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22승 투수의 배신' 5이닝도 버겁다, '8월 ERA 8.53' 충격 부진... 명장의 고민이 커진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8.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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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하이메 바리아가 29일 롯데전 1회말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믿었던 류현진은 감탄이 나오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전반기 우려를 자아냈던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도 후반기엔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라이언 와이스는 실질적 1선발로 한화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있다.

하이메 바리아(28)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동안 24구를 던지고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한 뒤 조기 강판됐다.


한화는 경기 초반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했고 우천 중단으로 인해 무박 2일로 펼쳐진 경기에서 결국 11-14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매 경기를 가을야구처럼 치르고 있는 김경문 한화 감독은 흔들리는 바리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2회 시작과 함께 한승주를 마운드에 올려보냈고 나머지 8이닝을 막기 위해 6명의 불펜 투수를 가용했다. 우천 중단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4시간 22분에 걸친 혈투를 치른 결과가 패배라 더 뼈아프다.


가을야구 불씨를 키워가고 있는 한화지만 나란히 승리를 거둔 5위 KT 위즈와 승차는 2경기로 더 벌어졌고 승차는 없지만 승률에서 밀려 SSG 랜더스에 다시 6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지난 시즌 영건들이 동반 성장했고 류현진의 복귀와 안치홍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자신감을 얻은 한화는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은 끝났다'고 공언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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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이 우천중단까지 겹치며 무박 2일에 걸친 혈투 끝에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시즌 도중 감독 교체를 단행한 것도 가을야구라는 목표에 다가서기 위함이었다. 지난 6월초 김경문 감독 부임 후 33승 30패 1무로 전체 승률 4위로 성과를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가을야구에 다가서기 위해선 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믿었던 카드 바리아의 부진은 뼈아프다.

바리아는 한화가 지난해부터 눈여겨보던 외국인 투수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22승을 거뒀고 속구와 슬라이더가 훌륭하고 체인지업까지 던져 국내 무대에서 통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올 시즌 중에도 영입 제안을 할 정도로 높게 평가를 했던 외인이었고 펠릭스 페냐가 부진에 빠졌고 때 마침 MLB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 바리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 5월 29일 총액 55만 달러(약 7억 3500만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이던 페냐의 30대 중반에 다다른 나이에도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바리아와 계약하며 내년 이후까지의 미래까지 그릴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첫 달엔 5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ERA) 3.42로 기대대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이후 급격한 하향세를 그렸다. 5이닝을 버티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반면 리카르도 산체스의 부상으로 6주 계약을 맺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라이언 와이스(28)는 단숨에 선발 에이스로 떠올랐다. 미국 독립리그 출신으로 커리어는 두드러지지 않았음에도 류현진과 문동주 등이 흔들리던 상황에서도 와이스는 가장 꾸준하게 마운드를 지켰고 결국 정식 계약까지 따냈다. 11경기에서 4승 3패 ERA 3.25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꾸준히 이닝을 지켜준 게 큰 힘이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달성률이 무려 72.7%(8/11)에 달했다.

바리아는 15경기 중 퀄리티스타트가 단 3번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한화 입단 첫 달에 작성한 게 두 차례였고 지난달 10일 이후 8경기에서 단 한 번도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15경기에서 총 68⅔이닝을 소화했다. 한 경기 평균 소화 이닝이 5이닝을 밑돈다. 선발 투수로서 기본 중에 기본인 이닝 소화 능력에서 이미 낙제점을 받고 있는 바리아다. 5승 5패 ERA는 5.50. 8월 5경기에선 1승 2패 ERA 8.53으로 한화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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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승리 투수가 된 와이스(오른쪽)가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경문(66) 감독은 야수진의 아쉬운 수비로 인해 바리아의 투구수가 늘어나는 일이 많다며 "(바리아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까지 했다. 이후에도 부진이 이어졌으나 기 김 감독은 "와이스의 호투를 보고 느낀 게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2경기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완전히 만족하긴 부족한 결과였지만 어느 정도 반등세를 그리는 듯 했는데, 29일 롯데전 1이닝 만에 처참히 무너졌다. 김 감독은 2회부터 곧바로 교체 카드를 썼다. 바리아에 대한 한결 같던 신뢰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두 가지 종류의 슬라이더를 던지지만 사실상 투 피치에 가까운 단조로운 구종이 상대팀으로서 대비하기 손쉽다는 지적도, 제구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9일 롯데전은 이러한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난 경기였다.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되고 한화는 당장 이날과 9월 1일에도 쉬어가며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지만 바리아가 반등하지 않고는 가을야구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121경기를 치렀는데 롯데(118경기)와 NC 다이노스(120경기) 다음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3주 연속 월요일 외 휴식일이라고는 다음달 20일 단 하루 뿐이다. 호투 여부를 떠나 5이닝 투구의 기대감이라도 가질 수 있는 바리아를 선발로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김 감독 부임 후 10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불펜진을 자랑하고 있지만 믿고 맡길만한 선발 3명만으로는 확실한 상승세를 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불펜진의 부담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5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왔지만 다시 한 걸음 멀어졌다. 바리아의 부진과 함께 김경문 감독의 머릿속도 더욱 복잡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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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 바리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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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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