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평행이론', 야구 이어 농구까지... NBA 파이널도 '하위팀 반란' 완성될까

박정욱 기자 / 입력 : 2024.06.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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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한국시간) 시작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NBA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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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 KT를 4승 1패로 물리치고 우승한 뒤 기뻐하는 부산 KCC 선수단.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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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의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 모습. /사진=OSEN
한국과 미국, 일본 프로스포츠에 마치 '평행 이론'과 같이 비슷한 행보의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 이어 이번에는 프로농구에서 서로 닮은 꼴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에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똑같은 형태로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평행 우주 이론'에서는 다중 우주의 다른 시공간에 똑같은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계관에서도 접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을 휩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멀티버스 세계도 그러한 예다.


스포츠에서도 가끔 그러한 기시감이 드는 때가 있다. 지난해 한·미·일 프로야구가 그랬다. 세 나라의 프로야구 우승팀은 모두 오랫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해 우승에 목말라있던 팀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챔피언에 등극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LG 트윈스가 2023 한국시리즈에서 수원 KT를 4승1패로 누르고, 1990·1994년 이후 29년 만에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29년 전 LG의 우승에 기뻐하던 '엘린이'들은 어느새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다시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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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단.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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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일본시리즈 우승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신 타이거스 선수들. /사진=한신 타이거스 공식 SNS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3 월드시리즈에서 4승 1패로 이겨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1961년 창단 이후 MLB 사상 가장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하다가 62년 만에 첫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이전까지는 2010~2011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는 센트럴리그의 한신 타이거스가 1985년 첫 우승 이후 38년 만에 두 번째로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퍼시픽리그 3연패의 오릭스 버펄로스와 치른 일본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친 끝에 최종전에서 7-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심지어 대만프로야구(CPBL)에서도 웨이취안 드래곤스가 라쿠텐 몽키스와 대만시리즈에서 4승 3패로 역전승하며 1997~1999년 3연패 이후 24년 만에 5번째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웨이취안은 퉁이 라이온즈, 슝디 엘리펀츠, 싼상 타이거스와 대만 프로야구의 출범을 함께 하고 1990년 원년 챔피언에 오른 팀이다. 하지만 1999년 시즌 뒤 모기업의 재정난과 경영 악화로 해체됐다가 2019년 재창단했고, 2020년 2군 리그에 출전해 우승한 뒤 2021년부터 대만 프로야구 1군 경기에 참가해 3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옛 영광을 24년 만에 다시 이어갔다.

이같은 '평행' 기류는 2024년에는 프로농구에서 만날 수 있다. 정규리그에서 최다승과 최고 승률을 올린 최강 팀이 아닌 낮은 순위의 팀들이 챔피언에 오르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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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CC 선수단이 2023~202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부산 KCC가 2023~2024시즌 정규리그에서 부상 선수 발생 등으로 '슈퍼팀'의 위용을 떨치지 못하고 고전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5위(30승 24패·승률 0.556)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PO)에서는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진격하면서 챔피언 자리에까지 올랐다. KBL 사상 첫 정규리그 5위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었다. 그 전에는 모두 정규리그 3위 이상의 팀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CC는 4위 서울 SK(31승 23패·승률 0.574)와 6강 PO에서 20점 안팎의 차로 압도하며 3연승을 거두고 가볍게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고, 정규리그 1위 원주 DB(41승 13패·승률 0.759)와 만난 4강 PO에서도 1승 1패로 맞선 뒤 2연승하며 3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정규리그 3위 수원 KT(33승 21패·승률 0.611)와 격돌한 챔프전에서도 1승 1패로 맞선 3차전부터 3연승하며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하승진, 전태풍 등이 활약하던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이뤄낸 KCC의 왕좌 복귀였다.

이어 일본프로농구 B.리그에서도 KCC와 비슷한 행보의 우승팀을 배출했다.

히로시마 드래곤플라이즈는 정규리그에선 나고야 다이아몬드돌핀즈와 류큐 골든킹스(이상 41승 19패·승률 0.683)에 이어 서부지구 3위(36승 24패·승률 0.600)에 그쳐 동부·서부·중부 등 3개 지구의 1, 2위에 주어지는 PO 직행 티켓을 따내지 못한 뒤 와일드카드 1순위로 8개 팀이 참가하는 PO에 합류했다. 승률로만 따지면 중부지구 2위에 오른 시호스즈 미카와(36승 24패·승률 0.600)와 같은 전체 6위권이다.

그러나 히로시마는 8강 PO에서 중부지구 1위 산엔 네오피닉스(46승 14패·승률 0.767)를 2연승으로 물리쳤고, 4강 PO에서는 서부지구 1위 나고야를 2승 1패로 꺾고 파이널(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대망의 결승에서도 '디펜딩 챔피언'인 서부지구 2위 류큐를 역시 2승 1패로 꺾고 하위팀의 반란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각자 운영되던 BJ리그와 JBL을 통합해 2016~2017시즌부터 새 출발한 B.리그에서 첫 우승의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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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한국시간) 시작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NBA 공식 SNS
'하위팀의 대반란'은 과연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실현될까.

7일(한국시간) 시작하는 NBA 파이널도 한국, 일본 프로농구와 비슷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위팀의 반란을 몰고 온 팀은 댈러스 매버릭스다. KCC와 같은 '5위의 반란'을 이어가고 있다.

댈러스는 서부콘퍼런스에서 5위(50승 32패·승률 0.610)를 차지해 5번 시드로 PO에 나섰다. 이후 4번 시드 LA 클리퍼스(51승 31패·승률 0.622)를 4승 2패로 꺽은 뒤 1번 시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57승 25패·승률 0.695)마저 4승 2패로 물리쳤다. 이어 3번 시드 미네소타 팀버울버스(56승 26패·승률 0.683)도 4승 1패로 제치고 콘퍼런스 우승을 이뤄내며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다.

이제 마지막 관문 하나만 더 통과하면 KCC와 히로시마처럼 하위팀의 반란을 완성하며 챔피언에 등극한다. 댈러스가 우승하면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인 '독일 병정' 디르크 노비츠키(46·은퇴)가 파이널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2010~2011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NBA 정상에 선다.

반란에 성공하면, NBA 사상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정규리그 순위로 챔피언에 오른다. 역대 정규리그 최저 순위 우승은 1994~1995시즌 휴스턴 로키츠가 서부콘퍼런스 6위(47승 35패·승률 0.573)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것이다. 또 1968~1969시즌 보스턴 셀틱스가 정규리그 4위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종전 2위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그 외는 모두 정규리그 3위 이상의 팀들이 정상에 섰다.

지난 시즌에는 마이애미 히트가 정규리그 동부콘퍼런스 7위(44승 38패·승률 0.537)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지만 덴버 너기츠에 막혀 준우승하며 하위팀 반란을 완성하지 못했다. 마이애미는 8위 애틀랜타 호크스(41승 41패·승률 0.500)와 플레이 인 토트먼트(PI)에서 105-116으로 패한 뒤 8번 시드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0위 시카고 불스(40승 42패·승률 0.488)를 102-91로 꺾고 힘겹게 PO에 올랐다.

이후 1라운드에서 1번 시드의 전체 최고 승률팀(58승 24패·승률 0.707)인 밀워키 벅스를 4승 1패로 돌려세웠고, 2라운드에서는 5번 시드의 뉴욕 닉스(47승 35패·승률 0.573)를 4승 2패로 꺾었다. 동부콘퍼런스 결승에서는 2번 시드 보스턴 셀틱스(57승 25패·승률 0695)마저 4승 3패로 물리쳐 '8번 시드의 대반란'을 일으켰다.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부콘퍼런스 1번 시드의 덴버(53승 29패·승률 0.646)에 1승 4패로 뒤져 챔피언 등극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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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콘퍼런스 우승을 차지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 /AFP=뉴스1
이번 시즌 파이널도 지난 시즌과 비슷한 구도다. '5위' 댈러스의 파이널 상대는 전체 승률 1위로 동부콘퍼런스 1번 시드에 나선 '전통의 명문' 보스턴(64승 18패·승률 0.780)이다.

댈러스가 준우승한 2005~2006시즌을 더해 이번 시즌까지 모두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13년 만에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것과는 달리, 보스턴은 모두 17회 정상에 올라 LA 레이커스와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을 나눠 갖고 있는 전통의 강호다. 이번에 18번째 우승을 달성하면 레이커스를 제치고 역대 최다 우승 단독 1위로 우뚝 서게 된다.

보스턴도 우승에 목말라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 우승이 2007~2008시즌이다. 이후 LA 레이커스가 2008~2009, 2009~2010, 2019~2020시즌 세 차례 우승을 더하며 보스턴의 최다 우승 횟수를 따라잡았다. 보스턴으로서는 16년 만에 정상을 탈환해 다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다. 2009~2010, 2021~2022시즌에 역대 21, 22번째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서는 각각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3승 4패)와 스테픈 커리를 앞세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2승 4패)에 우승컵을 내주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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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 /AFP=뉴스1
댈러스와 보스턴의 2023~2024 NBA 챔피언결정전은 7일부터 7전 4승제의 열전을 시작한다. 정규리그 성적에서 보듯, 객관적 전력에서는 보스턴이 앞선다.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이 이끄는 정규리그 평균 120.6점(전체 2위)의 공격력이 무섭다. 부상 탓에 PO 2라운드와 콘퍼런스 결승에 결장했던 빅맨 크리스탑스 포르진기스도 복귀할 예정이다. 두 시즌 동안 보스턴을 이끈 무명선수 출신의 조 매줄라(35) 감독은 121승 43패·승률 0.738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고, 이번 PO에서도 12승 2패로 어렵지 않게 파이널까지 치고 올라왔다..

댈러스는 '슬로베니아 특급' 루카 돈치치와 카이리 어빙의 '원투 펀치'가 전력의 핵심이다. 어빙은 2017~2018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보스턴에서 뛰어 친정팀과 격돌이기도 하다. 10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된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제이슨 키드(51) 댈러스 감독은 선수로서 2010~2011시즌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감독으로서도 같은 팀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코치로서는 2019~2020시즌 르브론 제임스를 앞세운 LA 레이커스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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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왼쪽)과 카이리 어빙. /사진=NBA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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