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얘기 쏙 들어갔네' 이정후 백업 '17G 11홈런' 미친 타격감, 본즈도 소환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8.0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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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타일러 피츠제럴드. /AFPBBNews=뉴스1
시즌 초만 해도 이정후(26)의 백업으로 가끔 기회를 받던 타일러 피츠제럴드(27)가 심상치 않다. 최근 17경기 동안 무려 11개 홈런을 몰아치는 미친 타격감으로 '야구의 신' 배리 본즈(60)의 이름마저 소환했다.

피츠제럴드는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내셔널스 파크에서 펼쳐진 워싱턴 내셔널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방문 경기에서 1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리드오프 피츠제럴드와 선발 투수 로건 웹의 5⅔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워싱턴에 4-1로 승리, 57승 57패로 마침내 승률 5할을 이뤄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피츠제럴드다. 피츠제럴드는 이정후 대체자로 좋은 활약을 하던 엘리엇 라모스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를 대신해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다. 이날도 피츠제럴드는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몸쪽 낮게 떨어지는 패트릭 코빈의 싱커를 그대로 걷어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즌 12호 포.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통계 전문가 사라 랭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17경기에서 11개 홈런을 친 건 2003년 본즈 이후 피츠제럴드가 처음이다. 17경기 동안 11개 홈런을 친 명단도 놀라워서 본즈뿐 아니라 멜 오트, 워커 쿠퍼, 윌리 메이스, 짐 레이 하트, 윌리 매코비로 명예의 전당 입성자만 세 명(오트, 메이스, 매코비)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넓혀도 17경기에서 11홈런을 친 유격수는 2002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10년 트로이 톨로위츠키, 2023년 트레이 터너에 이어 올해 피츠제럴드까지 단 네 명뿐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이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피츠제럴드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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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 /AFPBBNews=뉴스1


올해 초만 해도 피츠제럴드가 이런 활약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된 그는 뛰어난 운동능력이 강점이 유격수였다. 하지만 지독한 선구안이 문제였다. 2022년 더블 A에서 21홈런 20도루를 했음에도 37볼넷 171삼진으로 콘택트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빅리그 무대를 밟고 트리플 A에서 20홈런 29도루를 했으나, 올 시즌 초에도 여전히 인식은 백업 유틸리티에 가까웠다.

실제로 피츠제럴드는 이정후의 백업으로 시작했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덕분에 마이너리그에서는 유격수로 가장 많이 뛰었고 내야, 외야를 가리지 않았다. 올해 초 이정후를 경기 후반에 교체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피츠제럴드가 1순위로 그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계속해서 타석에 들어서자, 그는 겨우내 갈고 닦은 선구안을 맘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본래 가지고 있던 타격 기술과 파워가 더해지면서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리빌딩의 핵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멜빈 감독은 "피츠제럴드는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힘도 있고 빠르기도 하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다. 지난해 반대편(샌디에이고 감독 시절)에서 봤을 때 운동 능력만 보고 피츠제럴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찾아봤다"며 "그에겐 꾸준하게 뛸 기회를 주는 게 관건이었다. 피츠제럴드는 이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붙박이 유격수라니, 피츠제럴드로서는 당장 2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신분 상승이다. MLB.com은 지난달 26일 메이저리그 30개 팀이 트레이드로 전력을 향상할 수 있는 포지션 딱 하나씩을 꼽으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유격수를 언급했다. 이때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가장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포지션은 미들 인필더가 소개됐다. 당시 MLB.com은 "미들 인필더는 샌프란시스코의 문제였다.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부진하고 유격수에는 브렛 와이즐리와 피츠제럴드가 나눠서 출전하고 있다"며 피츠제럴드를 플래툰 요원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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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피츠제럴드. /AFPBBNews=뉴스1


그러나 피츠제럴드가 충분한 기회를 받고 자신의 재능을 만개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어느덧 이정후가 돌아왔을 때 기대되는 팀으로 돌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트레이드 지난달 30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32)와 구원 투수 루크 잭슨(33)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2대2 트레이드하면서 또 다른 유격수 유망주 마르코 루시아노(23) 뛸 자리를 마련했다.

루시아노는 타격 재능은 뛰어나나, 수비가 부족해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쓰지 못한 자원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루시아노에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내년부터 유격수 혹은 2루수에서 차차 기회를 줄 예정이다.

자연스레 지난 겨울부터 심심치 않게 언급되던 샌프란시스코의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영입설도 어느새 쏙 들어갔다. 한창 트레이드설이 뜨겁던 지난 겨울은 물론이고 올해 4월만 해도 블리처 리포트처럼 "샌프란시스코는 김하성에게 가장 알맞은 구단"이라고 주장한 매체가 있었다. 하지만 김하성의 자리에 기대주들이 쏙쏙 자리를 잡으면서 샌프란시스코에 김하성의 필요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올해 김하성의 타격 부진도 영입 가능성을 낮추는 이유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뛰면서 111경기 타율 0.223(373타수 83안타) 10홈런 44타점 57득점 20도루, 출루율 0.322 장타율 0.357 OPS 0.678, 조정 OPS 93으로 리그 평균 이하의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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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왼쪽)과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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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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