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안에 타격왕하겠다" 레전드의 확신, 31세 무명타자 대폭발 '8월 타율 0.370-5홈런'... "가을야구 진출 기여하겠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8.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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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진혁이 23일 두산전 1회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다. 66세 명장, 불혹을 앞둔 명포수, 통산 타율 0.320, 311홈런의 거포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장진혁(31·한화 이글스)을 향한 공통된 기대감이 있었다.

장진혁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석점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1볼넷 4타점 1득점으로 팀의 7-4 승리를 견인했다. 5출루는 개인 한 경기 최다 출루 신기록이다.


이로써 한화는 54승 60패 2무로 7위 자리를 지켰다.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KT 위즈)와 승차를 2경기로 유지했다. 막판 가을야구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데 크나 큰 공헌을 했다.

광주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낸 장진혁은 단국대를 거쳐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9번째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빼어난 타격 능력과 빠른 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툴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으나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데뷔 시즌엔 무릎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엔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재활에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2018년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기대감을 자아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9년 113경기에 나서 타율 0.254를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뒤 복귀한 2022년엔 41경기 출전 타율 0.233, 지난해엔 68경기에서 타율 0.222에 그쳤다.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5800만원에 불과한 그의 연봉이 지난 커리어를 얘기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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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진혁(왼쪽)이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올 시즌에도 5월까지 46일이나 2군에서 보내던 장진혁은 6월초 김경문(66) 감독의 부임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김 감독은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에 주목했고 장진혁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했다.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장진혁은 71경기에서 타율 0.266, 9홈런 36타점 45득점 1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85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0.322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8월엔 17경기에서 타율 0.370(54타수 20안타) 5홈런 15타점으로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장진혁은 1회말 팀이 1-0으로 앞선 2사 1,3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장진혁은 시라카와 케이쇼의 5구 높게 제구된 포크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9호포. 2016년 입단 후 8년 만에 첫 두 자릿수 홈런에 바짝 다가섰다.

3회 좌전 안타를 날린 장진혁은 5회에도 1사 3루에서 깔끔한 안타를 날려 점수를 6-1로 벌렸다. 7회 정철원의 포크볼을 받아쳐 우전 안타로 4안타 경기를 완성한 장진혁은 9회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까지 얻어내며 프로 첫 5출루 경기를 펼쳤다.

일찌감치 선배들의 픽을 받았던 장진혁이다. 강민호(39·삼성)는 지난해 12월 김태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삼성과 한화에서 눈여겨보는 선수를 뽑아달라는 이야기에 삼성 신인 투수 육선엽과 함께 한화에선 장진혁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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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왼쪽)와 김태균이 지난해 12월 유튜브 영상에서 장진혁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태균 유튜브 채널 갈무리
강민호는 "항상 타석에 들어서면 '웃으면서 해'라고 한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더라. 어깨도 좋고 발도 빠르다. 단지 너무 내성적이었다. 성격만 바꾸면 잘할 것 같더라"며 "팀 생활은 같이 안 해봤지만 늘 조용히 있고 안타를 치든, 아웃을 당하든 조용히 있더라"고 말했다.

김태균도 "나도 신인 때보고 '기가 막힌다. 3년 안에 신인왕할 것 같다. 열심히 해봐라. 그럴 만한 자질이 있다'고 했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뭐 하나만 딱 바뀌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장진혁의 스윙이 예술이라며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두 타자의 시선은 정확했다. 다소 늦었지만 드디어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장진혁은 경기 후 한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이글스TV와 인터뷰에선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있다. 작년에 (1군과 퓨처스를) 왔다갔다 많이 하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며 굳건한 신뢰를 나타내는 코칭스태프에 대해선 "그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나 남은 두 자릿수 홈런에 대해선 "자신은 있는데 그런 것보다는 조금 더 과정에 집중하고 순간순간에 집중을 하다보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시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집중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2018년 경험한 가을야구를 돌아본 장진혁은 "이제 28경기가 남았는데 최선을 다해서 5강 가는데 꼭 기여를 해서 가을야구에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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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혁(왼쪽)이 홈런을 치고 3루를 돌며 김재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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