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일(한국 시각) 오후 3시 30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랭킹 5위' 야마구치 아카네(27·일본)와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게임 스코어 2-1(15-21, 21-17, 21-8) 역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앞서 칼로야나 날반토바(루마니아)와 1차전에서 2-0, 치쉐페이(프랑스)와 2차전에서 2-0 승리를 각각 거뒀다. 이어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은 16강 부전승으로 8강에 올랐고, '난적' 야마구치마저 제압하며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안세영은 또 다른 8강전인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과 오는 4일 오전에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이날 야마구치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강호다웠다. 이 경기 전까지 안세영은 상대 전적에서 10승 13패로 밀리고 있었던 상황. 지난 3월에는 두 차례 맞붙어 1승씩 나눠 가졌다.
안세영은 경기 초반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다가 3-7로 뒤지며 흐름을 내주는 듯했다. 이내 반격에 성공하며 만회하는 듯했으나 다시 5-9가 됐다. 특히 5-8로 뒤진 상황에서 안세영은 몸을 날리며 셔틀콕을 받아넘기는 투혼을 보여줬으나 야마구치가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어 안세영이 때린 회심의 스매시가 살짝 벗어나며 점수는 5-10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내 4차례 연속 공격을 성공시키며 다시 흐름을 가져온 안세영. 결국 안세영이 9-11로 뒤진 채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후 다시 야마구치가 점수 차를 서서히 벌리기 시작했다. 안세영의 드라이브 공격이 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10-13으로 뒤진 상황에서는 야마구치의 절묘한 헤어핀 공격이 들어오면서 10-14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안세영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점은 연속으로 뽑으며 14-15, 한 점 차까지 추격한 것. 그러자 야마구치는 다시 공격을 성공시키며 14-18까지 도망갔다. 결국 14-19, 5점 차까지 벌어지며 위기에 몰렸고, 14-20으로 야마구치의 게임 포인트가 됐다. 결국 1경기는 야마구치가 가져갔다.
코트를 바꾼 가운데, 2경기가 시작됐다. 안세영이 선취점을 뽑았지만, 곧바로 야마구치가 1-1을 만들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접전이 이어지면서 4-4가 됐다. 그래도 안세영은 1경기보다 몸이 더 풀린 듯 더욱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5-5 상황에서 안세영은 내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10-6까지 앞서나갔다. 이어 야마구치가 서브 실수까지 범하면서 11-6이 됐고, 1분간 휴식 시간을 보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상대 선수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그리고 운명의 3경기. 안세영이 선취점을 따냈다. 1-1 상황에서는 야마구치의 헤어핀이 네트에 막히면서 안세영이 2-1로 앞서나갔다. 이어 안세영이 대각선 방향으로 셔틀콕을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다. 3-1에서는 야마구치가 넘어지면서 안세영의 셔틀콕을 두 차례 받아냈으나, 끝내 안세영이 푸시 공격으로 4-1을 만들었다. 이후 경기는 안세영의 페이스로 흘렀다. 7-2까지 앞서나간 안세영. 잠시 숨을 고르며 물을 마신 뒤 코치진을 쳐다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안세영은 완벽하게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 흐름을 끌고 왔다. 9-4, 점수 차를 5점으로 벌렸다.
11-5로 앞서나간 안세영은 1분의 휴식 시간 뒤 재차 푸시 공격을 성공시키며 12-5 리드를 잡았다. 이후 안세영이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점수는 15-7, 8점 차까지 벌어졌다. 15-8 상황에서는 몸을 날리며 공격을 받아낸 끝에 점수를 따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6-8에서는 재차 몸을 날리며 공격을 막아낸 뒤 상대의 범실을 유도, 9점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특히 15-8과 16-8 상황에서는 몸을 코트에 날리면서 끝내 점수를 챙겼다. 결국 안세영이 21점 고지를 먼저 밟으며 4강 진출애 성공했다.
승리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4강에 올라갈 수 있어 정말 좋다. 다음 경기도 준비 잘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안세영은 "(에어컨) 바람이 초반에 많이 불었다. 상대가 일단 잘나가는 코트를 먼저 점했다. 첫 경기에서는 상대 선수의 스피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후 바람이 분다는 것을 이용해서 2경기에 몰아붙이고, 3경기에 (상대가) 지친 게 보여서 과감하게 하다 보니 이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안세영은 1경기를 내주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당시 '불안감이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안세영은 "그런 감정이 안 들었다. '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임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다음 경기 역시 당연히 힘들겠지만, 오늘 경기 역시 정말 힘들었던 경기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 다음 경기 역시 누가 올라오든 최선을 다해 저답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세영은 이날도 자신의 최고 장점인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흔들며 지치게 만들었다. 그는 "드라이브 연습을 많이 했다. 연습한 것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왔다"면서 강한 체력의 비결에 대해 "꾸준하게 계속 운동했다. 힘든 날이든, 안 힘든 날이든 계속해서 똑같이 일어나 똑같이 달리고, 사이클도 타면서 반복적으로 훈련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이날 안세영의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됐다. 이른 시각에 경기가 열리는 것에 대해 안세영은 "이른 편이긴 한데, 그래도 제가 저녁 경기보다는 아침을 선호한다.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계속해서 떨리는 마음은 있다. 그걸 계속 설레는 마음으로 바꾸려 한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모두가 저의 대진이 안 좋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답게, 하고 싶은 대로, 후회 없이 한 뒤 나오고 싶다"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많은 한국 팬들을 비롯해 안세영의 부모도 관중석에 앉아 관전했다. 안세영은 끝나고 특유의 포효를 한 이유에 대해 "너무 좋았다. 또 부모님을 향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움츠러들었던 것을 표출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시 준비하고 싶다. 첫 번째, 두 번째 경기와 비교해 (이른 시간 탓에) 빈 좌석이 많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 특유의 목소리는 다 들리더라. 언제든지 (제가 잘 볼 수 있는) 정면에 앉아 계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무릎 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네. 완벽합니다"라고 했다. 끝으로 안세영은 "(금메달까지) 2승이라 생각하면 너무 멀지만,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 꿈에 도달하지 않을까 한다"며 재차 결의를 다졌다.
3일(한국 시각) 승리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안세영. /사진=김우종 기자 |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