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수원 삼성 감독 기자회견에 참석한 염기훈 감독.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
박경훈 단장(왼쪽)과 염기훈 감독.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
염기훈 감독은 김병수(53) 전 수원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인 것이 억울한 입장이었다. '쿠데타설' 질문을 받자 염기훈 감독은 이례적으로 열변을 토했다. 목소리는 흥분한 듯 격양됐고 눈시울도 살짝 붉어진 모습이었다. 염기훈 감독은 "김병수 감독을 내보내기 위해 P급 지도자 자격을 따러 갔다는 말을 들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없었던 일이다. 나는 떳떳하다"라고 말했다.
괴소문에 휩싸인 뒤 가족들도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염기훈 감독은 "저와 가족 모두 힘들었다. 어디서 얘기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모든 것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나"라며 "부인도 힘들어했다. 개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락도 받았다더라. 축구 인생 중 이번 겨울이 가장 힘들었다. 쉬지도 못했다. 쿠데타라는 말 때문에 부인도 엄청 울었다"라고 토로했다.
이미 P급 지도자 자격증은 꽤 오랜 기간 준비하고 있었다. 염기훈은 이미 선수 전성기를 넘어 황혼기에 접어드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감독 대행직 도중 염기훈 감독은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위해 잠시 팀을 떠난 바 있었다. 염기훈 감독은 "자격증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병근(50) 전 감독 얘기가 나와서 죄송스럽지만, 그때도 오랜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도 허락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쿠데타' 오명과 지도자 경험이 없다시피 한 염기훈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은 탓인지 팬들의 여론은 싸늘했다. 염기훈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감독 대행 때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플레잉코치 때는 뭘 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였다"라며 "만약 제가 계산이 빨랐다면, 감독 대행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팀을 바라봤다. 정식 감독 제안 당시 부인도 반대했지만, 감독 대행 때 분명 구단이 변하는 걸 봤다. 외부에서는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어 정식 감독직을 맡았다"라고 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박경훈(왼쪽) 단장.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
지난해 K리그1에서 유일 강등 아픔을 겪은 수원이다. 창단 이래 첫 K리그2로 향한 수원은 지난 9일 염기훈 감독 부임 소식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박경훈(63) 단장이 8일 부임한 지 하루 만이었다. 염기훈 감독은 정확한 감독 선임 일자를 묻자 "구단과 얘기는 계속하고 있었다. (박경훈) 단장님이 오시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전에는 결정할 수 있는 분이 아무도 계시지 않았다"라고 시인했다.
박경훈 단장은 "결정은 제가 내렸다. 수원의 현 문제점은 패배감이라 봤다.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목표를 가진 염기훈 감독을 선택했다. 비록 지난해 강등됐지만, 염기훈 감독은 선수단의 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라며 "저는 K리그1, K리그2, 테크니컬 어드바이저, 교수 등 경험이 많다. 염기훈 감독이 구단의 레전드로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돕겠다"라고 다짐했다.
수원의 최고 과제는 승격이다. 명가 재건을 위한 초석이다. 염기훈 감독은 "오로지 승격만 바라보고 있다. 팬들의 걱정은 충분히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은 오래 했고, 지도자 생활은 짧았다. 하지만 이번에 모든 걸 걸겠다. 책임질 자신도 있다. 모든 결정은 팀을 위해 하겠다고 선수들에게도 말했다"라고 강조했다.
박경훈 단장.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
수원 엠블럼 앞에서 사진을 찍은 박경훈 단장(왼쪽)과 염기훈 감독. /사진제공=수원 삼성 블루윙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