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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2일(한국시간) 캐나다를 꺾고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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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오키나와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 선수단. /AFPBBNews=뉴스1 |
흥미롭게도 일본 여자와 남자농구 대표팀의 플레이 스타일은 엇비슷하다. 두 팀의 플레이 스타일은 스피드, 수비 조직력과 3점슛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본 농구의 전형이 된 이른바 '다이내믹 바스켓볼'은 유럽이나 북미의 강호들에 비해 일본 대표팀 선수들의 신장이 작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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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농구 대표팀의 야스마 시오리(가운데). 그의 신장은 161㎝이다. /AFPBBNews=뉴스1 |
일본 남자 농구 팀의 가드로 지난 해 농구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킨 가와무라 유키(23·요코하마 B콜세어즈)의 신장도 172㎝에 불과하다. 그 역시 스피드와 뛰어난 드리블 기술에 정밀한 3점슛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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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의 가와무라 유키(왼쪽). /AFPBBNews=뉴스1 |
이와 같은 문화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만화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포인트 가드 송태섭(일본명 미야기 료타)는 단신이지만 투지와 스피드는 물론 경기를 읽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묘사됐다. 그의 플레이에 매료된 단신의 일본 농구 꿈나무들은 '키가 작아도 농구를 잘 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농구부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54)가 송태섭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1978년 일본에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오키나와의 한 고교 농구 팀에 감명을 받아 송태섭 캐릭터를 창조했다.
이노우에 작가는 평균 신장 169cm에 불과했지만 1978년 인터 하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오키나와의 헨토나 고교의 활약을 흥미롭게 지켜본 뒤 키 작은 단신 가드 캐릭터(송태섭)를 만들게 됐다고 2023년 일본에서 출간된 <일본 바스켓의 혁명으로 불리는 남자>에서 밝혔다. 그가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의 고향을 오키나와로 정한 것도 오키나와 소재의 헨토나 고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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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컷. |
2023년 농구 월드컵에서 일본이 단신 가드 가와무라의 대활약에 힘입어 장신 팀 핀란드를 제압했을 때 일본 농구 전문지 '월간 바스켓볼 WEB'은 추억의 농구 팀 헨토나 고교를 소환했다. 이 잡지는 "(일본의 핀란드 제압은) 마치 헨토나 고교 선풍에서 나타난 일본 농구의 방향성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통쾌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장에 관계 없이 능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이들의 스피드, 체력, 기술을 극대화시켜 세계 무대로 돌진하고 있는 일본 농구의 혁명적인 변화는 그런 면에서 헨토나 고교와 <슬램덩크>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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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