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없다고 시즌 포기했나' SF는 왜 ERA 9.9 불펜 위해 182홈런 거포 '헐값'에 내줬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7.3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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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이정후(26)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언뜻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한국시간)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32)와 구원 투수 루크 잭슨(33)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보내고 좌완 투수 타일러 마첵(34)과 마이너리그 내야수 세이빈 세바요스(22)를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 부상 후 시즌을 포기한 건가 싶을 정도로 균형이 맞지 않는 트레이드다. 먼저 이 트레이드에서 가장 이름값이 높은 솔레어는 빅리그 통산 182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다. 2014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해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오기까지 5개 팀을 거치면서 3시즌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홈런을 꾸준히 쳤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이던 2019년에는 무려 48개의 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으며, 2021년 애틀랜타 시절에는 3홈런 6타점으로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3년 4200만 달러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커리어 내내 수비가 좋지 않은 탓에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93경기 타율 0.240, 12홈런 40타점 OPS 0.749로 평범한 활약을 했다.

솔레어와 함께 트레이드된 우완 투수 잭슨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33경기 평균자책점 2.97로 필승조에 가까운 활약을 한 선수다. 올해는 36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다소 평범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2년 1150만 달러에 계약했고 올해가 2년 차였다. 솔레어와 잭슨 모두 2021년 애틀랜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멤버로서 익숙한 곳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가 받아온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선수인 마첵은 올 시즌 뛰는 것조차 불투명한 선수다. 마첵은 2022시즌 종료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고 올 시즌이 돼서야 실전에 복귀했다. 하지만 11경기에 나오는 데 그쳤고 그마저도 평균자책점 9.90으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또 한 번 팔꿈치에 염증을 느껴 현재 부상자 명단에 있는 상태다. 최고 시속 99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이지만, 쓰지를 못하니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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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마첵. /AFPBBNews=뉴스1


함께 받아온 유망주도 평범 그 자체다. 세바요스는 202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 애틀랜타의 지명을 받은 우타 3루수로서 콘택트 능력이 괜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수비와 주루 능력이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 지명타자가 유력한 선수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기준 애틀랜타의 팀 내 유망주 17위에 머물렀다. 올해 하이 싱글 A에서는 84경기 타율 0.259, 3홈런 30타점 9도루, OPS 0.707을 기록 중이었다.

선수의 가치만 보면 헐값에 강타자와 쓸 만한 불펜 자원을 내준 것과 다름없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연봉 규모를 줄이기 위한 트레이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트레이드로 솔레어의 약 30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마이클 콘포토 등 연봉이 높은 선수를 추가로 트레이드한다면 사치세 한도 밑으로 팀 연봉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는 스펜서 비벤스(30), 마르코 루시아노(23) 등 콜업이 준비된 선수들의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비벤스는 올 시즌 트리플A에서 26경기 평균자책점 2.61, 빅리그에서 9경기 평균자책점 2.37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우완 불펜 투수다.

팀 내 최고 유망주 중 하나인 루시아노는 마이너리그에서는 더 보여줄 것이 없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올해 빅리그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서도 10경기 타율 0.375(24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격수 포지션의 루시아노는 수비가 아직 빅리그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고 기용하기 위해서는 지명타자 자리가 필요했다. 올 시즌 무난한 활약에 그치던 솔레어와 잭슨을 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겠다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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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솔레어.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31일 "샌프란시스코는 솔레어의 계약을 끝내면서 현재와 미래의 샐러리캡 유동성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루시아노 같은 젊은 유망주들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아쉬운 건 애틀랜타의 가려운 점은 다 긁어주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적당한 연봉 덜어내기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솔레어의 타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애틀랜타에는 호재다. 솔레어는 최근 15경기에서 타율 0.327, OPS 0.993으로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다른 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솔레어는 타율 0.240에 12홈런으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해볼 만한 점도 있다. 솔레어는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의 빈자리를 모두 채울 것으로 보이며,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만 하면 될 수도 있다. 솔레어의 올 시즌 12개 홈런 중 8개가 원정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3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는 53승 55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와일드카드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은 팀이었다. 주축으로 생각했던 이정후의 어깨 수술 후 팀 계획이 꼬이면서 방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당장의 성적보단 미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블리처 리포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어 돈을 아낀 것만이 이번 트레이드의 전부이며, 구단 수익에 대한 기득권을 가진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이제 희망은 이번에 아낀 돈이 재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세바요스도 프로에 와서 파워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키 190㎝에 102㎏의 체격은 강타자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샌프란시스코의 입장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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