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마황' 정면돌파에 대환호, 올스타 위해 유니폼 제작까지... 이러니 롯데 2연속 '퍼포먼스상' 받았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7.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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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이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3회 말 배달기사 옷을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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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Bank KBO 올스타전'이 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드림 올스타 황성빈(왼쪽)이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년 연속 KBO 올스타전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은 롯데 자이언츠. 선수와 구단의 합작 속에 팬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올스타전에서 롯데 황성빈(27)은 온라인 팬 투표 18만 9266표 중 절반이 넘는 9만 7447표(51%)를 획득, 화려한 춤 솜씨를 보여준 SSG 랜더스의 루키 박지환(2만 8383표, 15%)을 제치고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김민석(20)에 이어 2년 연속 롯데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3회 말 타석에 등장한 황성빈은 '배달의 마황'이라는 글자가 적힌 헬멧을 쓰고 배달 스쿠터와 함께 등장했다. 전광판에는 '안타 배달, 마황 말고 라(이더)황'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어 김영규(NC)에게 1루수 쪽 내야안타로 살아나간 후에는 '배달 완료'라 적힌 종이를 펼쳐 들었다.

이후 황성빈은 1루에서 시즌 초 화제가 됐던 '깔짝깔짝' 스킵 동작을 보여줬다. 이에 화답하듯 김영규가 견제 모션을 하면서 순간 표정을 어둡게 하는 척을 하며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4회 초 팀 동료 박세웅(29)이 등판하자 '신속 배달'이라 적힌 중식당 철가방을 들고 마운드로 갔다. 철가방에서 로진을 꺼내 전달하자 박세웅은 1만 원 지폐를 전달했고, 황성빈이 거스름돈을 주려 하자 거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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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오른쪽)이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3회 말 1루로 나간 후 스킵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황성빈만 준비하고 나온 건 아니었다. 베스트 12로 뽑힌 외야수 윤동희(21)는 자신과 닮은꼴로 유명한 배구선수 김희진(IBK기업은행) 스타일로 꾸미고 나왔고, 투수 김원중(31)은 최근 유튜브 쇼츠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자신의 발 구르기 동작을 보이그룹 세븐틴의 '마에스트로'에 맞춰서 했고, 윤동희의 퍼포먼스에도 동참했다. 포수 정보근(25)은 게임 '버블보블' 캐릭터처럼 하고 나왔다.


팬들의 박수를 받은 롯데 선수들의 올스타전 퍼포먼스는 홍보팀의 밤낮을 가리지 않은 준비 속에서 탄생했다. 이에 구단 관계자를 통해 준비 과정의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조심스러웠던 황성빈, 그래도 '정면돌파'... KBO-SSG 협조 속 '역대급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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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왼쪽)이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3회 말 스쿠터를 타고 등장하자 김태형 롯데 감독이 미소짓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당초 황성빈은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올스타 투표 중반까지도 출전권에 있었지만, 팬 투표 83만 5269표, 선수단 투표 52표 등 총 22.96점으로 드림 올스타 외야수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베스트에 뽑혔던 기예르모 에레디아(SSG)가 종아리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KBO 규정상 차점자였던 황성빈이 출전하게 됐다. 이 사실이 구단에 전해진 건 올스타전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9일 밤이었다.

이에 황성빈 본인도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구단은 다음날 공식 SNS에 출전 영상을 올리는 동시에 황성빈이 댓글로 "팬분들께서 보고 싶으신 퍼포먼스를 댓글로 달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최종적으로 '배달의 마황' 코스프레를 하기로 했다.

다만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황성빈은 배달기사 관련 별명이 자신이 안 좋을 때 붙은 별명이고, 배달업 종사자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해서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면돌파해 이를 살리고, 배달기사 직업군을 희화화하지 않게 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남은 건 코스프레 물품이었다. 배달기사 옷과 헬멧은 인터넷에서 대여해주는 곳을 찾았고, 철가방은 롯데 구단과 거래하는 인근 중식당에서 올스타전 이틀 전 프런트가 직접 찾아와 빌렸다. 가장 중요한 스쿠터는 여러 업체를 수소문해 구했고, 당일 오후 4시에 야구장에 도착하면서 지하주차장에서 급하게 연습했다. 롯데 관계자는 "잔디 문제가 있어서 스쿠터 출입 여부를 문의했다. 인조잔디 부분만 밟겠다고 했고, 감사하게도 KBO와 SSG 측에서 허락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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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이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4회 말 박세웅과 '철가방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황성빈과 호흡을 맞췄던 박세웅은 본인이 '조연'을 자처했다고 한다. 철가방 등장 타이밍에 대해 고민한 구단은 이미 퍼포먼스를 준비한 김원중 대신 박세웅이 등판할 때 황성빈이 로진백을 전달해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에레디아 유니폼을 들고 소감을 밝힌 것도 황성빈 본인의 아이디어와 SSG의 협조로 이뤄졌다. 구단 관계자는 "본인이 쾌유를 빌면서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이야기했다. SSG 쪽에서도 이를 받아줘서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스타전 종료 후 만난 황성빈은 "시간이 부족했던 사실 웃기고 싶은 욕심도 있고 팬분들도 많이 기대하시는 것 같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웃지 않는 게 포인트였는데 못 참았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웃고 손을 흔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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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이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한 후 SSG 에레디아의 유니폼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윤동희 '김희진 코스프레' 위해 배구단 연락→하나뿐인 유니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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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윤동희가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2회 말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배구선수 김희진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다른 선수들도 철저히 준비에 나섰다. 윤동희의 경우 일찌감치 김희진 코스프레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김희진 측에서 안 좋게 볼 수도 있었기에 소속팀 IBK기업은행에 연락을 취했고, "너무 희화화만 안 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답변받았다고 한다. 이에 결정이 된 후 IBK기업은행과 비슷한 스타일의 배구 유니폼을 롯데 유니폼 제작업체에 부탁해 만들었다. 당사자인 김희진은 자신의 SNS에 "엄마 혹시 잃어버린 남동생 있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원중의 경우 발 구르기 동작이 본인의 리듬을 찾는 것이고, 경기에 집중하기 위한 동작이어서 웃음 포인트로 받아들여지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 26일 시구자로 나섰던 배우 허준석이 가발까지 쓰고 와 이 동작을 똑같이 따라해 화제가 된 것도 이유가 됐다. 롯데 관계자는 "KBO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 팬만 공감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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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원중이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마에스트로 복장을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마운드에 올라와 퍼포먼스를 할 때 라이트가 점멸됐던 것도 김원중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이에 구단에서는 선수가 홈런 칠 때처럼 조명을 해주고, 음악도 타이밍에 맞춰 틀어달라는 부탁을 전달했고,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정보근은 본인의 별명 중 하나인 '정월대보근'으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형상화할지에 대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이름과 비슷한 '보글보글'(버블보블)의 귀여운 이미지를 준비했다. 이에 구단은 헬륨풍선과 사이즈 맞는 공룡 옷. 버블보블 게임 사운드 등을 깔아주며 정보근의 퍼포먼스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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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보근이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게임 '버블보블' 캐릭터를 흉내내며 등장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치열한 퍼포먼스 경쟁에 피곤했지만, 그래도 "보람 있었다" 만족





올해 올스타전은 예년에 비해 선수들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김도영(KIA)은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주인공 류선재(변우석 분)를 패러디했고, 유쾌한 선수 로니 도슨(키움)은 마라탕 모형을 온몸에 두르고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피자배달부 코스프레로 어릴 적 꿈을 이룬 오스틴 딘(LG)도 있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을 도운 프런트도 고된 나날을 보냈다. 롯데 관계자는 "피곤하긴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는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선수와 프런트의 찰떡 호흡 속에 롯데는 올스타전의 숨은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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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올스타전에 출전한 롯데 선수. 왼쪽부터 박세웅, 윤동희, 정보근, 김원중, 황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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