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주호 말이 다 맞았다, 축구협회 시인 "내국인 추천 여론 많았어, 외국인 감독 문제 있었다"

박건도 기자 / 입력 : 2024.07.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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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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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사진=뉴시스 제공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37)의 증언이 다 맞아떨어졌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홍명보(55)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을 설명하며 지난 5개월 타임라인을 모두 공개했다.

축구협회는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 드립니다'라는 성명문을 냈다. 협회는 "최근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을 두고 절차와 과정 등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라고 인정하면서 "축구협회는 전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 선임 도중 규정에 없는 상황(정해성 위원장 및 일부 위원의 급작스러운 사임)에도 차질 없이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려 했다. 세심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는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 전 한국 축구는 두 명의 외국인 사령탑 체제에서 운영됐다. 역대 최장 기간을 재임했던 파울루 벤투(포르투갈·현 아랍에미리트) 감독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은 근태 논란과 성적 부진을 떠안고 지난 2월 불명예스럽게 경질됐다.

2월 중순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자문 기구인 박주호 해설위원을 비롯한 전력강화위원 10명을 선정했다. 첫 회의인 2월 21일부터 국내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축구협회는 두 전임 감독의 사례를 묶어 예로 들며 "벤투, 클린스만 때부터 대표팀 내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선수단 내 화합과 기강확립을 위해 내국인 감독 선발 추천 여론이 다수가 있었다"라며 "외국인 감독의 국내 거주 문제로 인해 국내 감독 선임에 대한 선호 의견이 많았다"라고 시사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내정설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박주호 위원은 전력강화위원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며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부터 한국 감독을 선임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라고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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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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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신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국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에서 선수 시절을 보낸 박주호는 제시 마쉬(현 캐나다 국가대표팀)와 유럽 명장 토마스 투헬 감독의 오른팔로 알려진 졸트 뢰브(헝가리) 코치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5개월 고민 끝 선택은 울산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었다. 22페이지의 자료와 경기 영상 16개를 준비한 한 감독, 16페이지의 PT 자료를 제시했다는 외국인 지도자는 모두 이임생 기술이사와 면담에서 축구 철학과 국내 상주 등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탈락했다.

홍명보 감독만은 달랐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 내정 브리핑 당시 "홍명보 감독을 설득했다"라고 직접 밝혔고, 축구협회 관계자도 "홍명보 감독은 하루 고민 끝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라고 내정 발표 이유를 들었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은 이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울산을 맡을 때 경기를 통해 확인된 지도자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미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의구심을 표한 한국 축구 전설들은 박주호 위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를 포함해 이천수, 이영표, 이동국, 김영광 등이 각각 공식 석상과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의 설명을 촉구했다.

해명문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3월 A매치 직전인 2월 24일 제2차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황선홍(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추천했다. 실제로 황 감독은 3월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태국과 2연전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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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6월 A매치까지 약 두 달이 시간이 있었다. 이 기간 축구협회는 외국인 지도자들을 두고 저울질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들은 입장 번복으로 인한 협상 지연, 국내 거주 등을 문제로 선임이 결렬됐다. 따라서 2차 예선 마지막 두 경기도 김도훈 감독이 맡았다는 게 축구협회의 입장이다.

홍명보 감독 선임 한 달 전까지도 축구협회는 면접까지 진행하는 등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허나 모두 면담 끝에 협상 결렬이라는 같은 결과만 나왔다. 와중에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구두로 돌연 사임을 표명했다. 5개월간 진행한 전력강화위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었다. 축구협회는 "규정에 없는 상황(전력강화위원장 사임)들이 생겼을 때 세심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일단 홍명보 감독은 유럽으로 이동해 외국인 코치 선임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선임 후 공식 기자회견은 입국 후 진행될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두 개의 장문 게시글을 통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털어내려 애썼다. 해석은 관계자들과 축구팬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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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홍명보 감독이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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