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충격 탈락 직후...' 그래도 끝까지 옆에서 지켜준 단 1명, 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나 [파리 현장]

라 데팡스 아레나(파리)=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7.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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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오른쪽)와 김우민이 29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충격적인 남자 자유형 200m 탈락에 누구보다 아쉽고 속상하고 마음 아픈 건 황선우(21·강원도청) 본인이었을 터. 하지만 그런 황선우와 아픔을 함께한 형이 있었으니 바로 동료인 김우민(23·강원도청)이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황선우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몇 분의 순간, 그래도 김우민은 옆에서 끝까지 함께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황선우는 29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 1조에서 1분 45초 92를 마크하며 조 5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황선우의 출발은 좋았다. 황선우는 첫 50m 구간을 1조 8명 중 가장 빠른 24초 10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계속해서 26초 85의 구간 기록과 함께 100m를 가장 빨리 통과했다. 이때까지 분명 1위였다. 그런데 갑자기 황선우의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100~150m 구간 기록은 27초 67초로 앞선 구간보다 0.82초나 느려졌다. 이후 황선우는 150m를 1분 18초 62의 기록으로 찍었다. 순위는 어느새 4위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결국 황선우는 4세트에서 또 다른 한 명에게 추월을 허용한 끝에 최종 기록 1분 45초 92로 조 5위를 차지했다.

황선우는 5위로 마쳤기에, 이어 펼쳐진 2조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내 황선우에게 더 이상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준결승 2조에서 황선우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4명이나 나오면서, 결국 황선우는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위 8명 안에 들지 못했다.

황선우는 최근 페이스가 매우 좋았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3회 연속 메달을 획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은메달(1분 44초 47), 2023년 후쿠오카 대회에서 동메달(1분 44초 42), 올해 도하 대회에서 1분 44초 75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비록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 44초 62를 마크하며 당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결선 무대를 밟기도 전에 쓴잔을 들이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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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영대표팀 김우민 선수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욱 아쉬웠던 건 준결승 전체 8위였던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 1분 45초 88)와 격차가 불과 0.04초밖에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1분44초53로 전체 1위, 스콧이 1분 44초 94로 2위, 루크 홉슨(미국)이 1분 45초 19로 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날 황선우와 함께 김우민도 같은 조에서 역영을 펼쳤다. 김우민은 1분 46초 58을 기록하며 조 6위, 전체 12위에 자리하며 역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김우민은 자유형 800m와 1500m까지 탈 수 있는 '중장거리 최강자'. 200m 종목에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았다. 더욱이 김우민은 28일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면서 한결 마음은 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황선우가 주 종목인 200m에서 탈락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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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영 대표팀 황선우 선수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 경기에서 역영을 마친 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황선우와 김우민은 평소에도 늘 남다른 '브로맨스'를 자랑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룸메이트로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황선우는 앞서 자유형 200m 예선을 마친 뒤 김우민에 대해 "거의 300일 정도 같이 붙어 지내서 가족 같다"며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또 김우민의 동메달에 대해 " 황선우는 "(김우민이) 동메달 시상식을 마치고 온 뒤 메달을 봤는데 영롱하더라. 저도 갖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졌다"며 솔직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면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두 사람이었다. 황선우와 김우민은 탈락이 확정된 이후 나란히 밖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먼저 황선우가 입을 열었는데, 그 옆에는 김우민이 서 있었다. 사실 모든 관심이 황선우로 쏠린 상황에서 먼저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우민은 끝까지 옆에 선 채 황선우를 기다렸다. 김우민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날 자신은 메달까지 땄는데, 그래서 동생의 탈락이 누구보다 가슴 아프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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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가 28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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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민이 28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황선우는 먼저 "도쿄 올림픽 이후 약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런 아쉬운 결과가 나와 저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자신을 탓한 뒤 "그래도 아직 계영 800m 경기와 자유형 100m 등의 경기가 남아 있다. 빨리 잘 털어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어 황선우는 "지금 레이스에서 어디가 잘못됐는지, 아직 파악을 잘 못한 상태"라면서 "분명히 오전과 준결승에 뛰기 전까지 몸에 괜찮아 잘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후반 마지막 50m에서 매우 많은 과부하가 걸렸다. 그러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황선우는 "이 9등이라는 결과가, 정말 한 끗 차이로 결승에 못 가게 됐다. 이 아쉬움을…"이라며 잠시 말을 줄인 뒤 "그래도 지금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후회보다는 제가 수영 선수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교훈과 경험을 얻었다. 그래서 얼른 빨리 훌훌 털어내고, 또 앞으로도 올림픽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어 황선우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옆에 서 있던 김우민이 인터뷰에 임했다. 이번에는 황선우가 이미 인터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가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김우민은 "(황)선우를 옆에서 지켜봤는데, 누구보다 저희들이 열심히 준비했다. 그렇게 서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우 경기 결과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번 아쉬운 경기는 빨리 털어내고, 남은 경기에 집중을 잘하겠다. 3년 동안 준비했던 모습, 최고의 컨디션을 다시 잘 보여드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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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오른쪽)와 김우민이 29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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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왼쪽)와 김우민.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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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오른쪽)와 김우민.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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