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이후가 불안하다' 삼성 철벽의 충격 붕괴, '세이브-홀드 최상위' 투수들에 무슨 일이

삼성 오승환(왼쪽)이 4일 KIA전 9회초 2사에서 5실점 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38차례 역전패를 당했다. 5회까지만 리드를 지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철벽 불펜으로 불렸던 삼성 라이온즈의 위용은 옛 모습이었다. 이종열(51) 신임 단장은 스토브리그에서 뒷문부터 보강했다. 가장 많았던 역전패만 지워내도 가을을 기약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끝판왕' 오승환(42)을 2년 22억원에 지켰고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클로저를 동시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김재윤(34)을 4년 58억원, 임창민(39)을 2년 8억원에 데려왔다. 총 88억원으로 7회 이후의 걱정을 완벽히 해소했다. 무려 도합 '691세이브 트리오'를 구축했다.


삼성은 85경기에서 44승 39패 2무, 승률 0.530으로 4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지난해 8위(승률 0.427)보다 훨씬 나아진 성적을 그리고 있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삼성의 반등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성장'이다. 특히나 야수진에서 김영웅, 이재현, 이병헌, 이성규, 윤정빈 등이 큰 폭의 성장세를 그렸다. 어려운 시기에서도 삼성이 힘을 낼 수 있었고 수 차례나 연승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또 하나는 안정화된 선발진이다.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와 데니 레예스가 초반 적응기를 거치긴 했으나 연착륙했고 원태인은 국내 최고급 선발로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백정현의 뒤늦은 합류로 5선발 고민이 지속되긴 했지만 좌완 이승현이 다른 3명의 선발 투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 선발 자원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것도 크나 큰 수확이었다.


그럼에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6월 이후 균열 조짐을 보인 필승조를 꼽을 수 있다.

삼성 임창민.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올 시즌 역전패가 18차례로 전체 6위였다. 두드러지는 기록은 아니지만 더 범위를 좁혀보면 그 이유가 조금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7회 이후 앞섰던 44경기의 성적은 36승 8패, 승률 0.818로 전체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한화와 NC는 나란히 30승 무패 1무로 확실히 승기를 잡은 경기에서 착실히 승리를 쌓아가고 있는데, 삼성은 여기에서 잃은 승수만 따져도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보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임창민과 김재윤, 오승환이 1이닝씩만 막아도 손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공식이 어딘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안정적인 1~4선발의 활약 속에 삼성의 선발 평균자책점(ERA)은 4.18로 전체 2위였다. 이로 인해 불펜 소화도 327⅓이닝으로 전체 6위에 불과했다. 불펜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고 짚기도 어렵다.

심지어 지난해 이원석과 트레이드 돼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부진했던 김태훈이 38경기 36⅓이닝에서 2승 2패 17홀드, ERA 2.97로 완벽히 반등했고 우완 이승현 또한 34경기 37이닝 4승 1패 1세이브 4홀드 ERA 4.14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복귀한 최지광도 9경기 12⅓이닝 동안 1승 ERA 2.92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승현이 소폭 하락세를 탔지만 김태훈과 최지광 등은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오승환은 37경기 38이닝 동안 1승 5패 24세이브 ERA 3.79, 블론세이브 4회, 김재윤은 40경기 40⅔이닝 4승 6패 1세이브 19홀드 ERA 4.43, 블론세이브 5회, 임창민은 38경기 33⅔이닝 1승 20홀드 ERA 4.01, 블론세이브 2회다.

이들의 활약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다. 오승환은 세이브 1위, 임창민과 김재윤은 나란히 홀드 1,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모두 지난해에 비해 세부수치에선 동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오른쪽)./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ㅍ

특히나 김재윤은 4월까지 ERA 2.53으로 잘 버텼으나 5월초 3경기 연속 실점하며 불안 조짐을 보이더니 이후 ERA 6.26으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선 ERA 9.82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로만 뛰던 김재윤이기에 5월까지 맡았던 멀티이닝 임무가 어색했을 수 있지만 6월 이후로는 1이닝을 넘기지 않고 있음에도 최근까지도 불안함을 야기하고 있다.

오승환도 6월 중순까지 ERA 1.67로 명불허전임을 자랑하는 듯 했지만 특히 최근 3경기 연속 실점하며 2패, 4일 KIA전에선 양 팀이 3-3으로 맞선 아웃을 잡아내고도 홈런 포함 5안타 1사사구를 내주고 무너졌다. 오승환이 5실점의 멍에를 쓴 건 무려 2012년 4월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최근 2경기 연속 실점을 한 임창민이 그나마 가장 안정적이어 보이는 상황이다.

불안한 흐름 속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게 된 것은 삼성으로선 천만다행이다. 오승환과 임창민이 워낙 자기관리에 능한 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그 힘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이는 김재윤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더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외에 특별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김재윤은 팀 불펜 투수 중 최다 이닝을 소화했고 오승환은 그 뒤를 이었다.

물론 이들을 대체할 확실한 대체자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반환점을 돈 나머지 절반의 시즌을 힘 있게 끌고가기 위해선 이들의 체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요원하기만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구원 투수 김재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