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안상현(오른쪽). /사진=SSG 랜더스 |
승부의 흐름이 한 순간에 넘어가는 듯 했다. 안상현(27·SSG 랜더스)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안상현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1-2로 뒤진 3회초 2사 만루에서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SSG는 1-4로 흐름을 완전히 내줬고 패배의 기운이 드리우는 듯 했다.
안상현에겐 소중한 기회였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오늘 안상현이 스타팅으로 나간다. 상현이도 일요일에 선발로 나갔는데 자기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 고참들은 고참들대로 역할을 잘해줬고 어린 친구들은 나이에 맞게 준비를 잘해서 지금까지 잘해줬다"며 "감독 입장에서 조금만 더 독하게 하면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있는데 경기에도 나가면서 자신감도 붙는다면 더 좋아질 것이다. 어린 친구들이 좋아져야 우리가 더 공고하게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G 안상현이 2일 두산전 3회초 수비에서 실책 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티빙(TVING) 중계화면 캡처 |
그러나 4회말 기적 같은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 박성한이 솔로포를 날렸고 최정의 볼넷과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우중간 안타에 이어 한유섬이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한 것. 이어진 1사 1,2루에서 타석에 선 안상현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이후에도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이후에도 홈런 2방 포함 더 힘을 낸 SSG는 결국 13-6으로 대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안상현에겐 만감이 교차한 하루였다.
경기 후 만난 안상현은 "실책이 나왔을 때 팀에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 당시 상황이 계속 떠오르면서 힘들었는데 선배들이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이런 실책하면 꼭 찬스가 온다'고 이야기해주셨다"며 "그래서 이후 상황에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려고 플레이에 집중했다. 담장을 맞춘 타석에서도 찬스를 꼭 붙잡고 싶었기에 넘어 갔으면 했지만 타점을 올릴 수 있어 기뻤고 죽다 살아난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유섬은 경기 후 안상현에 대해 묻자 "그런 상황이 나오면 어떤 심정인지 알기 때문에 가서 말을 붙이고 엉덩이를 쳐주고 하기보다는 웬만하면 말을 안 한다"며 "홈런 치고 들어오니까 '감사합니다'라고 하더라. 감사해야 한다. 평소에는 제 근처로 오지도 않는데 친한 척 하더라"라고 웃었다.
내일 라커에 커피 선물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있으면 다행"이라며 따로 해준 말은 없고 "상현이한테 뜬공이 하나 더 왔는데 뒤에서부터 따라가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머쓱하게 웃더라. 일부러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면서 풀어줬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유섬은 "그런 본 헤드 플레이가 어떻게 보면 상현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저도 그렇게 경험치를 쌓았고 그렇기에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SSG 한유섬이 2일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