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오른쪽)이 27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아본단자 감독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커플 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KOVO |
K-스타 선수들이 일렬로 늘어서 합동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KOVO |
27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관중 612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6415석을 가득 메우진 못했지만 충분히 많은 팬들이 시즌 최고 축제의 현장을 즐겼다. 선수들은 다양한 볼거리로 역대 올스타전 중 역대 5번째 최다 관중 기록을 이끈 배구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안겼다.
KOVO 관계자는 "경기를 앞두고 취소표가 많이 발생해 아쉽게 매진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웠으나 현장을 찾은 관중들로서는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준비한 많은 볼거리를 만끽했다.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3시였으나 팬들은 공식 입장 시간인 오전 11시 30분 이전부터 길게 줄을 서 대기하며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27일 삼산월드체육관이 6000여 관중들로 가득 차 있다. |
축하 공연에 나선 다이나믹 듀오. |
'명랑운동회와 케와브'에서 인간 컬링 대결, 단체 줄넘기, 판 뒤집기 등에 나선 선수들은 본격적인 행사 시작을 준비했다.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는 미니 콘서트를 열어 흥을 끌어올렸다.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오른 두 베테랑 김연경(흥국생명)과 신영석(한국전력)은 각각 "올해는 경기력보다 퍼포먼스에 조금더 신경 쓰려 한다. 지난해 세레머니상을 못 받았기 때문에 올해 한번 노려보겠다", "올스타전은 정신줄을 놓고 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도 한 번 제대로 놀아보겠다"고 특별한 팬서비스 정신을 불태웠다.
카운트다운 이후 경기장 상단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고 화려한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한 명 한 명 소개될 때마다 관중들의 폭발적인 환호성이 나왔다. 선수들은 저마다 개성을 살려 입장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특히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임성진(한국전력)과 김지한(우리카드)의 입장 땐 뜨거운 함성이 삼산체육관을 뒤덮었다. 박경민(현대캐피탈)은 깜찍한 캐릭터 옷을, 곽승석은 회전판이 돌 때 넘어지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올스타 팬 투표 전체 1위 김연경의 입장 땐 함성소리가 차원이 달랐다.
세리머니를 펼치는 K-스타 바야르사이한(왼쪽부터), 임성진, 임동혁. /사진=KOVO |
경기 전 올스타 팬 투표 1위 부상으로 받은 곰 인형을 팬에게 선물하는 김연경(가운데). /사진=뉴스1 |
전광인이 팬들에게 올스타전 기념 배지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KOVO |
남자부가 나선 1세트, 여자부가 출전한 2세트로 진행된 올스타전 본 경기는 팬들에게 무수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선수들은 득점 때마다 계속해서 댄스 파티를 열었고 남자부 경기엔 여자 선수들이 출전하기도 했고 여자부 경기엔 각 팀 사령탑들이 출전하는 등 이색 재미를 제공했다. 직접 비디오판독관으로 변신해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나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슬릭백 세리머니를 펼치고 디그 '헐리우드 액션'을 펼치며 몸을 사리지 않은 신영석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열정적인 댄스 파티를 연 김연경은 공언한대로 세리머니상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으로 팬서비스에 임했다.
신영철 감독은 팀이 12-18로 끌려가고 있는 1세트 테크니컬 타임을 불러 "이렇게 하면 팬들이 재미가 없다"며 선수들에게 일침을 놨다. 더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라는 지시였고 직후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오지영이 전위에 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뒤 댄스 세리머니를 해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2세트 본격적인 나이트가 개장했다. 세트 초반부터 댄스 배틀이 열렸다. 득점한 팀이 먼저 세리머니를 했고 실점한 팀에서도 같은 댄스로 맞붙으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재미를 자아냈다.
세리머니상을 수상한 김연경(왼쪽)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아본단자 감독. /사진=뉴스1 |
줄넘기와 함께 슬릭백 세리머니를 하는 신영석. /사진=KOVO |
평소 한국전력을 응원한다는 서울시 금천구에서 친구 장안아씨와 함께 현장을 찾은 오서현(20)씨는 "원래 기대했던 경기였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선수들이 많이 준비를 한 것 같다"며 "신영석 선수가 슬릭백을 한 게 가장 재미있었다. 베테랑 선수가 그렇게 준비할 줄도, 2관왕을 할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작년 올스타전이 방송이나 SNS 등에서 많이 화제가 돼 그로 인한 유입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영상으로만 보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많은 '짤'이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고 또 한 번의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냈다.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경기장을 떠난 이들이지만 큰 기대를 품은 만큼 다소 아쉬움도 남았다. 정성현씨는 "남자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다소 아쉬웠다"고 전했고 장안아씨 또한 "남자 선수들에게도 다양한 매력이 있고 이를 보고 싶었는데 여자 선수들에 비해 세리머니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단 두 세트로 진행됐음에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댄스 세리머니로 경기 종료는 예정보다 30분을 훌쩍 넘겨 종료됐다. 경기 후반엔 다소 지루했던 탓일까. 일부 팬들은 경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오서현씨는 "팬들이 먼저 빠져나간 게 아쉬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독 댄스를 펼치는 양효진. /사진=KOVO |
남다른 춤사위를 뽐낸 이다현. /사진=KOVO |
올스타전은 한 시즌 중 열리는 가장 큰 잔치다. 가장 중요한 건 관중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특별한 추억을 안기며 나아가 경기장을 찾지 않은 팬들에게 배구에 관심을 생기게끔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생각도 같았다.
세리머니상을 수상한 신영석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어린 선수들이 많이 뽑혀서 끼를 보여줬다. 저번 배구 대표팀에서 실망을 많이 드렸는데 '왜 배구를 보러 가야 하냐'는 말도 들었다"며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한국 배구를 끌어가야 할 선수들이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기대하고 많이 응원해주시면 올림픽에도 다시 나갈 수 있는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실망하셨겠지만 기대해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백전노장 신영석이 2주 전부터 고민하며 올스타전에 대비한 것도 바로 배구 흥행을 위한 것이었다.
김연경 또한 "워낙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는데 아무것도 준비 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준비를 했다"며 "앞으로 올스타전을 하면 얼마나 하겠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배구 팬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많이 없기에 뜻 깊고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남은 건 5,6라운드 팀 별 12경기 씩이다. 남녀부 42경기씩 총 84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날 올스타전이 팬들의 관심의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했다면 남은 기간 선수들의 경기력과 순위 경쟁이 한 명이라도 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게 만드는 데 더 힘을 보탤 수 있다.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치면 이러한 선수들과 배구 관계자들의 노력을 성적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팬들과 함께 사전 이벤트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양 팀 선수들. |
양 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