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20일 뉴스1과 뉴시스에 따르면 안세영은 이번 주 열릴 예정이었던 진상조사위와 면담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발족한 대한배드민턴협회 자체 진상조사위는 협회 인권위원장, 행정감사를 비롯해 기존 협회의 어떤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대학교수,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됐다. 16일 1차 위원회가 약 4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여기서 1. 지도자 및 트레이너, 2. 안세영 선수 및 협회 강화훈련, 국가대표 관리시스템 점검, 3. 안세영 선수 외 국가대표 선수 면담 순으로 계획을 세웠다.
1차 위원회에서는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과 성지현, 이경원 코치 등이 조사를 받았고 2차 위원회에서 안세영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세영이 불참 의사를 나타냈다. 협회는 추후 안세영과 일정을 다시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시작부터 선수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앞으로의 과정도 난항을 겪게 됐다. 그 때문에 체육계에서는 협회가 선수의 신뢰를 잃었다는 말도 나왔다.
조사위 구성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 앞선 16일 문화관광체육부(문체부)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관련해 정관 위반 지적과 함께 절차 준수를 권고했다. 문체부가 언급한 협회 정관은 단체 내 '각종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 제14조 제2항 제4호였다.
협회는 '협회의 장은 그 내용이 경미하거나 또는 긴급하다고 인정할 때는 이를 집행하고, 차기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여 승인받아야 한다'는 예외 조항(제17조 제1항)을 활용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것을 문제 삼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다. /사진=뉴스1 제공 |
문체부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결코 경미한 사항이 아니다. 또한, 지난 7일 회장이 귀국하였을 때 즉시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며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소집은 원칙적으로 5일 전 이사들에게 통보해야 하나, 긴급한 경우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협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8월 15일 광복절에 이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관련된 수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후 협회의 반응도 선수로부터 신뢰를 얻긴 어려웠다. 안세영은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와 훈련 지원, 대회 출전 문제 등을 지적하는 작심 발언을 했다. 이에 김택규 협회장 및 일부 협회 관계자는 빠른 대응을 이유로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는 일정을 몇 시간 앞당겼고, 그날 오후 안세영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10일에는 지난 2월 개정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조항이 안세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에 안세영은 16일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발족한 후 넌지시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안세영은 재차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내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갖길 바라고 있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다. 문체부와 체육회에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며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 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