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사직 KIA-롯데전이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
롯데와 KIA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연장 12회까지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15-15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두 팀은 역대 최다 득점 무승부 타이 기록(15-15)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KIA 모두 이전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앞서 2004년 5월 5일 무등 한화-KIA전, 그리고 2021년 10월 23일 사직 한화-롯데전에서 15-15 무승부가 나온 바가 있다.
경기가 무승부가 되면서 두 팀은 기록을 하나씩 놓치고 말았다. 우선 롯데는 한미일 역대 최다 점수 차 역전승 기록을 날렸다. KBO에서는 지난 2013년 5월 8일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0점 차를 뒤집은(1-10→13:12) 사례가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2001년 8월 5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12점 차를 역전했다(0:12→15:14). 일본프로야구 역시 10점 차가 최다였다.
이날 양 팀은 선발투수들이 모두 대량실점을 하고 무너졌다. 롯데 선발 나균안은 1⅔이닝 7피안타 6사사구 2탈삼진 8실점,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은 5이닝 11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9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
타선에서는 롯데 고승민이 만루포 포함 6타수 2안타 6타점, 황성빈이 6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고, 지명타자 이정훈 역시 3안타, 정훈은 홈런 포함 4타점 경기를 기록했다. KIA에서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6타수 4안타 4타점, 한준수가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는 등 선발 전원안타-전원득점을 달성했다.
KIA는 상대 선발 나균안을 집중 공략해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갔다. 1회 초 투구를 시작한 나균안은 KIA 1번 타자 서건창에게 볼카운트 1-1에서 연거푸 3개의 볼을 던져 볼넷을 내줬다. 이어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한가운데 커터를 던지다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맞았다. 소크라테스의 시즌 15호 홈런이었다. 비거리 130m, 타구 속도 173.6km의 잘 맞은 타구였다.
롯데 나균안(오른쪽)이 25일 사직 KIA전에서 1회 초 소크라테스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1회 초 2점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
이후 7번 최원준을 1루수 파울플라이, 한준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나균안은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9번 박찬호에게 중견수 쪽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나균안은 1회에만 5점을 허용했다.
롯데는 1회 말 황성빈과 윤동희의 연속 안타로 만든 1, 2루 기회에서 빅터 레이예스의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갔다. 그러나 나균안은 다음 이닝에도 무너졌다. 이닝 첫 타자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준 그는 최형우(삼진)와 나성범(투수 땅볼)을 연달아 범타 처리하며 2사 3루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우성과 최원준에게 연거푸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에 몰렸다.
나균안은 8번 한준수 타석에서 폭투를 저지르며 추가점을 허용했다. 이어 한준수가 오른쪽 펜스를 때리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스코어는 1-8이 됐다.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한 차례 방문했지만, 9번 박찬호에게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결국 롯데는 투수를 현도훈으로 교체했다. 현도훈이 다음 타자 서건창을 루킹 삼진 처리하며 롯데는 힘겹게 이닝을 끝냈다.
KIA 최형우(가운데)가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4회 초 나승엽의 실책으로 1루에 출루했다. |
그러나 이 시점부터 롯데의 뒷심도 발휘됐다. 4회 말 상대 실책을 틈타 무사 2, 3루 찬스를 만든 롯데는 정훈의 내야땅볼과 박승욱의 중전 적시타로 2점을 얻어 추격을 시작했다. 이어 1사 후 만루를 만든 롯데는 고승민이 만루홈런을 터트리면서 한 이닝에만 6점을 올렸다. 롯데는 5회에도 무사 2, 3루에서 내야땅볼과 황성빈의 적시타로 5점 차까지 추격했다.
여기까지였으면 추격모드로만 끝났겠지만, 롯데는 경기 중반 집중력을 유지하며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6회 말 롯데는 바뀐 투수 김대유를 상대로 2사 후 나승엽과 이정훈의 연속 안타에 이어 7번 정훈이 KIA 3번째 투수 김도현의 실투성 변화구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05m의 스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 한방으로 롯데는 스코어를 12-14로 만들었다.
롯데 정훈이 25일 사직 KIA전에서 6회 말 3점 홈런을 터트리고 기뻐하고 있다. |
하지만 KIA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8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이창진이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로 나갔고,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주자가 2루까지 갔다. 9번 박찬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7회 대수비로 나왔던 홍종표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다시 점수는 15-15 동점이 됐다. 롯데로서는 1, 3루 위기에서 김도영의 잘 맞은 타구를 우익수 윤동희가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게 위안거리였다.
KIA는 경기 후반 다시 리드를 잡을 찬스가 있었다. 연장 10회 초 선두타자 이창진이 볼넷으로 나간 후 김태군의 희생번트가 나오는, 8회와 똑같은 패턴이 나왔다. 그러나 박찬호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홍종표마저 루킹 삼진 아웃되면서 이닝이 끝났다.
이어 10회 말 롯데는 5번 나승엽이 우익수 쪽 잘 맞은 안타로 1루에 나갔다. 3안타를 기록한 이정훈이 희생번트를 대며 주자를 2루까지 진루시켰다. 이어 오선진의 안타로 1, 3루가 되자 KIA는 만루 작전을 펼쳤다. 이는 정확히 적중하며 서동욱이 루킹 삼진, 황성빈이 2루 땅볼로 아웃되면서 11회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