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류현진' 황준서 환상투, '결정구+K 본능+피안타율' 특급 불펜 자질이 보인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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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구원 등판해 5회를 마무리짓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힘겹게 연패에서 탈출했지만 다시 패배의 아픔을 떠안았다. 최근 10경기 3승 7패로 주춤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그럼에도 확실한 소득 하나는 있다. 바로 커다란 기대감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는 '특급루키' 황준서(19)다.

황준서는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5회초 구원 등판해 2이닝 동안 41구를 던지며 피안타 없이 볼넷 하나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은 연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4-8로 패했지만 황준서의 투구만큼은 눈부셨다. 선발 펠릭스 페냐가 4이닝 만에 강판된 상황에서 멀티이닝을 책임지며 실점 없이 공을 후속 투수들에게 넘겼다.

황준서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187㎝·80㎏의 체격에 지난해 고교리그 15경기에서 49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2패 평균자책점(ERA) 2.16, 피홈런 없이 36피안타 16볼넷 1몸에 맞는 볼 58탈삼진 16실점(12자책)을 기록했다.

본지가 주최한 '퓨처스 스타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당시 선정위원회는 "고교 2학년 때부터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고 3학년 때도 베스트였다"며 "김택연이 청소년 대표 때 잘했다고는 하지만 꾸준함에서 황준서가 제일 낫다고 봤다"고 평가했다. 황준서는 지난해 스타뉴스 주최 '아마추어 스타대상'에서 미래스타 투수상을 받은 데 이어 다시 한 번 고교 최고 선수로 인정을 받았다.


한화의 시선은 틀리지 않았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코칭스태프와 직접 공을 받은 포수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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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에 선발돼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나섰던 황준서는 미겔 바르가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황준서는 KBO리그 데뷔도 하기 전에 엄청난 경험을 했다. 팀 코리아로 선발돼 LA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평가전에 나선 것. 황준서는 미겔 바르가스를 상대로 4구 삼진을 잡아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시작은 2군이었다.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구성된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주자로 김민우가 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은 "김민우가 가장 공이 좋다"며 황준서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거치며 향후 선발에 빈자리가 생기거나 불펜 투수의 교체가 필요할 때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상보다 빨리 기회를 잡았다. 첫 경기에서 김민우가 5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김민우가 담 증세를 호소했고 황준서가 임시 선발로 나선 것. 5이닝 동안 73구를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챙겼다. 한화 소속으로 프로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건 2006년 류현진 이후 무려 18년 만의 일이었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를 되돌아봐도 황준서 앞에 단 9명뿐이었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황준서의 역사에 남을 첫 발걸음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황준서는 "제가 이제 현진 선배님께 많이 배워서 계보를 이어갈 수 있게끔 열심히 하겠다"며 "일단 1군에 있는 게 목표"라며 "어떤 보직이든 1군에 있을 수 있으면 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완벽한 데뷔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황준서는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자신만만해 했던 것처럼 익숙지 않은 불펜 투수로도 완벽투를 펼쳤다. 지난 6일 키움 히어로즈 원정에서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롱릴리프로서 가능성을 내비친 황준서는 10일 두산 베어스와 방문경기에서 1사 1루 주자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필승조 중 하나였던 좌투수 김범수가 부진에 빠지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날 황준서가 데뷔 처음으로 주자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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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두산 베어스 원정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는 황준서. /사진=한화 이글스
정수빈에게 도루를 허용한 뒤 허경민에게 볼넷을 허용한 그는 양의지에게 유도한 빗맞은 뜬공 타구가 행운의 안타가 되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황준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전날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린 4번 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3구 연속 볼을 던지며 밀어내기 위기에 몰렸지만 연속 속구로 카운트를 늘리더니 풀카운트에서 자신이 직접 결정한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양석환의 타석에선 반대로 스플리터 2개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더니 몸쪽 낮은 속구로 양석환을 얼어붙게 만들며 이닝을 매조졌다.

12일 KIA전 임무는 선발 투수의 조기강판을 메울 수 있는 멀티이닝 소화였다. 2-3으로 끌려가던 상황이었지만 황준서가 잘 버텨준다면 충분히 경기 후반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5회초 선두타자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김도영을 상대로 3-0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연이은 속구로 풀카운트를 만들더니 환상적인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백전노장 최형우를 상대로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존 하단에 걸치는 스플리터로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에도 다시 등판한 황준서는 첫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상대로도 속구 위주의 피칭을 하다가 스플리터로 2루수 땅볼 아웃을 이끌어냈다. 이우성에게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했으나 김선빈, 한준수를 상대로 연이은 풀카운트 6구 승부 끝에 결정구 스플리터로 2루수 땅볼과 중견수 뜬공을 유도해냈다.

4경기에서 9⅔이닝을 소화하며 ERA 0.93을 기록하고 있다. 불펜 투수로는 3경기 4⅔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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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서가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회초 구원 등판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세부 기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준서는 볼넷 4개를 내주는 동안 탈삼진 11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삼진 비율은 10.24, 불펜으로 한정하면 11.57로 팀 내 1위이자 리그 전체 8위이다. 피안타율은 0.067로 김재윤(삼성)의 0.061 다음으로 뛰어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비결은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과 완성도 높은 결정구에 있다. 황준서는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뿌리는 좌투수다. 여기에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보기 드문 좌투수다. 과감하게 들어오는 속구로 카운트를 잡고 존에 걸치거나 홈플레이트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모두 구사할 수 있어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최원호 감독도 지난 10일 황준서의 투구를 보고는 "고척에서 던질 때보다는 조금 피칭 컨디션이 그렇게 좋아 않아 보였는데 위기에서 씩씩하게 잘 던졌다"며 "동년배에 비해서 배포가 좋은 것이지 주자가 쌓이고 점수가 타이트하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에 비해서는 잘 넘겼다"고 칭찬했다.

물론 아직까지 보완 과제도 있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기 때문일까. 볼의 비중이 다소 높다는 것이다. 12일 KIA전에서도 7타자를 상대하면서 5타자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특히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들이 종종 목격됐다.

불펜으로 등판하며 피안타가 단 하나에 불과했지만 볼넷은 4개로 다소 많았다. 이 부문만 보완한다면 더 중요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선발의 한 축을 맡는 것이다. 그러나 확고한 네 명의 선발 외에도 김민우가 매우 빼어난 피칭을 펼치며 별일이 없다면 당분간은 불펜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기왕 불펜에서 활약할 것이라면 더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럴 만한 자질을 갖췄다는 건 앞선 등판에서 확인했다. 눈에 띄는 볼의 비율만 줄일 수 있다면 황준서는 한화의 필승조에서 충분히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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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서가 12일 KIA전에서 5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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