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비비안 콩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하지만 IOC의 아마추어리즘은 사실 명목상의 '구호'에 불과하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국가로부터 포상금을 받고 거액의 광고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선수들의 강력한 경쟁심에는 이런 점들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 가운데 메달 획득 선수에게 가장 많은 상금을 주는 곳은 홍콩이다. 미국 매체 CNBC에 따르면 홍콩은 금메달리스트에게 무려 76만 8000달러(약 10억 6000만 원)의 포상금을 주고 은메달과 동메달리스트에게도 각각 5억 3000만 원과 2억 6000만 원을 지급한다.
이러한 포상금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홍콩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는 듯하다. 홍콩은 이번 올림픽에서 1일(현지시간) 현재 금메달 2개(펜싱)와 동메달 2개(수영)를 획득했다. 금메달 숫자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홍콩이 하계 올림픽에서 이룬 최고의 성적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인구 734만 6000명에 불과한 홍콩은 오랫동안 올림픽 참가에 의미를 뒀던 스포츠 약소국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 강소국이 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
홍콩은 아시아 국가들이 성과를 거뒀던 올림픽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주변 국가의 선수들이 잘 하는 종목이 아시아인에게 적합한 종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가운데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저변이 넓은 탁구와 최근 올림픽에서 한국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펜싱이 포함돼 있다.
홍콩은 탁구에서 먼저 성과를 냈다.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홍콩의 진정한 성공은 펜싱에서 불붙었다. 2021년 펼쳐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홍콩의 정가롱(27)은 펜싱 플뢰레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정가롱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뿐만 아니다. 홍콩의 여자 검객 비비안 콩(30)도 파리 올림픽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금메달 2개 덕분에 펜싱은 어느새 홍콩을 상징하는 스포츠가 됐다.
홍콩의 정가롱이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자키 클럽은 오랫동안 홍콩의 '키다리 아저씨'였다. 대중들의 경마에 대한 관심 덕분에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자키 클럽은 홍콩인들을 위한 각종 복지 사업에 아낌없는 후원을 해왔다.
교육과 의료지원은 물론 주택 개발 사업과 스포츠 분야에 이르기까지 자키 클럽의 투자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해외 축구 복표 사업을 시작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자키 클럽은 이 시기부터 스포츠에 더욱 통 큰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간 홍콩 스포츠에 투자한 돈이 1조 원에 가깝다.
자키 클럽은 파리 월드컵을 앞두고 홍콩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포상금을 20% 올렸다. 이에 따라 홍콩은 싱가포르(금메달 74만 5000달러)를 제치고 올림픽 메달 포상금 전 세계 1위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자키 클럽이 포상금을 인상한 배경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홍콩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1996년 요트 종목에서 나왔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올림픽이라는 이름의 지하철 역을 만들었을 정도로 홍콩은 올림픽에 진심이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기적을 만들고 있는 홍콩의 올림픽 드림은 자키 클럽의 후원과 함께 비상하고 있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