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서 김서현-황준서, 'TWO MOON'의 방향성 "마운드서 더 공격적으로, 포텐은 터진다"

고척=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7.1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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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양상문 투수 코치(왼쪽)가 9일 키움전에서 8회말 황준서에게 공을 맡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팀이 0-3으로 끌려가는 무사 1,2루, 그리고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8회 경험이 일천한 두 신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팀의 승리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 결과는 달랐지만 이들을 대하는 사령탑의 방향성은 확고했다.

2023년, 2024년 전체 1순위 신인. 그러나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두 신성이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서현(20)과 황준서(19)다.


'젊은 투수들이 미래'라던 사령탑은 보다 공격적으로 신성들을 기용하며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전반기를 마치고 김 감독은 오랜 야구계 후배이자 한 때 감독으로서 가을야구에서도 격돌했던 양상문(63)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투수 코치로 영입했다. '두 달(MOON)'의 조합에 야구계의 시선이 쏠렸다.

이날은 양상문 코치 합류 후 치르는 첫 경기였다. 김경문 감독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방문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한화는 투수 쪽이 어느 팀 못지않게 강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양 코치와 대화를 많이 했다. 전반기를 마치면서 이 정도면 앞으로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끝났다"며 "물론 감독 생각이 틀어질 때도 있겠지만 우리 한화의 투수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훌륭한 양 코치가 왔으니 젊은 투수들을 잘 지도해서 앞으로 최강의 투수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 차례 감독을 지냈고 단장까지 역임했다. 그렇기에 코치로 합류하는 것이 더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도 "네임밸류를 보면 당연히 수석 코치로 영입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나 감독했던 사람이 코치하는 게 어색하지 미국은 그런 경우가 많다"며 "꼭 수석이 아니라도 가장 잘하고 있는 파트를 맡겨서 한화가 강해진다는데 자리가 중요하겠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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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전 만난 양상문 한화 투수 코치. /사진=안호근 기자
양상문 투수 코치는 팀에 합류에 선수단에 강조한 내용을 묻자 "개인적으로 당부한 건 '여러분들이 다른 팀 선수들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고 또 한화 이글스가 더 많이 이기는 데 역할을 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고 감독님께서 지시한 부분은 마운드에서 지금보다는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해서 그대로 선수들에게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밖에서 볼 때 한화는 성적이 더 날 수 있는데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은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아니지만 투수나 타자나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특히 투수는 겉에서 볼 때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고 말했다.

투수 육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초기에 투수 같은 경우는 갑자기 잘하는 선수는 없다. 타자는 그런 선수도 있는데 결국은 스텝 바이 스텝이다. 그런 쪽에 대해 경험을 많이 했다"며 "물론 '한순간에 정말 좋아졌다'고 느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선수들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교정해 가면서 준비를 하면 본인이 갖고 있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포텐은 분명히 터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유망주들의 기용법을 통해서도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코치의 선수 운영 철학이 잘 나타난다.

지난 3일 KT 위즈와 홈경기. 0-3으로 뒤진 8회초 무사 1,2루에서 김경문(66) 한화 감독은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2군에서도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했던 파이어볼러 유망주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노장의 부름을 받고 1군에 콜업돼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희생번트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린 뒤 볼넷을 허용했지만 과감한 승부를 펼쳐 병살타로 위기를 지워냈다.

최고 시속 160㎞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려대던 무서운 신인은 지난해 부침을 겪었고 기대를 모으며 새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오히려 구속이 줄었고 장점마저 사라졌다. 그를 본 새 사령탑은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마음껏 던져"라고 말했다. 그리고 단 한 번이었지만 김서현은 사령탑에게 희망의 불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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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사령탑은 직접 격려 전화를 걸어 아낌없이 칭찬했다. 김서현은 "나한테 더 도움을 주려고 하시고, 계속 도와주려고 하셔서 감사했다"며 "이렇게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첫날 내 피칭을 보시고 등록하셔서 나도 보답하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길 원하는 감독은 전폭적인 신뢰를 나타내면서도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 젊은 투수를 밀어 넣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잔뜩 위축돼 있던 김서현이 한층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날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팀이 3-2로 리드를 잡고 있던 8회말 마운드에 황준서를 올려보낸 것이다. 황준서는 첫 타자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후 송성문의 타석 때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허용했다. 곧바로 양상문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황준서를 다독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최주환의 타석 때 볼넷을 내줬다.

이후 등판한 한승혁도 볼넷을 허용했고 포수 이재원의 포일과 3루수 하주석의 실책까지 나오며 승리를 넘겨준 뼈아픈 장면이 됐다.

그러나 "한순간에 좋아질 수는 없다"는 양 코치의 말을 통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자신 있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던 의도를 읽어볼 수 있는 기용이었다.

결과적으론 아쉬운 장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8회말 상황으로 인해 최하위 키움에 패하며 0.5경기 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김서현과 황준서의 기용법을 통해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코치 조합의 방향성을 분명히 읽어볼 수 있었다. 한화와 나아가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도전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한화에 그리 많은 여유는 없다. 가을야구라는 목표 하에 시즌 도중 사령탑을 교체했고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양상문 코치까지 영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물러섰지만 2보 전진을 위한 과정과 그러한 방향성이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준 두 지도자가 얼마나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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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키움전 8회말 투구를 하고 있는 황준서.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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