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KBO 새 역사' 이런 신인이 있나, 최연소 10SV에도 "현재에 집중, 기록은 잘하면 따라온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7.2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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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택연이 23일 키움전 시즌 10세이브를 따내고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1982년 출범 후 43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 역사상 이런 신인은 없었다. 신인왕 0순위로 평가받는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새 역사를 써냈다.

김택연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10차전에서 팀이 6-3으로 앞선 9회말 구원 등판해 19구를 던지며 피안타 없이 1볼넷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지켜냈다.


데뷔 시즌 43번째 경기에서 19세 1개월 20일 만에 10번째 세이브를 챙겨 역대 최연소 10세이브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나승현의 19세 2개월 10일(2006년 6월 16일 사직 현대전)이었는데 이를 1개월 가량 앞당겼다.

구단 역사도 새로 썼다. 종전 두산의 기록은 이용찬(NC)의 20세 4개월 20일(2009년 5월 22일 문학 SK전)이었는데 이보다는 1년 3개월이나 빠른 기록을 썼다. 이용찬은 당시 26세이브를 거두며 구원왕과 함께 신인상을 거머쥐었는데 2년 차 중고 신인이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신인 투수의 10세이브는 역대 7번째이자 베어스에선 3번째, 고졸 신인 중에선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시속 150㎞를 웃도는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이 가장 큰 무기다. 이날도 74%(14/19)가 빠른 공이었고 2번째 타자 최주환을 상대할 때까지는 13구 중 변화구가 단 하나에 불과했다. 주자를 1루에 내보내자 포수 양의지가 땅볼 타구를 유도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섞어 주문했고 결국 높은 코스의 빠른 공으로 병살타를 이끌어내 경기를 매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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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이 23일 키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던 두산은 2022년 9위로 미끄러졌는데 그 결과물로 얻은 신인 드래프트 2순위 지명권은 김택연이라는 축복을 가져다줬다. 시즌 초반부터 빠르게 필승조로 거듭난 김택연은 지난달 13일 본격적으로 마무리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정철원과 홍건희 모두 클로저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진했고 이 감독은 "김택연이 올라오면 무조건 두산이 이긴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고졸 루키에게 최후방 문지기를 맡겼다.

이후 13경기에서 13⅔을 소화하며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32로 극강의 면모를 뽐냈다. 속구 위주의 피칭을 펼치면서도 9이닝당 탈삼진은 10.96개에 달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제2의 오승환으로 불리는 이유다.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생각지도 못한 기록이다. 지금까지 안 아프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 해도 만족스럽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마무리가 더 어려운 걸 알다 보니까 많이 힘든 과정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다치지도 않고 큰 일 없이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2세 8개월 1일의 나이로 최연소 100세이브를 달성한 정해영(KIA)을 비롯해 KBO 통산 425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삼성) 등 걸출한 선배들의 업적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위대한 발자취의 시작점이나 다름 없다. 대학을 거쳐 첫 시즌부터 16세이브를 따낸 오승환도 10세이브까지 51경기, 82⅓이닝이 필요했다. 김택연은 43경기, 44⅓이닝 만에 이 기록을 이뤄냈다.

최연소 세이브 기록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김택연은 "최연소 기록은 저에게도 그렇고 기록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 더 좋다"면서도 "아직 (오승환 등) 선배님들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보여준 게 많지 않다. 좋은 길로 가기 위해서 더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 대선배님들도 꾸준했기에 가능했던 기록들이다. 저도 그렇게 안 아프고 꾸준하게 잘하는 게 목표"라고 자세를 낮췄다.

우려스러운 건 체력적 부담이다. 현재까지 40이닝 이상을 소화한 불펜 투수 25명 가운데 신인 자격을 갖춘 투수는 김택연과 조병현(SSG) 둘 뿐이다. 마무리라는 부담까지 안고 있고 무더위까지 찾아와 체력 관리가 더욱 힘들 수밖에 없을 터. 김택연은 "일단 잠을 많이 자려 하고 한다. 회복에 집중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제가 땀이 많이 나는데 이럴 때 빨리 회복을 하려고 한다"며 "경기 끝나고 항상 보강 운동을 하면서 리커버리를 하고 집에 가서는 잠을 많이 자면서 회복을 많이 한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먹으려 하고 너무 늦은 시간에 헤비하게는 안 먹긴 하는데 야구 선수의 생활 패턴상 어쩔 수 없이 좀 늦어지다 보니 먹고 산책도 하면서 충분히 소화를 하고 잔다"고 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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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오른쪽)이 세이브를 따낸 뒤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마무리로서 핵심적인 것으로 멘털을 빼놓을 수 없다. 특급 도우미가 있었다. 김택연은 "하루 못했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선배님들이 괜히 말씀을 하신 게 아닌 것 같다"며 "(최)지강이 형이랑 같이 지내는데 안 좋은 날이 있을 때에도 같이 있다 보니까 서로 힘이 되는 것 같다. 계속 우울해지지 않게 해주는 것 같아서 잘 회복하는 것 같다"고 부상 회복 중인 선배 최지강에게 공을 돌렸다.

올 시즌 이뤄야 할 목표 2가지가 있다. 역대 신인 최다 세이브는 2002년 조용준(현대)의 28세이브로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를 맡은 게 아니기에 이 기록 도전은 어렵지만 나승현의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은 충분히 넘볼 수 있다. 이를 넘어서면 자연스레 오승환의 데뷔 시즌 세이브 기록도 넘어서게 된다. 김택연은 초연했다. "안 아프고 잘 하다 보면 기록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기록을 쫓아간다는 생각보다는 매 경기 집중하고 있다. (기록까지) 하나 남았을 때는 조금 생각날 것 같지만 아직은 딱히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신인왕이다. SSG의 조병현(3승 3패 10홀드, ERA 4.18)과 박지환(40경기 타율 0.341) 등이 있지만 팀 내 비중과 마무리로서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김택연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다 보면 시즌 말쯤에는 생각이 날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아프면 잘하고 있어도 의미가 없기에 하루 하루를 잘 보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한다. 마무리로서 최대한 팀에 승리로 끝나는 경기를 많이 선사하겠다는 목표다. 김택연은 "당연히 보직이 보직이다 보니까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안 좋은 모습을 많이 안 보이려고 자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마운드 위에서 만큼은 자신 있게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김택연의 최연소 10세이브를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긴 이승엽 감독은 앞서 김택연에게 마무리를 맡기며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프로야구에 대단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고 "두산 베어스의 김택연이 아닌 대한민국의 김택연이 될 선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 화려한 커리어의 시작점을 알린 김택연이다. 당장 올 시즌의 끝을 어떤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나승엽과 오승환 등을 넘어 또 다른 KBO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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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초 등판해 역투를 펼치는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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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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