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바란다고 그걸 해내?' 과연 슈퍼스타 김도영, 그 어려운 KBO 최초 대기록 또 썼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7.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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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가운데)이 23일 광주 NC전을 승리로 이끌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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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구단이 23일 광주 NC전에서 김도영의 KBO 역대 최소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이종범(54)은 팬들이 야구에서 상상하는 모든 플레이를 현실로 보여주는 슈퍼스타였다. 그 뒤로 수많은 스타가 KBO 리그에 출몰했지만, 이종범의 아성과 존재감을 넘어서는 야수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30년 뒤 팬들이 바라는 걸 현실로 만드는 선수가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같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그 주인공이다.

김도영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3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1홈런) 2타점 3득점 1삼진으로 KIA의 8-1 대승을 이끌었다.


안타-2루타-3루타-홈런이 차례로 나온 올 시즌 처음, 역대 31번째 사이클링 히트(힛 포 더 사이클)다. 타이거즈 소속으로는 2016년 4월 15일 광주 넥센(현 키움)전 김주찬, 2017년 8월 3일 광주 KT전 로저 버나디나에 이어 역대 3번째 사이클링 히트였다. 또한 만 20세 9개월 21일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기록한 사이클링 히트였다. 최연소 기록은 신종길이 한화 소속으로 2004년 9월 21일 대전 두산전에서 만 20세 8개월 21일이었다.

여기에 아웃 카운트 하나 없이 연속으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차례로 이뤄나가면서 특별함을 더했다. 1루타-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로 연달아 달성해 만들어지는 것을 '내추럴 사이클(Natural Cycle)'이라 부르는데 1996년 4월 14일 부산 한화전에서 롯데의 김응국이 한 차례 달성한 바 있었다. 하지만 김응국은 1루타와 2루타 사이에 한 타석을 범타로 물러났기에 4타석 만에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건 김도영이 최초로 기록한 대기록이었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는 치는 선수 본인도 상대 배터리도 모두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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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23일 광주 NC전에서 3루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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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23일 광주 NC전에서 3루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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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23일 광주 NC전에서 3루에 안착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1회 말 무사 1, 2루에서 유격수 깊은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NC 유격수 김휘집이 잘 잡아 3루로 송구해 아웃을 시도했으나, 크게 빗나가 김도영의 내야 안타가 만들어졌다.

3회 말 2루타는 다소 상황이 묘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김도영은 다니엘 카스타노의 시속 143km 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우중간 외야 담장으로 향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NC 외야수들이 공을 한 번 더듬었고 김도영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감안한다면 3루타도 가능해 보였으나, 김도영은 2루에 여유 있게 안착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이 2루타가 있어 대기록이 가능해졌다. 5회 말 1사에서 김도영은 카스타노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시속 135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3루타를 만들었다. 이때는 거침없이 질주해 미소와 함께 3루에 도달했다.

이때부터 1만 3756명의 팬은 홈런 단 하나만 기대하기 시작했다. 팬들의 스케치북에는 김도영 사이클링 히트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KIA가 6-1로 앞선 6회 말 1사 1루에서 KIA 팬 모두의 바람은 홈런 단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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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23일 광주 NC전 6회 말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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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도영이 23일 광주 NC전 6회 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NC 배터리도 대기록을 의식한 듯 쉽게 승부하지 않았다. 포수 박세혁은 계속해서 바깥쪽으로 앉아 변화구를 유도했고 김도영은 그런 배재환의 슬라이더 3개를 지켜봤다. 그렇게 4구째 직구도 걷어낸 뒤 5구째 가슴 높이로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이 장면에 중계진은 "이래서 김도영을 슈퍼스타라 부른다"며 그 존재감을 확인해 줬다.

팬들이 바라는 걸 현실로 보여준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높은 기대만큼 선수에게는 같은 크기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 오히려 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짝 활약에 그치는 선수가 부지기수였다. 데뷔 때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린 김도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까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3년 차인 올해 역시 변화구와 수비에 약점을 보이며 초반 좋은 성적에도 항상 부담을 안고 뛰었다.

그러나 김도영은 남들은 좌절할 순간마다 결정적인 홈런포로 그 위기를 넘기면서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그는 지난 4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10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43년 KBO 리그 역사에서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했다. 전반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6월 23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내면서 역대 57번째 20홈런-20도루에 성공했다. 이는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로 타이거즈 역사에서는 최초였다.

또 한 번 팬들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며 슈퍼스타로서 존재감을 재확인한 김도영은 다시 KBO 역사를 향해 나아간다. 기대되는 기록은 30홈런-30도루다. 김도영이 역대 8번밖에 나오지 않은 30홈런-30도루에 성공한다면 이는 1996년 박재홍을 넘어선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기에 더해 현재 유지하고 있는 고타율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1997년 이종범(타율 0.324-30홈런-64도루) 이후 처음이자 역대 7번째 3할 타율-30홈런-30도루 기록도 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 첫 시즌 MVP도 꿈은 아니다. 23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김도영은 이미 93경기 타율 0.354(364타수 129안타) 25홈런 71타점 97득점 29도루, 출루율 0.423 장타율 0.643 OPS 1.066으로 MVP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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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가운데)이 23일 광주 NC전을 승리로 이끌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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