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위 도전, 우린 가을에 강하니까" 곽빈, 이별의 슬픔을 감춘 '외로운 에이스'의 숙명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7.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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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이 4일 롯데전 삼진을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체력을 보충하자 다시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두산 베어스의 외로운 에이스로서 곽빈(25)이 다시 언터처블 모드를 재가동하고 있다.

곽빈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7구를 던져 2피안타 5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에서도 양의지와 양석환이 전날에 이어 다시 한 번 쌍포를 가동하는 등 일찌감치 힘을 보태 팀이 5-0으로 앞선 채 마운드에서 내려섰고 불펜진도 리드를 지켜내며 6-3으로 승리, 시즌 7번째 승리(6패)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도 3.83에서 3.59로 낮췄다.

지난해 12승 7패 ERA 2.90으로 에이스로 발돋움하며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활약한 그는 올 시즌 완벽한 출발을 보였다. 특히 5월엔 5경기 4승 ERA 1.48로 2021년 10월 아리엘 미란다 이후 2년 만에, 두산 국내 투수로는 2016년 7월 유희관 이후 8년 만에 KBO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그러나 6월은 극명히 다른 그래프를 그렸다.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경기 연속 6실점 하는 등 3경기 ERA 8.22로 급격히 흔들렸다. 곽빈은 이후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18일 "(곽빈이) 무리했지 않나.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3명 중 하나더라. 너무 열심히 달렸다"며 "너무 잘해줬다. 얼마나 힘들었겠나. 투수 코치가 한 번 휴식을 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곽)빈이는 괜찮다고 했다. 하루를 쉬면서 가만 생각을 해보니 팀의 에이스인데 지금보다 더 중요할 때, 여름에 더워질 때에 맞춰 체력을 비축시켜놓지 않으면 힘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제자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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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열흘여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곽빈은 완벽하게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긴 뒤 부진의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몸도 멘탈적인 부분도 많이 지쳐 있었다. 팀에서 내가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또 5월에 성적이 엄청 좋아서 속으로 '분명 털릴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라는 평가를 받았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동반 부상과 부침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제 자리를 굳게 지켰던 곽빈이다. 이들이 제 자리를 찾아왔지만 그 부담감을 홀로 짊어졌던 곽빈이 탈이 났던 것이다.

자신감을 잃었고 몸무게도 6㎏까지 빠졌다. 덩달다 공에 실리는 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영양 섭취를 했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체중도 회복했고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곽빈은 1회초 삼자범퇴로 롯데 타선을 잠재우더니 2회 나승엽에게 2루타를 맞고도 노진혁, 최항을 깔끔히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는 곽빈의 불안 요소와 강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이닝이었다. 1사에서 8구 승부 끝에 박승욱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이후 황성빈에겐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윤동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갑작스런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

7분 뒤 재개된 경기. 볼카운트 0-1로 유리한 상황에서도 연속으로 볼 4개를 던져 스스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피안타 하나 없이 스스로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러나 곽빈은 레이예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으로 우익수 뜬공을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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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낸 뒤 기뻐하는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4회 다시 삼자범퇴로 마친 곽빈은 5회에도 볼넷 2개로 2사 1,2루에 몰렸으나 전준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5회에도 2루타를 맞고 2사 2루 득점권 상황에서 최항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격하게 포효했다.

이날 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55㎞, 평균 152㎞로 위력적이었지만 곽빈은 영리하게 투구했다. 속구는 3분의 1도 되지 않는 29구만 던졌고 슬라이더(평균 139㎞)를 25구, 커브(평균 123㎞) 23구, 체인지업(평균 133㎞) 19구로 다양한 구종을 통해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 곽빈이 또 한 번 6이닝 무실점 쾌투로 전반기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하는 모습으로 성장세를 증명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기 후 갑작스레 쏟아진 비를 맞으면서도 중계사 인터뷰를 마치고 환한 미소로 복귀한 곽빈은 "사실 상대가 윌커슨 선수라 저도 긴장을 했다. 워낙 잘 던지는 선수이고 6월에 엄청 좋았지 않나"라며 "그래서 이기려면 내가 무조건 2점 안에는 막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잘 풀린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지난 경기에 비해 사사구가 많았던 게 흠이었는데 "4사구는 아쉬운데 그래도 오늘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괜찮아서 신경은 안 쓰고 있다"는 그는 "커브에 자신감이 있는 편이라 커브를 많이 던지는데 계속 반응이 나왔다. 실투도 있었는데 그게 범타가 되는 걸 보고 오늘 커브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을 했고 (양)의지 형도 많이 생각하고 (사인을) 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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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왼쪽)이 승리 투수를 따낸 뒤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시즌 초반 7경기 만에 첫 승을 따낼 정도로 불운이 거듭됐지만 어느덧 7승 째를 수확하게 됐다. 곽빈은 "운이 안 따른다는 말도 있는데 끝까지 잘 버텼다. 결국 올라갈 사람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까 결과가 계속 좋게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아쉬운 게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기에 더 발전하려면 그 과정도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조금 아쉽다. 그래도 결과는 너무 좋으니까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기를 마지막 경기에 승리를 장식한 곽빈은 "부상으로 빠진 것도 없고 휴식 차원으로 한 번만 빠져서 로테이션을 잘 지켰다고 생각해 감사하기도 하고 잘 했다고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

다만 라울 알칸타라가 부진으로 팀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선 "오늘 출근하는 도중에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어제 경기 던지고 알칸타라를 잠깐 만났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알칸타라도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이고 성격도 좋고 잘 던진 선수인데 저도 부상을 당해봤지만 부상으로 빠져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따로 인사는 하지 못했는데 번역을 통해 DM으로 메시지를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내가 다 해야겠다는 부담감보다는 '던지면 던지겠다' 이렇게 그냥 받아들이려고 한다 "고 초연히 받아들이는 에이스의 면모도 나타냈다.

늘 그렇듯 오로지 팀만 바라본다. 곽빈은 현재 순위를 되묻더니 "다시 이제 1위에 도전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지금 팀 분위기도 좋으니까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과 잘해서 올라가고 싶다"며 "더 올라가고 싶다. 좋은 분위기를 타서 우리가 또 가을에 강하지 않나. 가을야구도 하고 싶습니다"고 다짐했다.

충분한 휴식으로 다시 힘을 낸 곽빈이다. 올스타 브레이크에도 단 하나만 집중할 예정이다. 곽빈은 "무조건 휴식하고 많이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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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왼쪽)이 승리 후 홈 팬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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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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