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현수가 지난달 30일 키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른 신인 투수 정현수(23)를 향한 김태형(57) 감독의 시선이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38)과 유사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올 시즌 2라운드 신인으로 계약금 1억 5000만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한 정현수는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동안 82구를 던져 1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프로 첫 5이닝 소화에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데뷔 첫 승리까지 따냈다.
부산고-송원대를 거친 정현수는 지난해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의 선택을 받고 맹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느리고 각이 큰 커브를 주무기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수준급으로 뿌리며 제구도 안정적이지만 140㎞ 초반대의 다소 빠르지 않은 직구로 유희관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정현수의 투구 장면.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8월 콜업 이후엔 제 기량을 뽐냈다. 지난 18일 사직 키움전에서 구원 등판해 3⅓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고 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⅔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지난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개월 만에 다시 선발로 등판했지만 3이닝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김태형 감독은 "내용이 안 좋았다. 너무 도망가는 피칭을 하더라"고 지적하면서도 "키움전에 선발을 해보고 한 번 더 봐야겠다"고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3번째 선발 기회에서 완벽히 제 몫을 해냈다. 볼넷과 피안타가 단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31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잘 던졌다. 자기 역할은 기대 이상으로 넘겼다. 그렇게 던졌는데 다음에 안 던지게 하면 안 된다. 다른 팀을 또 만나봐야 한다"고 향후 활용도에 대해 밝혔다.
데뷔 첫 승리 후 동료들의 물벼락을 맞고 있는 정현수(왼쪽에서 2번째).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제구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제구가 잘 됐다. 아주 꽉 찬 코스의 공들로 카운트를 다 잡아내 굉장히 유리해졌다"며 "또 적절히 직구하고 변화구를 섞어가면서 배터리가 굉장히 잘한 것 같다"고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이전 경기들과 비교했을 때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김 감독은 "그 부분이 굉장히 좋게 작용이 됐다"며 "공이 타자 시야에 들어와야 타자가 치는 것이다. 그 공을 빠른 카운트에 던지다 보면 타자에게 어떤 선택지를 주지를 않는 것이다. 내가 우선권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 볼이 되면 그 다음에 내가 공격할 수 있는 수가 없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야 한다. 내가 자신 있게 들어가야 된다. 그게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일단 쳐야 잘 맞더라도 잡히고 그런 게 나온다. 어젠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걸 다 저쪽에서 놓치다 보니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과거 두산에서 함께 영광을 누렸던 제자 유희관과 비슷하다는 평가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희관이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며 "희관이는 릴리스포인트를 굉장히 앞에까지 가져오는 스타일이다. 현수는 뒤에서 손목을 말아가지고 꺾는 스타일이다. 구속이 차이가 10㎞ 차이가 난다(웃음). 현수는 악력이 좋다. (이를 바탕으로 한) 회전력이 좋은 것 같다. 변화구의 각이 다르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현수가 승리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