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김예지, '충격적 실수로 0점→권총 25m서 탈락'... 양지인 6위로 결선행 [파리 2024]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8.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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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가 아쉬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하루 아침에 '월드스타'로 거듭난 김예지(32·임실군청)이 주 종목에서 뼈아픈 실수를 저질러 결국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예지는 2일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본선에서 575점을 쏴 전체 40명 중 27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다.


치명적인 실수로 김예지는 하위권으로 밀리며 결선행이 무산됐다. 급사에서 제한 시간 내에 격발에 실패하며 0점으로 기록된 한 발이 치명타가 돼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예지는 이 종목에서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 종목 세계랭킹 4위인 김예지는 5분 내 5발씩 6회를 쏘는 완사 사격(30발)에서 290점으로 전체 14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양지인은 291점으로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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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사 41번째 발에 0점을 기록한 김예지. /사진=뉴스1
이어 표적이 3초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7초가 지나 다시 등장하는 급사 사격(30발)에서 충분히 만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급사에서 순항을 이어가던 김예지는 41번째 발에서 0점을 기록했다. 제한 시간인 3초를 넘긴 것. 급사에서 받은 점수는 285점으로 총점 575점. 실수 없이 10점을 쐈더라면 585점으로 결선 진출을 노려볼 수 있었다. 양지인은 586점을 기록, 6위로 결선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해 더욱 아쉬운 결과다. 지난달 28일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에 밀려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금메달을 따낸 것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얻었다.

특히 해외에선 김예지의 멋스러운 사격에 주목했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왼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 무표정하게 격발하는 김예지를 보고 해외 누리꾼들이 열광했다.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 CNN은 지난달 31일 "김예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세계 기록을 깬 인터넷 스타"라고 조명하기도 했다. SNS를 통해 김예지의 사격 자세를 담은 영상이 4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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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로이터=뉴스1
일거수일투족이 다 화제가 됐다. 또 다른 X 계정을 통해 공개된 지난 5월 사격 월드컵에서의 김예지 영상은 조회수 4700만을 돌파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딸이 준 것으로 알려진 코끼리 인형을 달고 사격에 나서는 사진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주인공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며 소개했다.

또 경기 내내 시종일관 차갑고 냉정한 모습을 보였던 김예지가 은메달을 확정 지은 뒤에는 관중들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팬서비스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SNS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가히 전 세계가 김예지 광풍(狂風)에 빠졌다고 할 만하다.

CNN은 "김예지의 모자와 미래지향적인 안경은 사격에서는 단지 기능적인 장식품일지도 모르지만 스트릿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런웨이에서도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3위를 가르는 마지막 격발에서 마지막 1발을 남기고 0.1점 앞서고 있던 마누 바케르(인도)가 10.3을 쏴 불리해진 상황에서도 10.5점을 적중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했다. 매체는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 후 SNS를 강타했다.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대회 영상이 X에서 입소문이 나며 며칠 만에 수많은 팬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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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사격 25m 여자 공기권총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예지. /사진=뉴스1
이어 "(화제의) 영상에서 김예지는 짧은 단발머리 위에 모자를 반대로 썼다. 사격 안경을 통해 강철 같은 시선이 표적을 응시하고 있는데,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그는 총을 쏘면서도 거의 반응하지 않고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안경 렌즈를 뒤집어 결과가 나온 화면을 무심하게 바라봤다"고 상세하게 조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X(구 트위터)의 소유주이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53)도 해당 영상에 직접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직접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영국 매체 BBC 스포츠는 공식 SNS를 통해 "한국의 사격 선수 김예지는 아마 올림픽에서 가장 멋진 선수일 것"이라고 김예지의 사진과 함께 특유의 포즈를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반전 매력을 뽐낸 인터뷰 영상도 화제가 됐다. 사로에 올랐을 때와는 달리 귀여운 매력을 뽐내면서도 금메달을 자신하는 당당함은 많은 팬들을 양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예지는 X 계정을 직접 개설해 머스크를 태그하며 "당신이 나를 칭찬한 것을 믿을 수 없다. 너무 큰 영광이고 놀라운 일"이라며 "나의 경기를 보러 올 수 있나. 나는 2일과 3일에 경기에 나선다"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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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김예지의 사격 장면이 담긴 게시물을 보고 글을 "그녀는 액션 영화에 캐스팅 돼야 한다. 액션도 필요없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일론 머스크 X 갈무리
경기를 앞둔 2일엔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서도 김예지를 홍보하고 나섰다. 김예지를 "한국의 슈퍼스타"라고 소개하며 "(영화 속) 암살자는 어떤 형태로든 특이한 점이 있다. 특정 유형의 음악에 빠져 있거나, 특정 행동 규범을 고수하거나, 동물 인형 같은 특정 물건에 이상한 애착을 보인다"고 김예지의 허리에 달려 있는 코끼리 봉제 인형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뤽 베송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라고 김예지를 수식한 이 매체는 "이 봉제 인형은 김예지의 엉뚱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의 어린 딸이 준 '행운의 부적' 같은 것"이라고 그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김예지의 사격용 안경에 대해서도 "전문 다이아몬드 딜러나 공상과학 군대에서 탈영한 저격수처럼 보인다"며 "확실히 눈에 띄는 모습"이라고 주목했다.

유례 없는 큰 관심을 받았기에 더욱 큰 아쉬움이 남았다. 양지인이 결선 무대에 올라 김예지의 자리를 메운다. 결선은 3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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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은메달을 수확하고 시상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김예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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