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 양의지를 상대로 2구째 커브를 던진 뒤 양의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티빙 중계화면 갈무리 |
류현진이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말 양의지를 상대로 2구째 커브를 뿌리는 장면. 투구 후 양의지와 류현진의 상반된 표정이 교차하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
1987년생 37세 두 동갑내기, 류현진과 양의지가 야구팬들에게 훈훈하고도 큰 웃음을 안겼다.
지난주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두산전.
한화가 2-0으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4회말 두산의 공격. 마운드에는 올 시즌 4경기 만에 첫 승에 도전하는 류현진이 서 있었다. 선두타자 허경민을 삼진 처리한 뒤 다음 타석에 3번 양의지가 들어섰다.
류현진의 초구는 112km 초슬로우 커브였다. 긴 포물선이 그린 폭포수 커브가 높은 쪽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다. 양의지는 그저 선 채로 바라봤다. 이어 마운드 쪽을 바라본 뒤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그리고 2구째. 류현진이 포수 최재훈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이번에는 빠른 볼일까. 아니었다. 이번에도 폭포수 커브(116km)가 다시 한번 포물선을 그리며 몸쪽 낮은 코스로 파고들었다. 양의지는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고 배트를 힘차게 휘둘렀으나 빗맞으면서 파울이 됐다. 바로 이 순간, 양의지는 류현진을 쳐다보며 이른바 '식빵'을 구웠고, 그런 모습을 본 류현진은 크게 웃었다. 그야말로 자신이 수 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겼다는 듯이….
결국 승자는 류현진이었다. 3구째 바깥쪽으로 크게 빠진 볼(134km 체인지업)을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양의지가 툭 밀어 쳤고, 타구는 2루수에 잡히고 말았다. 2루 땅볼 아웃이었다.
전날(14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한 양의지는 당시 상황에 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양의지는 "저도 모르게, 제가 원래 욕을 잘 안 하는데"라면서 환하게 웃은 뒤 "메이저리거라서 정말 못 치는 공만 던지더라고요. 정말 한 번 더 놀랐고, 그리고 1승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양의지는 "(12년 전 류현진은) 절대 그렇게 던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진짜 야구 게임을 하는 것처럼 던지는 것 같다. 진짜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공만 던진다. (류현진의) 투구 분석지를 보면 보더라인 끝에만 걸쳐 있더라.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 되면 정말 치기 어려운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쟁터와 같은 승부의 세계 속에서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두 동갑내기의 우정이 느껴진 찰나의 순간이었다.
지난 2019년 2월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과 NC 다이노스 시절 양의지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캇데일 솔트 리버 필드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한화 류현진. |
두산 양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