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이 20일 한화전에서 황준서에게 삼진을 당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TVING 중계화면 갈무리 |
황준서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64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빗맞은 타구 2개가 2루타로 연결되며 실점한 게 옥에 티였지만 그보다는 완벽한 경기 운영과 투구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투구였다.
앞서 김민우의 담 증상으로 갑작스레 콜업돼 5이닝 1실점하며 류현진 이후 18년 만에 프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챙긴 한화 투수가 됐던 황준서는 이후 불펜에서 활약하며 4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황준서가 20일 삼성전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그래도 저희는 시범 경기 때 한 번 경험을 해서 그래도 준비를 잘했고 아마 선수들이 처음 봤으면 조금 이제 투구 직구나 변화구에 대한 각이나 이런 게 조금 어려워할 수 있는데 그래도 시범 경기 때 한번 다들 경험했던 투수라서 아마 별 문제없을 거라고 타자들은 믿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이날도 5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좌타자에게 3개였고 반면 피안타 4개 중 좌타자에게 내준 건 단 하나였다. 특히나 구자욱의 타석이 하이라이트였다.
1회초 2사에서 구자욱을 만난 황준서는 1,2구 포크볼(스플리터)를 뿌렸고 구자욱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헛스윙을 했다. 볼카운트 0-2. 황준서는 이번엔 앞선 2개의 공과 시속 15㎞ 가량 차이를 보이는 바깥쪽 낙차 큰 커브로 구자욱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화 황준서가 20일 삼성전에서 1회초 구자욱에게 커브를 던져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
1회초 루킹삼진을 당하고 고개를 흔들며 타석을 벗어나고 있는 구자욱. /영상=티빙(TVING) 제공 |
4회초 1사에서 다시 한 번 격돌했다. 이번에도 초구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2구 커브, 3구 스플리터는 볼이 됐다. 4구 몸쪽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두 타석 스플리터 4구를 모두 헛스윙을 한 구자욱은 스플리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황준서는 이번에도 의표를 찔렀다. 이번엔 시속 20㎞ 가량 더 빠른 144㎞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게 던졌다. 1회 타석 때의 반응을 붙여넣기한 듯한 반응이 또 나왔다. 이번엔 조금 더 감탄의 시간이 길었다. 고개를 흔들고는 황준서를 한 번 바라보기까지 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황준서가 얼마나 까다로운 투수인지를 읽어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황준서가 4회초 다시 한 번 구자욱을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 직구에 허를 찔린 구자욱이 타석을 벗어나며 황준서를 바라보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
평균자책점(ERA)는 0.84에서 1.15로 상승했으나 피안타율은 0.151,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83으로 특급 투수의 자질을 읽어볼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나 좌타자 피안타율 0.087로 구자욱이 괜히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구자욱뿐 아니라 앞으로 만날 많은 좌타자들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자아내는 경기였다. 왜 '리틀 몬스터', 신인상 1순위라는 평가를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황준서(오른쪽)가 20일 삼성전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