 심지어 수원 팬들은 붉은색 연막탄까지 내던졌다. 염기훈 대행을 비롯한 수원 선수단 앞에 연막탄이 떨어졌다. 수원 구단을 위해 13년을 헌신한 베테랑의 은퇴 경기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염기훈 대행의 간절한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8라운드 최종전 강원FC와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강원FC(10위), 수원FC(11위)를 제쳐내기엔 승점 1은 부족했다. 결국 수원은 최하위(12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5년 창단 이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쓰라린 강등 아픔을 겪게 됐다.

충격적인 강등에 염기훈 감독대행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벤치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며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잡혔다.

국가대표 윙어 출신 염기훈 대행은 모두가 인정하는 수원의 대표 레전드다. 지난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뒤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무려 13년 동안 수원 한 팀에서만 뛰었다. 올 시즌이 은퇴 시즌이었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지난 해 생각했던 은퇴까지 미루고, 플레잉 코치로 시즌에 임했다. 지난 9월부터는 갑작스럽게 경질된 김병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원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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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대행.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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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확정에 실망하는 수원삼성 선수단. /사진=뉴시스 제공
보통 현역 마지막 경기라면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강등 현실에 염기훈 대행은 그럴 수 없었다. 눈물의 사과만 남겼다. 염기훈 대행은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선수들도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며 "수원은 다시 올라갈 것이다. 선수들도 힘을 내줬으면 한다. (감독대행을 맡은 것에) 제 선택에 후회는 없다. 제가 부족했기에 이런 상황이 왔다. 팀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역 유니폼을 벗게 된 염기훈 대행이지만 아직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지도자의 길을 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만 정든 수원 구단과는 이별할 수 있다. 염기훈 대행은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어디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으나 지도자의 꿈을 계속 갖고 나갈 것이다. 수원 구단과 향후의 일은 다시 한 번 얘기해봐야 한다. 수원이 됐든 다른 데서든 지도자의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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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감독대행.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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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는 수원삼성 선수단. /사진=뉴시스 제공
그러면서 "지난 해 은퇴하려고 했지만 올해 플레이코칭을 맡았다. 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는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수원을 응원하겠다. 또 수원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고 약속했다.

프로축구 대표 '전통명가' 수원은 1995년 창단 이래 28년 동안 4번의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도 올랐다. 하지만 조금씩 성적이 떨어졌다. 지난 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수원이지만, 올해에는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염기훈 대행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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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사과하는 염기훈 감독대행(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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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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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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