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가 이정후도 못한 KBO 진기록 눈앞이라니... "장가 참 잘 갔다" 감독도 인정한 새신랑 효과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8.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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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가운데)이 30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열린 깜짝 생일파티에 미소 짓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51) 감독이 올 시즌 급성장한 캡틴 송성문(28)의 성장 배경에 결혼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송성문은 29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번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에 성공했다. 키움이 삼성에 연장 11회 승부 끝에 0-1로 패한 가운데 선발 투수 하영민(29)과 함께 가장 빛나던 선수였다.


키움의 몇 안 되는 찬스 대부분이 송성문의 방망이와 발에서 이뤄졌다. 송성문은 1회 말 2사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 시즌 18번째 도루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가장 큰 기회도 송성문의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6회 말 주자 없는 2사에서 송성문은 좌중간 담장 앞 워닝트랙을 직격하는 대형 2루타로 단숨에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원 등판한 오승환이 막아내면서 득점은 무산됐다. 0-1로 뒤진 연장 11회 말 주자 없는 1사 마지막 타석, 송성문은 또 한 번 중앙 담장 근처로 큰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견수 김지찬의 환상적인 점프 캐치에 잡히면서 키움은 동력은 완전히 잃은 채 패배했다.

올 시즌 송성문은 절친 김혜성(25)과 함께 키움에는 없어선 안 될 중심 타자로 성장했다. 121경기 타율 0.340(441타수 150안타) 17홈런 91타점 71득점 18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519로 팀을 이끌고 있다. MVP급 성적을 내고 있는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아니라면 3루수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꼽혔을 성적이다.


시즌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든 활약이었다. 송성문은 장충고 졸업 후 2015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프로 10년 차다. 그동안 가을야구에서 이따금 반짝였을뿐 지난해까진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 딱 한 번(2022년 13홈런), 최다 도루가 2개에 불과한 만년 유망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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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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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문-조혜림 커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러나 2022시즌 종료 후 허문회(52) 전 롯데 감독에게 일대일 코칭을 받은 것을 많은 타석 경험을 통해 체화하면서 마침내 올해 잠재력을 터트렸다. 오윤(43) 키움 1군 타격코치의 멘탈 관리로 기복을 줄인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키움 홍원기 감독은 새신랑 효과를 언급했다.

홍 감독은 29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송성문이 그동안 참 잘해줬다. 다만 그 기량이 꽃을 못 피웠을 뿐"이라면서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송성문은 장가를 참 잘 갔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송성문은 지난해 12월, 장충고 2학년 시절 후배의 소개로 만난 여자친구와 10년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송성문에 따르면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에 감수성이 풍부한 F가 포함이 돼 있음에도 자신에게는 냉정한 T가 되는 똑부러진 아내다. 타석에서 이상한 공을 치고 집에 돌아가면 "그 공은 왜 친 거야?"라고 꼼꼼하게 체크하면서도 선구안에 도움될까 블루베리도 넌지시 건네주는 친구 같은 아내였다.

송성문 역시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진짜 힘들 때는 많은 위로를 해주지만, 약한 소리를 할 때면 현실적인 말을 많이 해준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차츰 사라진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나타낸 바 있다.

홍원기 감독은 "아무래도 결혼하면 모든 중심이 가정으로 쏠린다. 생각, 행동 자체도 달라지고 동기부여도 된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부분이 지금의 큰 변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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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오른쪽)이 30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열린 깜짝 생일파티에 미소 짓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결혼 후 확 달라진 캡틴은 이제 2020년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후 히어로즈에서 아무도 하지 못했던 한 시즌 20홈런-20도루에 도전한다.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도 아직 하지 못한 기록이다. 히어로즈에서는 2009년 덕 클락이 24홈런 23도루로 처음 성공한 이후 2012년 강정호(25홈런-21도루), 박병호(31홈런-20도루), 김하성이 2016년 20홈런-28도루, 2020년 30홈런-23도루로 두 차례 성공해 총 5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29일 경기 전 만난 송성문은 "후반기 시작할 때만 해도 홈런이 두 자릿수가 안 됐던 걸로 기억해서 전혀 생각 안했다. 그래도 20-20에 다가가는 것 같아서 설레는 마음도 있고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면서도 "솔직히 도루는 내가 열심히 뛰면 (20도루까진) 할 수 있는데 홈런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서 크게 욕심은 없고 하고 싶다는 정도다. 후반기에 홈런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이렇게 됐는데 솔직히 못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만족 못하는 시즌은 아니라 부담은 없다"고 웃었다.

한편 키움은 이날 경기에 앞서 캡틴 송성문의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줬다. 팬들도 커피차를 보낸 가운데 전날(28일) 경기가 4시간 가까이 간 탓에 구장에서 잠시 숙면을 취했던 송성문은 깜짝 놀랐다는 후문. 송성문은 "그라운드에 나오니 기자분이랑 유튜브 촬영 팀이 있길래 (김)혜성이 1000안타 시상식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내 생일 축하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너무 성대하게 생일 파티를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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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구단이 30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전광판을 통해 송성문의 생일을 축하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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