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오른쪽)과 손혁 한화 단장. |
한화 시절 류현진. |
손혁 단장은 19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과거부터 (류)현진이와 친해서 단장이 된 후에도 꾸준하게 연락을 해왔다"며 "그러던 중 공감대도 형성이 돼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 메이저리그 오퍼가 아직 진행 중이다. 긍정적인 제안이 온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선수의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류현진의 한화 복귀에 대한 소식으로 들끓었다. 류현진의 계약 규모, 복귀 시점, 캐나다 토론토에서의 행적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졌다. 한화 구단에서도 이러한 소식에 "알 수 없는 문제"라고 답변을 아끼면서도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한화는 이번 겨울 오프시즌 시작부터 류현진의 복귀를 추진했다.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적기라 판단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0년 시작된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 원) 계약을 마무리하고 커리어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류현진은 일단 메이저리그 잔류를 최우선으로 했다. 지난해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에이전트가 알아보고 있다. 윈터 미팅이 끝난 12월 중순에는 (내 거취와 관련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역시 선수의 메이저리그 잔류 의지를 최우선으로 존중했다. 그러면서도 손혁 단장이 미국 출장을 갔을 때 류현진을 찾아가는 등 끊임없이 교감을 한 덕분에 차츰 류현진도 국내 복귀 쪽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는 후문. 선발 투수 부상 소식이 나올 때마다 미국 현지 언론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계약 가능성이 언급될 때도 한화 내부에서는 복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팀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그동안 류현진에게 공식적으로 오퍼를 넣었다고 보긴 어렵다. 류현진도 메이저리그 팀의 제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략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있지만, 협상이라기보단 손혁 단장이 정말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밝혔다.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 공식 SNS |
류현진. /AFPBBNews=뉴스1 |
하지만 예상 밖 FA 한파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잔류 의지를 떨어트렸다. 어느덧 37세 시즌을 맞이하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4~5선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보통 최상위 FA 선수들의 계약이 끝나야 다른 선수들의 거취도 정해지는데 이번 겨울은 유독 그 진행 과정이 더뎠다. 이미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상황에서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 텍사스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마이크 몽고메리 등이 아직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오퍼가 오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류현진은 연 1000만 달러(약 134억 원) 이상의 계약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매체들도 류현진이 그 정도 계약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와 비슷한 급으로 평가받은 투수들이 모두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낸 것이 근거가 됐다. 이번 겨울 뉴욕 메츠가 좌완 션 머네아와 2년 2800만 달러(약 374억 원), 우완 루이스 세베리노와 1년 1300만 달러(약 174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피홈런 1위(41개)의 우완 루카스 지올리토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2년 3850만 달러(약 514억 원) 계약에 합의했고, 좌완 제임스 팩스턴도 LA 다저스와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류현진에 대한 오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미국 매체 디 어슬레틱에서 샌디에이고를 담당하는 데니스 린 기자는 17일 "좌완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음에도 스캇 보라스의 고객(류현진)은 몸값을 낮출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만족스러운 제안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류현진으로서도 KBO리그 복귀 시점이 중요했다. 과거 메이저리거들의 한국 복귀는 실질적으로 전력에 도움 되기보다는 큰 무대에서 성공하고 돌아온 프랜차이즈 선수란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복귀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선수와 팀 모두에게 금상첨화. 1년, 1년이 몸 상태가 다를 수밖에 없는 나이에 한 해라도 일찍 복귀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 류현진 역시 지난해 10월 조기 귀국하면서 "마지막 선수 생활은 (친정 팀인) 한화 이글스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아름다운 마무리에 초점을 뒀다.
류현진(가운데)이 아내와 함께 2023년 한국시리즈가 열린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
류현진(가운데). |
야구계에서는 외국인 투수급인 류현진이 복귀한다면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한화가 단숨에 5강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문동주-노시환 단단한 투타 핵심 자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희망을 안긴 한화에 메이저리그에서 진지하게 오퍼를 받는 류현진의 합류는 무시 못 할 플러스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류현진은 2022년 커리어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했다.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87~89마일(약 140~143.2㎞)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기록을 남겨 현지 언론으로부터 역시 '빈티지 류(Vintage Ryu)'라는 찬사를 받았다. 빈티지 류는 차츰 투수들의 공이 빨라지면서 직구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메이저리그 트렌드에 역행하는 류현진에게 2017년 무렵 LA 지역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번 겨울 FA 시장 평가에서도 류현진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였다. 올해 초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을 마이클 로렌젠, 션 머네아, 마이크 클레빈저, 알렉스 우드, 제임스 팩스턴과 함께 선발진의 중간급 투수(The mid-rotation options)로 분류했다. 또 다른 매체 SNY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커리어 동안 한 해 25경기 선발로 나선 것이 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약간의 부상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을 때 류현진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좌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좋은 평가와 메이저리그 팀들의 숱한 오퍼를 뿌리치고 오는 그에게 한화도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를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현(36·SSG 랜더스)과 양의지(37·두산 베어스)가 비교 대상이다. 김광현은 2022시즌을 앞두고 SSG로 복귀하며 4년 151억 원 계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양의지가 두산으로 돌아오며 4+2년 152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류현진의 계약 규모는 양의지의 총액, 김광현의 연평균 금액 모두 뛰어넘을 수도 있다.
한화로서도 명분은 충분하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를 영입하는 일이고, 류현진은 이미 2013년 빅리그 진출 당시 2573만 7737달러(약 345억 원)의 포스팅 금액을 한화에 안겨 도움을 줬다. 더욱이 올해는 한화가 1986년 창단 후 사용해 왔던 홈구장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마지막 해로 여겨진다. 역사적인 홈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와 함께한다면 한화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로 기록하며 '코리안 몬스터'로 불리기 이전에 KBO리그 190경기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마크한 한화의 에이스였다.
만약 한화로 복귀한다면 류현진의 복귀전은 21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일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일본 2차 캠프에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25일)를 비롯해 삼성라이온즈(26일), KT위즈(28일, 3월3일), 롯데자이언츠(3월2일) 등과 총 5차례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