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약했는데..." ERA 9.18→0, '선발 첫 시즌' 좌승현은 어떻게 'LG 킬러'가 됐나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6.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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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좌완 선발 이승현이 27일 LG 트윈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트윈스전 2승 ERA 0. 선발 전환 첫해 이승현(22)의 역투에 삼성 라이온즈는 하루 만에 2위를 되찾았다.

이승현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8구를 던져 4피안타 2볼넷 3탈심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아쉬움을 남겼던 이승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 변신에 나섰다. 개막 후에도 한 달 가까이 퓨처스에서 시간을 보냈고 차분히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

볼넷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던 투수지만 경기 처음부터 풀어가는 선발로 나서며 심적 안정감이 커졌다.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실점을 하더라도 스스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게 이승현의 멘탈에 도움을 줬다.

선순환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 56⅔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앞선 세 시즌에 비해 확실히 많은 이닝이었다. 그럼에도 볼넷은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무기 커터가 잘 먹혀들었고 낙차 큰 커브도 이승현을 더 위력적인 투수로 만들어줬다.


이날도 이승현의 투구는 빛났다. 1회부터 삼자범퇴로 LG 타선을 잠재운 이승현은 2회 볼넷 2개와 포일, 폭투까지 나왔음에도 2사 2,3루 상황에서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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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LG전 투구하고 있는 이승현. /사진=김진경 대기자
3회에도 안타 2개를 맞았지만 3루수 김영웅의 호수비와 오스틴 딘을 돌려세운 하이 패스트볼 헛스윙 삼진이 돋보였다. 4,5회도 큰 위기 없이 막아낸 이승현은 6회 단 8구 만에 LG 타선을 제압했다. 오스틴에겐 커터로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88구를 던진 이승현은 7회말부터 임창민에게 공을 넘겼다.

올 시즌 2번째 6이닝 무실점 호투이자 시즌 4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평균자책점(ERA)을 3.49에서 3.16까지 낮췄다. 시즌 6승(3패)째.

이날 88구 중 48구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포심 최고 시속은 147㎞였다. 커터가 19구, 체인지업이 12구, 커브가 9구로 다양한 레퍼토리로 LG 타선을 요리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시리즈 2연패로 몰린 어려운 경기에서 이승현 선수가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줬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나 6월 5경기에서 28이닝을 소화하며 4실점, 3승 ERA 1.29로 극강의 면모를 뽐냈다. 충분히 6월 최우수선수(MVP)를 노려볼 만한 기세다. 이승현은 "잘 모르겠다. 하면 좋겠지만 제가 판단할 게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선발이 처음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활약이다. 특히나 6월 5경기 중 3차례나 6이닝을 책임졌고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연결했다. 이승현은 "6이닝을 던진 게 4번째다. 6이닝을 던질 수 있어서 상당히 좋고 앞으로도 계속 6이닝, 더 나아가서 7이닝까지도 계속 던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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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현이 LG전 호투 후 미소짓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회 볼넷 2개와 함께 폭투도 있었지만 강민호가 포구에 실패하며 공이 뒤로 빠진 장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무실점으로 잘 버텨낸 이승현은 "민호 선배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제가 잘못 던지고 이상한 데 던진 것"이라고 스스로를 탓하더니 "계속 얘기를 하면서 (호흡을)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경기 중에도 공부하다 보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해서 민호 선배가 잘 캐치해 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3시즌 동안 20경기 16⅔이닝 동안 17실점, 3패에 그치며 LG만 만나면 작아졌다. 그러나 올 시즌 LG전 2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 호투로 새로운 천적으로 등극했다. 피안타는 단 4개, 탈삼진은 11개에 달한다.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를 상대로 '킬러' 본능을 뽐낸 건 퍽 의미가 있는 성과다. 좌타자가 즐비한 LG와 상성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이승현은 "(비결은) 딱히 없는데 제가 불펜에 있을 때는 LG 상대로 많이 맞았는데 우연찮게 또 점수를 안 주게 돼 더 좋다. 아무래도 순위권 경쟁을 하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선발 전환 첫 해임에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승현은 "운동하는 것이나 몸 관리, 쉬는 것 등을 많이 바꿨다. 먹는 것도 많이 바꾸고 운동을 어떤 날짜별로 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는 캐치볼을 하는 날과 쉬는 날이 정해져 계속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단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체중도 많이 감량했는데 그는 "사실 이 정도로 살 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운동하고 먹다 보니까 계속 빠졌고 너무 계속 빠지는 것 같아서 요즘은 경기 전날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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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 승리를 따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승현. /사진=안호근 기자
5일 로테이션의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지 않냐는 질문에는 "잘 던지면 천천히 오고 못 던지면 (시간이) 빠른 것 같다. 하루, 이틀이면 오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호주에서부터 같이 해주셨던 박희수 코치님과 다녀와서 스프링 캠프 때 많은 얘기도 해 주시고 도움도 주셨던 정민태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신 것 같다"며 "몸 컨디션 관리를 되게 잘해주신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스로에겐 냉정하다. 지난 LG전 노히트 피칭을 펼치고도 스스로 80점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던 그는 이번에도 80점이라며 "마음에 안 들었다. 볼넷 준 것도 그렇고 지난번 노히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엔 안타도 많이 맞았고 수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안타성 타구들도 많이 잡아줬다. 그런 것 덕분에 점수를 안 줬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시즌 초반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고 있다. "안 아프고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돌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로테이션을 돌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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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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