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왼쪽)가 22일 새벽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을 마치고 부인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코리아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미국 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연습 경기.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관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오타니는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 새벽 LA 다저스 선수단, 그리고 아내 다나카 마미코(28)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20일과 21일 오후 7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울 시리즈 2연전에서 다저스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모두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한 오타니는 10타수 3안타(타율 0.300)를 기록했다. 첫날에는 5타수 2안타, 이튿날에는 6타석 5타수 1안타 1득점 1타점의 결과를 냈다.
1차전에서 멀티히트로 좋은 감각을 보여줬던 오타니는 2차전에서 연이어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비록 담장을 넘어가지 못하고 글러브에 걸리고 말았지만, 한국팀(LG 트윈스, 국가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무안타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저스에서의 데뷔 시리즈는 나쁘지 않았다.
경기 외적으로도 오타니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자신의 SNS에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기대감을 표시했던 그는 입국 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에 대한 사랑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16일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렇게 주목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도 새로운 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플레이하게 돼 기대가 크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기다려지다'라는 한국말과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달며 일행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오타니 공식 SNS |
지난 21일 열린 2차전에서는 데뷔전에서 1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덕분에 야마모토 역시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에게 마냥 좋았던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20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고척돔에 고성능 폭탄을 터트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소속 선수인 오타니 등을 해치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일이 왔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해당 메일은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 직원이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한 페이지 분량의 이 메일은 영어로 쓰여 있었으며, 일본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곧장 인력을 파견해 고척스카이돔을 확인했고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2013년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는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미즈하라를 통역으로 고용했다. 이후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붙어다니며 통역 이상의 역할을 했다. 운전기사도 됐다가, 캐치볼 파트너도 됐고, 벤치 클리어링에서 오타니를 보호하는 보디가드도 했다. 이에 2021년 에인절스는 구단 선정 최우수 통역상을 그에게 수여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21일 경기를 앞두고 오타니는 경기장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스타뉴스와 만난 일본 매체 교도 뉴스의 아키유키 시라이시 기자는 "오전부터 오타니 통역 이슈가 터지면서, 일본 취재진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며 "오타니가 숙소에서는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라운드는 물론 클럽하우스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그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다나카 역시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와세다대학 재학 시절인 지난 2018년 5월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제41회 이상백배 한일 대학선발농구대회에서 일본선발팀 자격으로 내한했다. 특히 5월 18일 열린 1차전에서는 8득점 7리바운드로 팀의 67-59 승리에 기여했다. 당시 한국선발팀에는 강유림(삼성생명, 당시 광주대), 이명관(우리은행, 당시 단국대) 등이 있었다. 여자프로농구(WKBL) 공식 유튜브에 출연한 이명관은 "경기 끝나고 한 테이블에 앉게 됐는데, 같이 사진을 찍었다"고 다나카를 떠올렸고, 강유림은 "우리(한국 선수)끼리 찍고 있었는데 같이 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 이상백배에 참석해 한국 선수들과 사진을 찍은 다나카 마미코(빨간 원 안). 아랫줄 맨 오른쪽이 강유림, 윗줄 오른쪽 2번째가 이명관. /사진=유튜브 '여농티비' 갈무리 |
입국 당시부터 오타니의 뒤를 따라 수줍은 미소를 띄며 한국 땅을 밟은 다나카는 다저스 선수들의 부인 모임에도 참석했다. 함께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서울 시리즈 경기 종료 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타니의 아내로서도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많은 일이 있었던 오타니의 서울 방문에서 힘이 됐던 게 부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경기 때는 긴장한 표정을 짓던 오타니는 출국하는 공항에서 편안한 표정을 보였다. 이를 본 팬들은 '아내의 미소가 도움이 됐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팬들은 "마미코는 오타니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온 여신"이라는 말까지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7억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평생의 동반자까지 찾은 오타니는 새로운 야구인생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2일 새벽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을 마치고 부인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