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는 할 말을 잃었다' 프로인데 관중 많으면 '와르르'... "점점 좋아질 것" 기대도 무너졌다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8.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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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시라카와 케이쇼가 23일 한화전에서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그저 웃지요."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시라카와 케이쇼(23)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마자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잘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 무너지길 반복하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 역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시라카와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89구를 던져 6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5실점으로 무너졌다. 많은 관중 앞에서 약했던 시라카와인데, 이날 두산은 시즌 19번째 매진을 이뤘고 시라카와는 예상대로 부진을 겪었다.

SSG 랜더스를 거쳐 두산과 단기 계약을 맺었고 지난 21일엔 15일 연장 계약까지 맺었지만 12경기에서 5패(4승)로 패가 더 많아졌다. 직전 경기 8이닝 무실점 인생투를 펼쳤으나 평균자책점(ERA)도 5.65로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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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가 한화전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제구 난조를 그 원인으로 꼽으며 "1회가 가장 힘든 투수들은 처음이 가장 힘든 싸움이 되는데 1회를 잘 못 마쳤다"며 "아쉬운 건 2사 2스트라이크 이후에 스리런 홈런을 맞은 게 컸다. 1점은 괜찮은데 포크볼이 높아서 맞다보니 4점을 주고 시작해 경기가 어렵게 전개됐다"고 아쉬워했다.


시라카와는 향후 2차례 더 등판 기회를 갖는다. 이승엽 감독은 "투수 코치와 이야기해보니까 처음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했다. 그래서 2회부터는 힘을 빼면서 던졌는데 스피드도 더 나왔고 제구력도 좋아졌다고 했다"면서도 "그런 부분이 아직 어린 선수이다보니까 마인트 컨트롤을 하는 게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이겨내기엔 경험이 많이 부족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라카와의 멘탈을 읽어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관중수에 따른 결과 차이다. KBO 입성 후 치른 12경기 중 2만 이상 관중이 들어찬 4경기에서 시라카와는 승리 없이 2패 ERA 14.25로 형편없는 투구를 펼쳤다. 반면 2만 이하 관중이 찾은 8경기에선 4승 3패 ERA 2.52로 완전히 다른 투구를 펼쳤다.

두산과 연장 계약을 맺은 뒤 포항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시라카와는 "처음에 많은 관중들 앞에서 던지는 게 긴장도 되고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런 게 적응된 것만 해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만원관중 앞에서 다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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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두산이 시즌 19번째 매진을 이룬 잠실구장 전경.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는 관중이 있어 존재한다. 관중이 적게 찾아오길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대적으로 관중이 덜 찾는 경기에만 내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남은 기회도 많지 않다.

일본독립리그에서 뛰던 시라카와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본프로야구(NPB) 진출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다. 결국 많은 관중 앞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NPB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연장 계약을 맺은 뒤 지난 21일 이승엽 감독은 포항구장에서 "마지막 경기에서도 좋았고 피칭 내용이나 뭐든지 좋아지고 있는 상태이기에 계속 던진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다가 한국 야구에 와서 지금 10번 정도 더 던진 것 같은데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분명히 경험이 쌓이면서 던지면 던질수록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라카와는 "마음으로서는 전 경기에서 다 승리 투수가 된다는 생각으로 던질 것"이라며 "항상 말한 것처럼 팀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계약 발표 후 첫 경기부터 무너졌다.

자신의 꿈에 더 다가서기 위해서라도 남은 2번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치열한 순위 경쟁과 무더위가 서서히 물러나며 시즌 막판 많은 관중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관중 앞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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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가 투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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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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