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백승호의 소속팀 버밍엄 시티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세인트 앤드류스 나이트헤드 파크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29라운드 경기에서 미들즈브러에 0-1로 졌다.
비록 버밍엄은 졌지만, 백승호는 경기에서 최고의 선수로 뽑히기 손색없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은 백승호에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인 8.1을 줬다. 4-2-3-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은 백승호는 정확한 패스와 간결한 드리블 돌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선보였다.
'풋몹'에 따르면 백승호는 이날 패스 성공률 86%(44/51)를 기록했다. 기회 창출은 2번 했고 터치 68회, 드리블 성공 100%(2/2), 롱 패스 성공률 100%(3/3), 태클 성공률 75%(3/4) 등을 올렸다. 상대와 볼 경합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맞붙었다. 백승호는 9번의 지상 볼 경합과 세 번 중 한 번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겼다.
버밍엄은 전반 17분 만에 실점했다. 백승호는 전반과 후반 모두 적재적소 패스를 뿌리며 동점골을 노렸다. 영국 'BBC'는 "백승호가 좋은 패스를 주며 기회가 생겼다"라며 "하지만 알렉스 프리처드(31)의 슈팅이 크게 빗나갔다"라고 알리기도 했다.
영국 버밍엄 지역지 '버밍엄 메일'은 백승호에 평점 6을 주며 "한국인 선수(백승호)는 부드러운 발놀림을 선보였다. 볼 소유 시점에서 기량을 선보인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라며 "안드레 도젤(25)과 호흡은 흐지부지됐다"라고 평했다. 도젤은 미들즈브러전 전반전만 뛴 뒤 교체됐다.
백승호가 드리블을 치고 있다.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9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강등 위기에 놓였다. 비너스 수석코치는 "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후반전에는 미들즈브러가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다만 득점까지 이어질 노하우와 리더십이 부족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여름 이적시장에 버밍엄 이적을 확정한 초반 두 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며 예열을 마쳤다. 이후 4경기에서 연속 선발로 나섰다. 평점은 6점대 전후로 무난한 수준이었다.
점점 영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백승호는 지난 10일 밀월과 경기에서 잉글랜드 진출 후 첫 풀타임을 뛰었고, 미들즈브러전에서도 90분을 소화했다. 지난달 블랙번 로버스전(7.7점) 점수를 넘어 최고 평점인 8.1을 받으며 빛났다.
킥 시도하는 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겨울 이적시장에서 백승호는 유럽 무대 재도전을 택했다. 버밍엄은 1월 공식 채널을 통해 백승호 영입을 공식화했다. 구단에 따르면 백승호의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까지다. 등번호는 13을 받았다.
버밍엄 입단 당시 백승호는 "버밍엄으로 오게 되어 너무 기쁘다. 어린 시절부터 잉글랜드 무대는 내게 꿈이었다. 버밍엄 이적설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구단 관계자들을 만난 뒤 이적을 확신했다"라며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경기장에서 곧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버밍엄 시티 엠블럼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쥔 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이어 "백승호는 국가대표팀에서 15경기를 뛰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도 출전했다. 16강전에서 브라질에 환상적인 득점을 기록했고, 10개월 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진출 후 기대에 부푼 백승호는 "버밍엄의 일원이 되어 정말 행복하다. 기대된다"라며 미소지었다. 버밍엄은 "백승호는 고국을 떠난 뒤 2010년 FC바르셀로나 아카데미에 입단했다. 6년여 동안 13세 이하(U-13) 팀, 세군다B팀에서 성장했다. 2016년 2월 아틀레티코 레반테와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라고 했다.
구단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백승호는 이미 토니 모브레이(61) 버밍엄 감독과 훈련장에서 만났다. 모브레이 감독은 입스위치 타운, 하이버니언FC,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 셀틱, 미들즈브러, 선덜랜드 등 다양한 팀을 지도하며 영국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로 잘 알려졌다.
백승호는 구단 입단 전부터 잉글랜드 매체의 관심을 받았다. 타 구단과 영입 경쟁도 있었다. 백승호의 버밍엄행이 유력해지자 지난주 '버밍엄 월드'는 "아시아 지역의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버밍엄 시티는 겨울 이적시장 두 번째 영입을 마무리하고 있다. 백승호가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백승호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1, 선덜랜드의 제안을 받았지만 버밍엄으로 향할 것이다"라고 집중 조명했다. 언론이 알린 바와 같이 백승호를 향한 영입 경쟁은 뜨거웠다. 백승호이 최종 선택은 버밍엄행이었다.
구단 공식 채널과 인터뷰하는 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최근 전북과 계약이 끝난 백승호는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됐다. 이적이 확실시 되자 '버밍엄 월드'는 "백승호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었다"라며 "그는 버밍엄과 2년 6개월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전북에서 106경기를 뛰며 11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적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다른 구단으로 향할 수 있다"라고 알렸다. 해당 매체의 예상과 같이 백승호는 실제로 버밍엄과 2년 반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컬테스트 소식도 현지에서 발 빠르게 전해졌다.
지난 메이저 대회 활약도 조명했다. 매체는 "백승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로 15경기에 뛰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브라질과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그는 금메달을 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다"라고 설명했다. 백승호는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당시 알리송 베케르(리버풀)를 상대로 장거리 중거리포를 꽂아 넣었다. 이날 한국은 1-4로 지며 카타르월드컵 도전을 마무리했다.
버밍엄 시티 훈련장에서 사진을 찍은 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같은 날 챔피언십 소식을 전하는 '더 리얼 EFL'도 "버밍엄은 토니 모브레이 신임 감독 체제에서 1월 이적시장이 끝나기 전 선수단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웨인 루니 감독은 15경기에서 단 3경기 밖에 거두지 못해 팀을 떠났다. 후임자인 모브레이 감독은 팀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있다"라고 알렸다.
모브레이 감독 신임 체제의 버밍엄은 백승호 영입과 함께 시즌 후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매체는 "모브레이 감독은 이달 초 신임 감독으로 임명된 후 버밍엄을 4경기 무패행진(2승 2무)으로 이끌었다. 버밍엄은 현재 강등권보다 승점 8이 더 높다"라며 "버밍엄은 시즌 후반기 강등권 싸움을 하지 않으려 한다. 중앙 미드필더를 데려와 중원을 강화하려 한다. 백승호 거래를 완료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라고 확인했다.
이 매체도 백승호의 어린 시절을 주목했다. '더 리얼 EFL'은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아카데미를 졸업한 선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15경기에 출전해 뛰어난 선수 경력을 쌓았다. 전북과 함께 2021 K리그1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이달의 선수상도 받았다"라고 전했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는 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백승호는 어린 시절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재능이었다.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국 축구계 최고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창 경기에 뛰며 성장할 찰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바르셀로나의 선수 영입 규정 위반으로 백승호의 출전 길이 막혔다. 끝내 백승호는 2017년 바르셀로나 B팀을 떠났다. 스페인의 지로나 2군 격인 CF페랄라다로 전격 이적했다.
일단 백승호는 스페인 3부리그급 경기에 뛰며 경험을 쌓았다. 빅클럽 B팀들과 경기를 통해 점점 감각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로나에서 공식 경기 6개를 소화했다. 2019년 여름 이적시장에는 지로나를 떠나 독일 2부리그의 다름슈타트로 향했다.
백승호 입단 사진.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멀티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0~2021시즌에는 측면에서 뛰기도 했다. 백승호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어로 나서 다름슈타트의 공격 전개에 관여했다. 다름슈타트 두 시즌 동안 백승호는 공식 45경기에서 3골 6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백승호는 K리그1의 전북으로 향해 3년을 뛰었다. K리그1에서도 괄목한 성적을 낸 백승호는 유럽 무대 복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전북은 백승호와 함께 K리그1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3년은 백승호 선수 경력에 있어 전환점이 될 해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으며 유럽 재진출 희망을 확 높였고, 실제로 잉글랜드 무대 도전을 택하게 됐다.
다만 백승호 영입을 원했던 모브레이 감독은 지난달부터 지병으로 인해 8주간 팀을 비운 상황이다. 비너스 수석 코치 체제에서 백승호는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버밍엄은 17일 왓포드와 경기를 치른다. 이후 백승호는 한국으로 이동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모브레이(오른쪽) 버밍엄 감독과 백승호. /사진=버밍엄 시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