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리베로 김채원. /사진=한국배구연맹 |
삼성화재 리베로 이상욱. 이상욱은 김채원의 둘째 언니와 지난 2020년 결혼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IBK기업은행은 7일 경상북도 김천에 위치한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5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3-0(25-20, 26-24, 25-18)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30일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거둔 승리 이후 무려 39일 만의 승리다. 이로써 5연패를 탈출한 5위 IBK기업은행(12승 14패·승점 36)은 4위 정관장(13승 13패·승점 41)과 승점을 5점 차로 좁히고 봄 배구 가능성을 조금 높였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29·등록명 아베크롬비)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득점, 표승주와 황민경이 각각 11점, 10점을 올리는 등 삼각편대의 활약이 컸다. 하지만 원활한 공격이 돌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무릎 부상을 당한 주전 리베로 신연경(29) 대신 선발 투입된 김채원의 숨은 활약이 있었다. 이날 김채원은 64.29%의 리시브 효율에 21개의 디그 시도 중 19개를 성공하는 등 후방에서 폭발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경기 후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전반적으로 수비 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한 대로 잘된 것 같다. 상대의 공격 성공률을 떨어트린 것이 주된 이유"라고 총평하면서 "오늘(7일) 김채원은 8~90점 줘도 될 활약이었다. 선발로 내보낼 때 걱정도 했는데 오늘은 밖에서 편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본인도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날의 히어로로 꼽았다.
IBK기업은행 리베로 김채원(왼쪽)과 김호철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
IBK기업은행 리베로 김채원(왼쪽)과 황민경. /사진=한국배구연맹 |
함께 수훈 선수 인터뷰에 들어온 황민경도 김채원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민경 역시 목 디스크가 있어 훈련에 100%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이날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황민경은 "전날(6일) (김)채원이가 내게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난 '서로 도우면서 하는 거지 뭐'라고 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히며 "오늘 채원이는 1세트 더블 콘택트 범실 말고는 괜찮았다. 연습 때보다 더 잘했다. 이틀 동안 경기에 뛸 준비를 하면서 훈련 때는 평소 리듬보다 못 한 것이 있었는데 경기에서는 바로 리듬을 찾고 잘했다"고 칭찬했다.
김채원은 2015~2016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뒤 2020~2021시즌을 마치고 실업팀 수원시청 배구단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3년간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리베로 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올 시즌 IBK기업은행으로 프로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주로 신연경의 백업 역할을 하면서 평균 리시브효율 28.40, 디그 1.217개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디그보다 리시브가 자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힌 김채원은 "실업팀에서 경기 감각을 익힌 것이 더 플러스가 된 것 같다. IBK에 와서 주전은 아니지만, 교체로 뛰면서 경기 감각을 살리려 노력했다. 이제 연차가 있다 보니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니 이런 날도 오는 것 같다. 이겨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발 출전에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채원은 "스스로에게 60점을 주고 싶다. 언니들이 잘 받아주고 때려줘서 리듬을 찾을 수 있었을 뿐,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신)연경 언니 자리다 보니 부담이 크다. 연경 언니가 주장이기도 하고, 언니들한테 긴장된다고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연습할 때도 항상 후회 없이 하자고 다짐하며 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활약에는 형부 이상욱의 한마디도 컸다. 4년 전 김채원의 둘째 언니가 리베로 이상욱과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또 하나의 배구인 가족이 탄생했다. 김채원은 이날 경기 전 선발 출전을 앞두고 형부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때 이상욱은 "긴장하지 말고 설레어라. 시청 때 뛰던 거 생각하면서 그냥 즐겨"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김채원은 "프로는 (실업팀인) 시청 때랑 볼 차원이 다른데..."라고 웃으면서도 "형부가 같은 포지션인 리베로라 항상 형부의 리시브 자세나 움직임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뛴다. 소통이 잘 되다 보니까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IBK기업은행 리베로 김채원(노란 옷)이 7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승리한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
IBK기업은행 리베로 김채원(노란 옷)이 7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승리한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