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손흥민(가운데)이 호주 선수들 사이에서 공을 몰며 질주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그래서 이번 호주와 8강전은 한국으로서는 설욕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공교롭게도 9년 전 호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앤지 포스테코글루(59)는 현재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활약 중인 토트넘의 감독이기도 하다.
두 팀의 대결이 흥미로운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 아시안컵 출전국 가운데 대표적인 순혈주의 팀이고 호주는 대표적인 다문화 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다문화 선수는 오직 1명이었다. 1998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뛴 수비수 장대일(49)이다.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그는 대형 수비수 재목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호주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달 28일 인도네시아와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호주에 일찍 정착한 영국인들은 크리켓과 럭비에 빠져 들었지만 나중에 이민을 온 남부와 동부 유럽 사람들은 축구를 즐겼다. 그래서 유럽 대륙의 이민자들은 호주에서 민족별로 축구 클럽을 조직했다.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영국계 호주인들은 그래서 이들이 하는 축구를 '이민자들이나 하는 스포츠'란 뜻의 '오그볼(Wogball)'이라 부르며 천대했다.
하지만 1974년 월드컵 본선 진출부터 시작된 호주 축구의 르네상스는 이민자 세대가 이끌었다. 이후 호주 축구의 스타일은 단순한 '킥 앤 러시'에서 다문화 선수들의 세밀한 개인기가 조금씩 가미되기 시작했다.
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한 호주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이번 호주와 8강전에서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은 호주 수비 라인에서 시작하는 빌드 업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는 것이다. 호주의 빌드 업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다문화 출신의 수비수 사우터와 베히치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수비 진영과 하프 라인을 넘나들며 호주 축구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두 선수가 매끄러운 패스 연결로 공격을 전개하면 호주의 리듬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
2023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한국은 이후 경기에서는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래서 2월 1일 기준으로 옵타가 집계한 한국의 '프레스드 시퀀스' 수치는 56개로 상승했다. 말레아시아와 사우디전에서 나타난 한국의 '프레스드 시퀀스'는 모두 37개로 앞선 두 경기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늘어난 셈이었다.
황희찬(위)이 지난 달 3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골키퍼 조현우와 함께 기뻐하고 윘다. /AFPBBNews=뉴스1 |
하지만 한국은 체력 부담 때문에 전면적인 압박 축구를 펼치지는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경기 초반 호주 수비 라인의 빌드 업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2023 아시안컵에서 가장 격렬한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과 호주의 8강전에서 클린스만호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