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아내, 축구하는 모습 보는 게 소원이라 했다" 눈물 훔친 손준호... 감격의 K리그1 복귀전[상암 현장]

상암=박건도 기자 / 입력 : 2024.06.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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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 선 손준호. /사진=박건도 기자
"가족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내가 이제 축구하는 모습을 본다. 소원이라고 했는데 이룰 수 있게 됐다."

수원FC 데뷔전이자 약 1년 만에 공식 경기에 나선 손준호(32)가 한 말이다.


손준호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FC서울전에서 후반 15분 교체 출전했다. 35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손준호는 감격에 겨운 듯 경기 후 믹스드존 인터뷰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지난해 손준호는 중국 산둥 타이산 시절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 도중 비국가공작인원 수뢰혐의로 연행됐다. 중국의 조사기간 동안 손준호는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약 10개월이 지난 뒤 한국에 돌아온 손준호는 수원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합류 약 일주일 만에 공식 경기였다. 손준호의 마지막 출전은 지난해 5월 10일 중국 슈퍼리그였다.


K리그1 복귀전을 치른 손준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전과 다른 느낌이었다"라며 "축구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견뎠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대한민국 축구팬들도 많은 걱정을 해주신 걸 알고 있다. 사랑과 응원에 보답을 이제 경기장에서 보여준 것 같다. 저보다는 가족들에게 먼저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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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관중들에게 박수치는 손준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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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사진=박건도 기자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김은중(45) 수원FC 감독은 "손준호의 몸 상태가 괜찮다. 20분 전후 출전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은중 감독의 믿음과 함께 경기를 뛴 손준호는 "13개월 만에 경기장에 나왔다. 개인적으로도 몸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경기장 올 때까지는 실감이 잘 안 났다. 어색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 앞에 오랜만에 선 것도 떨렸다"라고 했다.

경기에 나서기 직전에도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손준호는 "사실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참으려고 했다.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팬이나 고생한 아내, 가족에게 멋진 아빠로서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라운드 복귀 만이 목표가 아니었다. K리그1 MVP이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멤버인 손준호는 국내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통했다. 제 기량을 찾겠다는 손준호는 "7월이 지나면 몸 상태가 80~90%는 돌아올 것 같다. 감독님, 수원FC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여름 이적시장에 합류한 선수 중 가장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팀이 더 높은 위치로 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대표팀 재승선 의지도 드러냈다. 손준호는 "사실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사소한 것부터 감사하다"라면서도 "차근차근 좋은 모습을 보이면 국가대표는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팀을 위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고마운 분들 중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듣자 손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가족들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와이프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었다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손준호는 "이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며 옅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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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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