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뷰캐넌(왼쪽 위)이 아내 애슐리, 두 자녀와 함께 1일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애슐리 뷰캐넌 SNS 갈무리 |
신시내티 레즈는 2일(한국시각) 뷰캐넌을 방출 대기(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처리했다. 9월부터 확장 엔트리가 시행돼 2명의 선수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지만 뷰캐넌 대신 트리플A에서 외야수 제이크 프레일리, 투수 브렌트 수터와 브랜든 윌리엄슨을 등록하면서 뷰캐넌을 방출 대기 처리한 것이다.
가혹한 운명이다. 하루 전인 1일 2015년 이후 9년 만에 빅리그에 복귀해 호투를 펼쳤던 터라 더욱 허망함이 클 법하다.
2010년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아 2014년 데뷔 시즌에 6승 8패 평균자책점(ERA) 3.75로 팀 최고 ERA를 기록하며 등장한 뷰캐넌은 이듬해 2승 9패 ERA 6.99로 주춤했고 2016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뒤 2017년부터 3년간 일본프로야구(NPB)를 경험한 뒤 2020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다.
첫 시즌부터 27경기에서 174⅔이닝 15승 7패 ERA 3.45으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고 4시즌 통산 54승 28패 ERA 3.02로 빼어난 활약을 이어갔다. 올 시즌에도 삼성에 잔류할 것이 예상됐다.
삼성 시절 뷰캐넌.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그럼에도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꿈꾼 뷰캐넌은 다년 계약을 원했기 때문이다. 삼성도 뷰캐넌을 강력히 원했지만 뷰캐넌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내년 외인 협상 계약에 난항을 겪을 수 있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미국 무대로 향한 뷰캐넌은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 리하이 밸리에서 활약하며 22경기(선발 16회) 102⅔이닝 9승 3패 ERA 4.82를 기록했고 신시내티는 지난달 28일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그를 영입했다.
가을야구가 어려워졌지만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긴급하게 뷰캐넌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뷰캐넌은 1일 경기에 꿈에 그리던 빅리그 복귀를 이뤘다.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4회초 마운드에 오른 뷰캐넌은 깔끔히 첫 이닝을 마쳤고 5회는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6회 실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한 타자를 처리한 뒤 교체됐다.
뷰캐넌이 올 시즌 트리플A 리하이 밸리에서 투구하는 장면. /사진=리하이 밸리 공식 SNS 갈무리 |
그러나 단 하루 뒤 그에게 돌아온 건 냉정한 소식이었다. 방출 대기 처리된 뷰캐넌은 웨이버 절차를 통해 원하는 팀이 있으면 이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마이너리그로 향하거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다. 당장은 국내 복귀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마이너리그에서 던지며 다시 콜업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LG 트윈스와 이별하며 미국으로 향한 케이시 켈리(35)와 같은 처지가 됐다. 켈리는 지난달 25일 3이닝 세이브를 수확하며 빅리그 생존의 꿈을 키웠으나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2⅓이닝 동안 3실점했고 결국 30일 방출 대기 통보를 받았다.
KBO리그의 장수 외인으로 활약하던 둘이 신시내티에서 한솥밥을 먹는 꿈을 꿨지만 많은 나이 탓인지 보다 냉정한 기준이 적용됐다. 어느 때보다 더 추운 겨울이 예상되는 뷰캐넌과 켈리다.
케이시 켈리가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투구하는 장면. /사진=신시내티 레즈 공식 SNS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