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7구종이 다 결정구라니' 6억 투자→잭팟 예감, '삼진 괴물'의 등장... 5이닝 7K 충격적 데뷔전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8.0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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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에르난데스가 8일 두산전 승리를 거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오래 기다린 만큼 만족스런 투구를 펼쳤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LG 트윈스)가 완벽한 투구로 첫 등판부터 LG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에르난데스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8구를 던져 5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달 19일 계약을 맺은 뒤 25일 팀에 합류한 에르난데스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마운드에 올랐다. 50경기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무려 44만 달러(약 6억 600만원)를 투자했고 심지어 모두 보장액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활용하고 싶었겠지만 염경엽 감독은 "열흘은 지나야 시차적응이 된다. 로테이션에서 두 번 정도는 빠져야 할 것 같다"고 인내심을 보였고 에르난데스는 실제로 열흘을 훌쩍 넘겨서야 첫 등판 기회를 얻었다.

이날 경기 전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가 오늘 잘 던져서 선발이 중심이 돼줬으면 좋겠다"며 "제일 힘든 게 선발과 중간에 중심이 없는 것이다. 중심(선수)들이 있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베네수엘라 국적인 에르난데스는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 입단했다. 185㎝, 몸무게 97㎏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99경기(49선발)에 등판해 10승 22패 평균자책점(ERA) 5.10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빅리그 9경기에서 1패 15.2이닝 ERA 6.32를 남기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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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에르난데스가 8일 두산전 역투하고 있다.
8월 4연패를 당했고 두산에 2연패하며 상대 전적이 6승 6패로 동률이 된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에르난데스의 반전투가 필요했다.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제러드 영에게 던진 시속 146㎞ 커터를 통타 당해 솔로 홈런을 내줬지만 이후엔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펼쳤다.

2,3회는 삼자범퇴로 마쳤는데 4회에도 안타 하나만 내주고 4타자 만에 이닝을 마쳤다. 5회에도 가볍게 범타를 유도하며 세 타자 만에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가 78구에 불과했지만 첫 날부터 무리하지 않았다.

78구를 매우 다양한 레퍼토리로 던졌다. 최고 시속 150㎞, 평균 147㎞의 포심 패스트볼이 35구로 가장 많았지만 이 외에는 커터(평균 143㎞) 6구, 싱커(평균 148㎞)와 커브(평균 119㎞) 각각 5구, 슬라이더(평균 137㎞) 4구, 체인지업(평균 136㎞) 2구가 찍혔다. 가장 인상적인 건 평균 133㎞가 찍힌 기타 구종으로 포심 이외에 가장 많은 21구를 구사했는데 바로 스위퍼였다. 무려 7가지의 구종을 구사하며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LG는 팀 ERA 4.68로 이 부문 3위다. 선발 또한 4.48로 3위.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올 시즌 첫 풀타임 선발로 나서고 있는 손주영이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을 만큼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부족하다. 이날 첫 등판에 나선 에르난데스는 염 감독의 바람처럼 선발진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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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하는 에르난데스.
염경엽 감독도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에르난데스의 KBO 첫승을 축하하고 리그에 와서 첫 경기가 어떻게 풀리느냐가 중요한데 시작을 잘 풀어내면서 좋은쪽으로 기대할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발로서 우타자에게는 스위퍼, 좌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가며 예상했던 70~80개 안에서 5이닝을 책임져주며 좋은 피칭을 해줬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굉장히 기분이 좋고 첫 경기를 잘 시작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무엇보다 팀이 (두산전) 지난 두 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이겨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KBO리그 첫 승 소감을 밝혔다.

경기 내용과 달리 상당히 긴장을 했다는 에르난데스다. "1회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굉장히 긴장해 오늘 경기를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팬 여러분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경기를 잘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잡아낸 삼진 7개 중 5개가 슬라이더 계열의 공으로 잡아낸 것이었다. 일반적인 슬라이더와 보다 각이 작고 빠른 커터, 횡으로 더 많이 휘어져나가는 스위퍼까지 3가지로 나눠 던지며 두산 타자들을 괴롭혔다. 에르난데스는 "스위퍼는 커리어 내내 던졌고 슬라이더도 강하게 떨어지는 것이 하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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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관중들을 향해 박수로 화답하는 에르난데스.
워낙 다양한 구종을 던지지만 완급조절을 위해 커브가 필요하다는 코칭 스태프의 조언이 있었다. 에르난데스는 "커브는 최근에 연마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손에서 잘 나왔고 만족스럽게 제구가 됐다. 연습한 대로 자신 있게 던진 게 잘 구사가 됐다"고 말했다. 갓 배운 구종까지도 곧바로 실전에서 활용할 만큼 습득력 또한 빼어난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다양한 구종을 모두 수준급으로 던지고 무엇보다 제구가 뛰어나다는 게 우승을 향해 달려나가야 할 LG에 크나 큰 기대감을 심어주는 배경이다. 에르난데스는 "결정구는 타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분명히 구종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결정구가 될 수도 있고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구종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처음 겪어본 KBO리그 타자들에 대해선 "성향이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겐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기에 타자들의 방망이 유도가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유일한 변수는 체력이다. 이날 78구를 던진 에르난데스는 "몸 상태는 괜찮은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게 있었다"면서도 "다음 경기 때는 100구까지는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더위에 대한 걱정도 없다. "베네수엘라 출신인데 요즘 한국 날씨가 베네수엘라와 비슷하다. 더운 날씨에 굉장히 익숙하고 적응이 돼서 편하게 던졌다"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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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데스가(왼쪽)가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환영 속에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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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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