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의견도 5대5로 갈렸다! 머리는 엘리아스를 가리키는데 SSG는 왜 시라카와를 포기하지 못하나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6.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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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케이쇼. /사진=김동윤 기자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지난달 영입 당시만 해도 이 정도로 고민할 줄은 몰랐다. KBO 리그 최초 대체 외국인 선수 시라카와 케이쇼(23)의 거취를 두고 SSG 랜더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SSG는 지난달 22일 총액 18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570만 원)에 시라카와를 영입했다. 지난달 왼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공백을 올해 KBO 리그에 처음 도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해 6주간 메우려 한 결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라카와는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로 단순히 버틴 것뿐만 아니라 SSG에 2승을 안겨줬다. 본인이 긴장했다고 밝힌 7일 부산 롯데전 1⅓이닝 8실점(7자책)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2.49까지 떨어진다. 예상 밖 활약 탓에 계약 만료 시점인 7월 4일까지 SSG는 엘리아스를 복귀시킬지 시라카와와 재계약을 선택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SSG 이숭용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27일 경기 끝나고 프런트와 30~40분 토론했고, 28일 경기를 앞두고는 코치진과 토론했다. 편하게 결정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민이 크다. 모두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실제로 SSG 구단 내부 의견은 5:5로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프런트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고 코치진-선수단의 의견도 차이도 1표에 불과했다. 투수 파트와 야수 파트, 전력 분석팀과 컨디셔닝 파트의 의견도 다 다르니 이 감독으로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포스트시즌 경쟁팀 두산이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최소 3주 이탈 진단이 나온 브랜든 와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라카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다른 구단들이 (두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와 같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팀에서 선택했을 때 만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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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니스 엘리아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래도 무게는 엘리아스 쪽에 실린다. 엘리아스는 풀타임 시즌을 여러 차례 치러본 베테랑인 점이 크다. 지난해 시즌 중반 합류한 엘리아스는 22경기 8승 6패 평균자책점 3.70, 131⅓이닝 93탈삼진으로 순조롭게 KBO 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 특히 적응을 마친 후반기에는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34로 1선발급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유독 힘들었던 NC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올해는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73, 40이닝 34탈삼진으로 다소 삐걱거렸지만, 최근 두 차례 재활 경기에서 최고 149㎞의 빠른 공을 던지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마지막 재활 등판이었던 26일 강화 국군체육부대(상무)와 경기에서는 SSG의 민경삼 야구 부문 사장, 김재현 단장, 이숭용 감독 등 구단 주요 인사가 직접 컨디션을 확인했다.

다소 걸리는 점이라고는 많은 나이(만 36세)로 인한 부상 재발이다. 엘리아스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이력도 있는 데다 커리어 내내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던 선수였다. 또한 지난해 경험으로 인해 충분히 KBO 리그에 분석된 선수라는 점도 남은 기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부상 재발을 고려해도 엘리아스는 시라카와에 여러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시라카와는 일본야구 특성상 4일 로테이션에 익숙치 않은데다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다. 현재 SSG는 외국인 선발부터 국내 선발진까지 안정적인 부분이 없어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줄, 이른바 '계산이 서는' 선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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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


또한 시라카와를 선택할 경우 최대 2회로 정해진 외국인 선수 교체 한도를 모두 사용하게 돼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7~8월에 풀릴 선수들을 영입할 기회조차 사라진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하기 위해서는 8월 15일 전까지만 정식 선수 등록을 마치면 된다.

이렇듯 머리는 엘리아스를 가리키는데 SSG는 선뜻 그 선택지를 고르지 못하고 있다. 아직 다 긁지 못한 시라카와의 매력이 크다고 느껴서다. 시라카와는 최고 150㎞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제구되는 무난한 변화구 조합에 많은 삼진을 솎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시라카와는 인천 NC전에서 6⅓이닝 10탈삼진 퍼포먼스로 응답했다.

평소 말이 적고 수줍은 성격과 달리 마운드에서는 파이팅 넘치게 상대와 부딪히는 마음가짐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27일 인천 KT전에서 1회 초 강백호에게 투런포를 맞았으나, 이후 씩씩하게 5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일본 독립리그 3년간 단 한 번의 홈런을 맞지 않아 홈런을 맞은 후 피칭이 여전히 낯선 상황에서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는 피칭을 선보였다. 또한 가장 우려되는 4일 로테이션 소화와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일부 관계자는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 SSG가 선뜻 포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만약 시라카와와 동행이 끝난다면 그는 최대 한 번 정도의 불펜 등판이 예상돼 있다. 2~4일 창원에서 NC와 3연전을 앞둔 가운데 2일 시라카와, 4일 엘리아스가 선발 등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감독은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만약 (연장을 안 하고) 쓰게 된다면 2일 경기에 1+1이나 홀드 상황에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함께 가는 것으로 결정되면 당연히 2일이나 3일에 선발로 등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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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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