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실전 제로' 외인도 재취업하는 좌완 고갈 현상, KBO 신인드래프트에도 영향 미친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8.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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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덕수고 이마트배 우승을 이끈 2학년 시절 정현우. /사진=김동윤 기자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갈수록 귀해지는 좌완 투수 고갈 현상이 KBO 신인드래프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체적으로 1~2라운드에 뽑힐 20명 안팎의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하려는 구단들의 눈치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도 투수들의 강세가 뚜렷하다. 야수 중에서는 덕수고 2루수 박준순(18), 강릉고 포수 이율예(18), 유신고 유격수 심재훈(18) 정도가 1라운드 후보로 꼽힌다. 예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좌완 투수의 풀이다. 덕수고 정현우(18)가 가장 앞선 가운데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19), 대구고 좌완 배찬승(18), 비봉고 좌완 박정훈(18), 세광고 좌완 권민규(18), 대구상원고 좌완 이동영(18) 등이 상위 지명 선수로 언급된다.

기본적으로 올해 고등학교 좌완 투수들의 수준이 높은 것도 이유지만, 국내 안팎으로 갈수록 수준급 좌완을 찾기 어려워진 점도 구단들이 상위 지명 가능성을 높인다. 좌완 투수는 생소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 더욱이 좌타자 수준이 높은 KBO 리그에서는 좌완 투수는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인기다. 올해 KIA 타이거즈가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는 이유로 좌완 투수가 많은 걸 이유로 꼽는 KBO 구단 관계자도 있을 정도다.

갈수록 외국인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는 현실은 1년간 소속팀이 없어 실전 경험 제로인 좌완 에릭 요키시(35)가 재취업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요키시는 과거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5시즌 간 통산 130경기 56승 36패 평균자책점 2.85, 773⅓이닝 592탈삼진을 기록한 경력직 외인이었다.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외국인 선수 공백이 최소화돼야 하는 상황에서 요키시는 KBO에서 검증된 자원이라는 점과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뿐 아니라 SSG 랜더스가 지난달 시라카와 케이쇼(23·두산 베어스)가 아닌 로에니스 엘리아스(36)를 선택한 데에도 엘리아스가 좌완인 점은 무시 못 할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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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키시.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시즌을 운영하다 보면 중간이든 선발이든 좌완 투수가 많이 필요하다. 좌완 투수는 한 번 뽑아 놓으면 아프지 않은 한 5년이든 10년이든 쓸 수 있다는 생각이다"라며 "올해 KBO 팀들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젠 미국에서도 KBO 리그에 통할 만한 좌완 투수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 역시 "좌완 투수는 일단 뽑아놓으면 선발, 불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좌완 투수는 가치가 높다. 그래서 같은 레벨의 우완 유망주와 좌완 유망주가 있다면 좌완 투수가 낫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도 괜찮은 좌완 투수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좌완 확보는 각 구단의 중요 과제가 됐다. 전체 1번 지명권을 가진 키움도 같은 고민을 가진 만큼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키움은 그동안 상위 라운드 지명에서 당장의 기량보단 성장 최대치가 큰 유망주들을 선호해 왔다. 육성에 시간이 조금 걸려도 리그를 평정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자원을 뽑자는 주의였다. 그런 기조가 메이저리그 최다 배출팀이라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그런 만큼 쉽게 시속 152~3㎞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정우주가 키움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기준 키 185㎝ 몸무게 88㎏의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6㎞ 직구가 회전수 2600rpm을 훌쩍 뛰어넘어 이번 드래프트 유망주 중에서도 잠재력이 독보적인 선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마무리 투수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스플리터,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평균 이상으로 구사해 선발 투수로서 성장이 더 기대된다는 평가다.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정우주는 지난해 (KBO) 신인들과 비교해도 다른 레벨이다. 정우주는 평균 시속 155㎞를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장현석(20·LA 다저스)이랑 또 다른 유형이다. 장현석은 가지고 있는 체격에서 나오는 힘으로 빠른 공을 던진다. 반면 정우주처럼 전형적인 우리나라 선수 체형에 그 정도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가지고 던지는 선수는 드물다. 여기에 아직 성장 가능성이 더 남아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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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의 정우주가 6월 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2024 제2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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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좌완 에이스 정현우가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제2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정현우만큼 수준급 좌완 투수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키움의 골머리를 앓게 한다. 키 184㎝ 몸무게 87㎏ 체격의 정현우는 이미 2학년이던 지난해부터 명문 덕수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어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이때만 해도 전체 1번 감으로 여겨지진 않았으나, 지난겨울 투구 메커니즘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고교 최고 투수 레벨로 올라섰다.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C는 "정현우는 올해 피칭 디자인 자체를 다시 했다. 겨울이 지나면서 팔 각도를 올리고 타점도 높였다. 그 과정에서 주 구종을 체인지업에서 스플리터로 바꿨다. 슬라이더도 바뀐 손목 스냅에 따라 커터 형식으로 바꾸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원래도 경기 운영이 좋아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였는데 여기에 구속과 구위도 같이 올라오면서 다른 좌완들보다 많이 앞서 나가게 됐다. 경기 운영이 워낙 좋으니까 다들 1군 즉시 전력감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주와 정현우 어느 쪽을 선택하든 키움은 최고의 유망주를 품에 안는다. 스타뉴스 취재 결과 키움은 9월 2일부터 8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13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까지 지켜본 후 최종 선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정우주와 정현우 두 사람은 이날 대표팀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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