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인범이 14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김인범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총 1만 8479명 입장)에서 5이닝(74구)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하남동부초(하남시리틀)-전라중-전주고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지 6년 만이다. 타자들도 5타수 5안타 1타점 2도루를 기록한 김혜성을 비롯해 장·단 14안타를 치며 김인범을 도왔다. 또한 조상우(1이닝)-김성민(1이닝)-문성현(1이닝)-박윤성(1이닝)이 차례로 나와 5개의 삼진을 함께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김인범의 승리를 지켰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선발 김인범이 상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영리한 피칭을 해줬다. 5이닝 동안 김재현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데뷔 첫 승을 축하한다. 이어 나온 투수들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리드를 지켰다. 공격에서는 김혜성이 5안타로 선봉장 역할을 했다. 송성문도 희생플라이 2개로 승리에 힘 보탰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만난 김인범은 "제일 기쁜 날이다. 항상 형들을 믿고 던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오늘 한 구, 한 구 던질 때마다 좋은 느낌이 있었다"고 첫 승 소감을 전했다.
이날 김인범은 5회까지 74개의 공만 던져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이에 김인범은 "아쉬운 마음이 있긴 했는데 이승호 코치님이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여기서 마무리하자고 하셔서 괜찮았다"고 답했다.
상대는 팀 타율(0.284) 리그 3위의 강타선을 지닌 LG였다. 김인범의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140㎞밖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직구 43구, 슬라이더 19구, 포크 6구, 싱커 4구, 커브 2구 등 여러 구종을 섞어 던져 범타를 끌어냈다. 2개의 피안타도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키움전이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선발 김인범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인범은 "예전엔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0㎞ 초중반은 나왔던 거 같은데 지난해 10월에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로는 구속이 떨어졌다. 그 뒤로는 컨트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내 공을 받아본 포수 형들에 의하면 직구 무빙이 심해서 치기 어렵다고 한다. 구속이 안 나올 때 항상 피해 다니다가 결과가 안 좋았는데 그냥 내 공을 믿고 가운데 집어넣어도 항상 좋은 결과가 있어서 그 뒤로는 빠른 승부를 겨루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프로 데뷔 첫 승에 도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경기도 하남 출신이지만, 야구를 하기 위해 중학교에는 홀로 전남 나주로 향했고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프로에 입단해서는 데뷔 3년 만인 2021년 1군 무대를 밟았지만, 3경기 5⅓이닝 소화에 그쳤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군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제대를 앞둔 지난해 10월에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했다. 올해는 KBO 리그 역대 데뷔전 이후 최다 이닝 무실점 신기록(19⅔이닝)을 세우는 등 에이스로 거듭났으나, 그때마다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직접 잠실야구장을 방문하신 이날 마침내 13경기째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김인범은 프로 6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KBO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정식 선수 등록 기준) 5년 이내의 선수로 1군에서 30이닝 이하를 던진 투수, 60타석 이하를 기록한 타자'를 신인왕 대상으로 규정한다. 김인범은 올 시즌 시작 전까지 입단 5년 이내로 5⅓이닝만 소화해 가까스로 신인왕 조건을 충족했다.
김인범은 "그동안 승리를 못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다음 기회에 잘 던지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 앞에서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신인왕 자격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열심히 던져서 신인왕이 되는 게 첫 번째 목표고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거기에 10승까지 더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