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운전도 기꺼이' 자상한 키움 우완은 국대 여동생에게 늘 롤모델이었다 "노력파 오빠, 정신력 배우고파"

마포=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12.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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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왼쪽)과 그의 오빠 키움 이명종이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전날(17일) 서울에서 밤늦게 내려와 하루만큼은 휴식을 취하려 했으나, 하나뿐인 여동생의 수상 소식에 청주서 서울까지 약 150㎞의 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자상한 오빠의 등을 보며 자란 여동생은 대한민국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선수로 성장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을 개최했다. 올해를 빛낸 아마추어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참석한 가운데 여자 대학 부문 우수투수상에는 이예린(19·단국대)이 선정됐다.


이예린은 올해 리그 9경기(34⅔이닝)에 출전해 7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종별 최우수선수상과 우수투수상, 회장기 최우수선수상과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그런 이예린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석교초-세광중-세광고 졸업 후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우완 이명종(21)이었다.

최근 본가인 청주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이명종은 지난 주말 선배들의 결혼식 일정을 소화하고 이날 하루만큼은 쉬려 했다. 하지만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대신해 여동생을 데리고 직접 3시간 거리를 운전해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이명종은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이)예린이가 어릴 때부터 워낙 상을 많이 받아서 익숙하다"고 답하면서도 동생과 눈을 마주치자 씨익 웃으며 뿌듯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여동생이 야구의 길에 들어선 것도 오빠 이명종 때문이었다. 이예린은 석교초 4학년 시절 먼저 야구를 시작한 오빠를 따라갔다가 감독에게 권유를 받았고, 중학교 진학 무렵에는 소프트볼로 전향했다.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오빠와 달리 이예린은 어릴 때부터 큰 키와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연령대별 소프트볼 국가대표팀에 매번 나서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 10월 마무리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홍콩전 4이닝 1실점으로 첫 국제대회 승리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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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왼쪽)과 그의 오빠 키움 이명종이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이예린은 "자식 둘이 운동을 하게 되면 한쪽에 지원이 쏠릴 수 있는데 우리는 오빠였다. 어릴 때는 그런 부분이 솔직히 서운한 것도 있었는데 오빠랑 나랑 성향이 달랐다. 오빠는 부모님이 챙겨줘야 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혼자서도 잘하는 유형이라 내게는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대표팀은 많이 갔지만, 국제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긴장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 신났다. '기회를 주신 만큼 열심히 신나게 던지고 내려와야겠다' 생각하고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서운함은 친구처럼 때로는 듬직한 오빠의 모습에 사그라들었다. 이예린은 "오빠랑 장난을 많이 친다. 야구도 많이 알려주는데 오빠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항상 조용조용히 이야기한다. 올해 내 마지막 경기 때도 직접 와서 멘털적인 부분이나 볼 배합 등을 알려줬다. 이번에 항저우에 가게 됐을 때도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으니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고 오라'고 응원해 줬다"고 활짝 웃었다.

단단한 정신력이 강점인 오빠 이명종은 선수로서 롤모델이기도 했다. 프로 2년 차 시즌을 끝낸 이명종은 고졸 신인임에도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받아 통산 72경기 9승 6패 평균자책점 5.23, 84⅓이닝 46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강점은 홍원기 키움 감독도 인정하는 정신력이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0㎞ 초반에 지나지 않음에도 배짱 있는 투구로 1군 선배들을 곧잘 상대했고 올해는 최고 구속을 147㎞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겨울에도 평균 구속을 높이는 쪽으로 훈련에 매진 중이다.

이예린은 "내 롤모델이 우리 오빠다. 내가 운동 유전자를 다 가져가고 오빠는 노력파인데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배우고 싶다. 오빠가 고등학교 시절에 팔꿈치를 다쳐 유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픈 데도 참고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 프로가 된 만큼 오빠가 더 잘 되고 멋있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오빠를 응원하는 만큼이나 본인의 꿈도 놓을 생각이 없다. 이예린은 "원래 내 꿈이 소프트볼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올해 이뤘다. 이 꿈을 계속 유지하면서 30세 넘어서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소프트볼이나 야구 쪽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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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왼쪽)과 그의 오빠 키움 이명종이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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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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