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고우석이 어쩌다' 이번엔 2피홈런, 최고 구속도 150㎞ 미만... '잃어버린 강속구가 문제'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7.05 19:58
  • 글자크기조절
image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던 시절 고우석.
고우석(26)의 가시밭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빅리그 콜업을 기다리는 고우석이 또 다시 피홈런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 A팀 잭슨빌 점보슈림프 소속 고우석은 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트루이스트 필드에서 열린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와 트리플 A 원정경기에서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15구를 던져 2피안타(2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샬럿전에서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했던 고우석은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허용했다.

트리플 A 평균자책점(ERA)은 3.60에서 4.29로 크게 뛰어올랐다. 올 시즌 트리플 A에서 16경기에서 21이닝을 소화하며 2승 1홀드를 기록 중이다.

고우석은 팀이 2-6으로 끌려가던 8회말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등판했다. 첫 타자 마이클 체이비스를 상대로 던진 초구 시속 79.4마일(127.8㎞)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고 체이비스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시속 104.6마일(168.3㎞)의 속도로 뻗어간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이 됐다. 비거리는 440피트(134.1m).


이어 오스카 콜라스를 3루수 뜬공, 에드가 퀘로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그대로 이닝을 마무리짓는 듯 했지만 한고비를 넘지 못했다.

image
고우석. /사진=뉴시스
콜슨 몽고메리의 타석에서 3구 연속 볼을 던졌고 4구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간 시속 91.5마일(147.3㎞)의 밋밋한 포심 패스트볼을 얻어맞아 우월 솔로 홈런을 내줬다. 타구 속도는 101.8마일(163.8㎞), 비거리는 417피트(127.1m)였다.

브룩스 볼드윈은 몸쪽 커터를 통해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이날 임무를 마쳤다.

총 15구 중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건 8구에 불과했다. 최고 시속은 93마일(149.7㎞). 그마저도 볼로 기록된 공이었고 상대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고우석의 공을 공략했다. 이날 유일한 헛스윙을 이끌어낸 공은 존 한참 밑으로 떨어진 커터였다.

전성기 때 기량이 나오지 않는다. 이 부분이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관건이기도 하다. 빅리그에 노크를 해보기 위해서는 가장 좋았을 때 공을 던지는 게 전제가 돼야 하지만 현재 좀처럼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3년 차인 2019년부터 주전 마무리를 꿰찼다. 이후 5년 동안 139세이브를 수확했고 2022년엔 42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고우석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빠른 공이었다. 시속 150㎞ 중반 이상의 공을 어렵지 않게 뿌리고 최고 158㎞의 공도 뿌리며 샌디에이고의 선택을 받고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던 고우석이지만 입단 후 초반부터 구속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로 시곗바늘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2023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중 어깨 부상을 당했고 시즌 초반에도 부진을 거듭했다. 5월엔 허리 부상으로 쉬어가기도 했다.

image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이 지난 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으나 고우석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몸 상태가 예년과 비교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으나 고우석은 시즌을 마친 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지만 시범경기에서 6차례 등판해 2패 ERA 12.60으로 크게 부진했고 결국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열었다.

이후엔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고 5월 31일 결국 양도지명(DFA)이라는 먹구름도 만났다. 그를 영입하려는 팀이 나타나지 않아 6월초 트리플 A팀 잭슨빌로 신분이 이관된 채로 빅리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150㎞ 중반 이상을 던졌던 고우석이지만 이젠 150㎞의 공을 던지지 못하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지난 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고우석의 명단 제외 소식에 대해 전하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우석의 시즌 출발은 늦겠지만, 이제는 다음 경기를 기약해야만 한다. 아직 빌드업이 충분하게 되지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결국 구속과 관련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당시에도 샌디에이고가 기대를 걸고 자신을 영입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내지 못했고 그 과제는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소 올 시즌은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고우석은 임의해지 선수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임의해지 공시일로부터 최소 1년이 지나야 복귀 신청을 할 수 있다.

올 시즌뿐 아니라 이후에도 미국에 잔류해 빅리그 도전을 펼쳐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좋았을 때의 자신의 공을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부에 따라 고우석이 과연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image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 A 샌안토니오 시절 고우석의 투구 장면. /사진=샌안토니오 미션스 공식 SNS 갈무리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