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1R 재능, 후반기 6홈런 폭발! "넌 가볍게 쳐도 멀리 나가" 타격코치가 옳았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9.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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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건희(20)가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지독했던 창원 16연패를 끊어냈다.

키움은 5일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NC 다이노스에 12-7로 승리했다.


양 팀 합쳐 홈런 3개 포함 장·단 25안타가 터진 혈전이었다. 무려 13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연장 11회 승부 끝에 키움이 가까스로 이겼다. 키움에는 특별한 승리였다. 이 승리로 6연패에서 탈출했고, 무엇보다 2022년 9월 27일부터 시작된 창원 16연패를 끊었다. 키움이 창원에서 승전보를 울린 건 2022년 8월 26일 6-3 승리가 마지막이었다.

4번 타자 및 포수로 선발 출전한 김건희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이틀 연속 4번 타자로 나선 김건희는 기대에 걸맞게 전날(4일)에 이어 이날도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시작부터 타격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1회 초 2사 1루 첫 타석에서 이재학의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직구를 통타해 좌익선상 2루타를 만들었다. 가볍게 배트를 휘둘렀음에도 타구는 담장 끝까지 날아가 여유 있는 2루타가 됐다.


3회 초 무사 1루에서는 어깨높이로 들어온 시속 118㎞ 체인지업을 가볍게 당겨쳐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 타구 속도가 시속 149㎞로 빠르지 않았음에도 125m를 날아가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뒤이은 타석에서도 2사 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4회 초 2사 2루에서는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2루타로 타점을 추가했고, 9회 초에는 침착하게 볼을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후반기에만 벌써 6홈런째다. 시즌 시작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전반기 김건희는 27경기 타율 0.303, 1홈런, 출루율 0.357 장타율 0.382로 콘택트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타율 0.244, 출루율 0.283으로 정확도는 떨어졌으나, 장타율 0.462로 거포로서 본능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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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근 고척돔에서 만난 김건희는 후반기 달라진 타격에 "7월에 한동안 못 쳐서(타율 0.167) 생각에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고 공보고 공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최대한 타석에서 내 것만 치려고 한다. 싫어하는 볼은 안 치려고 하다 보니 여유도 어느 정도 생기는 거 같다"고 답했다.

오윤 키움 1군 타격코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머리를 비우고 힘을 빼면서 오히려 장타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오 코치의 말이 옳았던 셈. 김건희는 "오윤 코치님이 '넌 그냥 가볍게 쳐도 멀리 나가니까 공만 맞히면 된다'고 하셨다. 나도 시즌 초반에는 홈런을 치고 싶고 공을 세게 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최대한 공을 맞히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구 스피드가 나오고 홈런도 나오는 거 같다. 아직은 홈런 타자라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쌓다 보면 언젠가 홈런 타자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꾸준히 치려고 노력 중"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김건희는 대전신흥초-온양중-원주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키움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포수임에도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강한 어깨와 뛰어난 변화구 습득력으로 투·타 겸업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투수에 집중하면서 1군 3경기 평균자책점 22.50으로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결국 고민 끝에 올해부터 다시 타자에 집중하기로 했고, 나서지 않았던 포수 수비도 훈련을 거듭해 최근에는 선발로 나오는 일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런 만큼 타자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타석 수가 여느 신인 못지않게 부족했다. 김건희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서두르려 하지 않았다. 김건희는 "지금은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정립된 수준은 아니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한 시즌 100타석 넘게 서보는 것이 올해가 처음이다. 다른 선배들은 400타석도 서는데 난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은 홈런을 쳐도 운이 좋았다는 느낌이다. 느낌이다. 무엇보다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은 타자라 생각한다. 최대한 불리한 볼 카운트에 안 몰리고 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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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스스로 말했듯 아직 부족함이 보이지만, 바꿔 말하면 프로에서 이제 겨우 200타석을 갓 넘긴 상황에서도 이 정도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만 보고 공을 쳤던 전반기에 타율 3할을 기록했고, 일단 치고 싶은 공만 쳐서 넘겼는데 장타율이 4할 6푼을 넘는다. 김건희에 따르면 올해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163㎞, 최고 177㎞인데 이는 KBO 리그 전체를 둘러봐도 상위권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진작 타자로 돌리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할 정도다. 홍 감독은 지난달 14일 고척 KIA전에서 "포수로 늦게 합류했음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타구에 힘을 싣는 재능도 있고 타구 속도나 인플레이 타구가 굉장히 좋다. 타석 횟수가 많아지면서 본인만의 생각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고 감탄하며 "결과론이지만, 일찍 (타자를) 했으면 하는 후회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년의 경험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다. 김건희는 "지난 1년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거에 후회는 없다. 실패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도전했다면 그건 너무 요행을 바란 것이다"라며 "오히려 지난해 경험 덕분에 포수로서 투수의 마음을 더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왜 저 투수가 이 상황에서 못 던지고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 저 투수는 이런 선택을 하는구나'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후반기 김건희의 키워드는 '욕심 버리기'다. 지난 1년을 통해 프로의 벽을 실감했고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과 투수가 많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는 "오윤 코치님의 말이 생각난다. 오윤 코치님은 '네가 1군 투수를 당장 이길 정도가 아닌데 왜 그렇게 잘 치려고 욕심을 부리냐, 공만 맞혀'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프로는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잘할 때든 못할 때든 꾸준히 영상을 보고 연습하면서 잘 쳤을 때의 감을 기억하고 폼을 정립하려고 노력한다"며 "출전을 거듭할수록 내가 부족한 걸 느낀다. 그런데 그만큼 또 더 나가고 싶다. 경기를 나가야 데이터가 쌓이고 내 것이 되니까 지금은 그저 많이 나가는 게 목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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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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